민추본 초청 2021 마지막 방북강연

2021년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으레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해가 가고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이후엔 그런 말조차도 꺼내기 조심스럽습니다. 모쪼록 새해엔 구미의 여러 나라들처럼 코로나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23일 특별한 방북강연을 했습니다. 서울 종로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3층 문수실에서 ‘북녘 불교와 달라진 평양’ 제목의 강연이었는데요. 조계종 민추본(민족공동체추진본부)의 75차 월례강연이기도 했습니다.
민추본은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바탕으로 분단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스런 역사를 화합과 평화 통일의 역사로 만들기위해’ 불기 2544년(2000년) 6월 8일 창립된 조계종단의 종령기구입니다. 남북 불교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북불교교류를 추진하고 연구조사를 통한 종단의 통일정책 수립, 인도적 지원사업과 남북공동행사를 통해 남북이 하나되는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실 민추본 주최 강연은 지난해 2월부터 추진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당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잠시 연기를 하게 되었고 제가 미국을 다녀온 후 가을에 다시 한번 이야기가 있었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무기연기 되었죠. 근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우여곡절 끝에 참 어렵게 성사된 강연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엔 10여명 정도의 회원들만 나오고 다른 분들은 유투브 라이브를 통해 보도록 하는 실시간 온오프 강연으로 진행했습니다. 특히 서울 신흥사 주지 혜인스님 등 두분의 스님들도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제가 4차례의 방북에서 꼭 빠지지 않은 방문코스는 바로 북녘 사찰 순례였습니다. 첫 방북에서 고구려사찰 평양의 법운암과 북녘 불교의 종찰(宗刹)이라 할 수 있는 유서 깊은 묘향산 보현사를 참배했고 이후 방북에서 동명왕릉 정릉사, 한머리땅 최초의 사찰 평양 대성산 광법사, 가곡 ‘성불사의 밤’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정방산 성불사까지 둘러보았습니다.
불교는 지난 2500여년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민족 종교이다시피 수많은 역사 유적이 북녘에도 있지만 잘 알려진대로 6.25전쟁으로 산중 사찰까지도 대부분 파괴되는 바람에 잘 보존된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쟁후 어려운 여건에서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복원사업을 했습니다.
그과정에서 조계종단 등 우리 불교계가 많은 지원과 도움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90년대부터 북녘을 100차례 이상 방문한 법타스님을 비롯,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방북하며 불교를 매개로 한 교류지원사업을 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평양 법운암도 2003년 단청불사(丹靑佛事)를 종단에서 지원했고 2004년부터 2007년엔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주도하는 등 북녘 불교문화재 보존 복원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 서울 조계사와 평양 광법사의 교류협력, 해남 대흥사와 묘향산 보현사간의 서산대사 국가제향 복원추진같은 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북녘 불교의 현황과 함께 제가 방문한 5개 사찰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특히 광법사 주지스님의 안내와 부주지스님의 반야심경 독송 등 염불하시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드렸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날 평양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는지, 1년사이에 네 번 방문하면서 소개했구요. 약 1시간반에 걸친 강연을 했지만 준비한 자료중 70%밖에 소화할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유투브 라이브 강연을 마치곤 현장에 오신 청중들과 질의응답을 했는데요. 2008년 무렵 방북한 적이 있다는 한 분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너무 달라진 것을 느낀다며 북녘의 물가와 환율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질문했습니다.
영변이 고향이라는 김인철선생은 1.4후퇴때 내려왔다면서 고향의 산천을 너무나 그리워해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영변에 대해선 제가 출간한 <평양 여자 서울 남자 길을 묻다>에서도 에피소드가 있지만 평양~향산 고속도로를 지나다보면 청천강과 함께 지나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영변 약산을 저도 가고 싶습니다. 이분과 같은 실향민들이 늦기전에 고향을 찾고 헤어진 친지들과 다시 만나 정을 나누는 기회가 꼭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부디 새해엔 남북이 자주적으로 교류의 길을 열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재개되고 남북협력사업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뉴스로 독자 여러분 새해엔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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