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외동포기자대회 지방 일정 중 大尾(대미)를 장식한 것은 여수세계엑스포 현장을 방문한 것입니다.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를 시작으로 창녕성씨 고택, 창원시 탐방, 고성공룡엑스포, 산청한약엑스포에 이어 여수일정은 93년 대전엑스포에 이어 19년만에 열리는 세계엑스포인 동시에 바다를 컨셉으로 한 흔치 않은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아쉽다면 도착일 흐릿한 날씨가 본격 탐방이 시작된 이튿날엔 비가 내려 계획대로 둘러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도착일 저녁은 디오션리조트에서 박준영 전남도지사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이어 세 번째 도지사와의 만남이었는데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도지사들의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는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수방문은 십수년만인데 6개월만 지나도 외형이 바뀌는 모국인지라 세계엑스포 준비로 각종 단장에 거대한 시설물이 들어서는 여수에서 아스라한 옛 기억을 찾기란 정말 어렵더군요. ^^
여수신항 일대에서 5월 12일부터 석달간 펼쳐지는 여수세계엑스포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이라는 주제로, ‘해양’과 관련된 첨단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여수세계엑스포는 2007년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40개 회원국의 2차 투표를 거쳐 경쟁국 모로코를 제치고 유치권을 획득했는데요.
총 174만㎡에 이르는 행사면적에서 '바다의 공간, 땅의 공간, 숲의 공간, 바람의 공간' 등 4가지 테마로 구성하여 ‘해양과 육지, 인류와 자연, 과거와 미래의 조화’를 구현한다고 합니다.
세계박람회는 18세기 말부터 프랑스에서 기술진보를 장려하기 위해 국내 산업전시회를 개최하던 것이 각국에 전파됐는데 1851년 영국에서 최초로 ‘수정궁(Crystal Palace) 만국산업박람회’가 열린 것이 嚆矢(효시)입니다
▲ 여수세계엑스포 홈페이지
세계박람회는 전시공간을 이용하여 인류의 새로운 과학기술 발명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는데요. 가령 1851년 런던 만국산업박람회에서는 증기기관·기관차 등이 전시된 후 내연기관차, 전기기관차 등이 나타났고,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박람회가 개최된 후 전화기가 출시됐습니다.
또 1885년 앤트워프 세계박람회 개최 후 세계 최초의 상용자동차가 출시되었고, 1904년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에서는 비행기구가 전시되었으며, 1939년 뉴욕의 세계박람회에서는 TV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한국이 지금으로부터 119년전 세계박람회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1893년 미국의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 한국, 아니 대한제국이라고 해야겠지요. 첫 국가 전시관을 설치하고 참가했다고 합니다.
구한말 주변 강대국의 침탈이 본격화된 풍전등화의 시기에 허약한 약소국 대표들이 머나먼 미국까지 와서 한국을 알리려 한 장면들을 상상하노라니 공연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당시 시카고 세계박람회는 콜럼버스의 미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무려 6개월간 지속됐는데 제국주의 역사가 콜럼버스로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제국주의 국가들에 유린된 피해당사자인 한국의 전시관은 사뭇 구슬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어서 한국은 1900년 개최된 파리 세계 박람회에 참가했으나, 그 이후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등의 波高(파고)를 겪으면서 무려 반세기 이상 세계 박람회 참가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이 다시 등장한 것은 1962년 미국 시애틀 세계박람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처음 개최한 세계박람회는 1993년에 대전 엑스포인데 이는 첫 참가한 시카고 박람회이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대전 세계박람회는 개발도상국에서 열린 최초의 BIE 공인박람회로서 한국 엑스포 역사의 새로운 里程標(이정표)를 세운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 엑스포 상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엑스포는 등록박람회(Registered Expositions)와 인정박람회(Recognized Expositions) 두가지가 있습니다. 등록박람회는 보통 6주에서 6개월까지 개최기간이 길고 5년을 주기로 개최합니다.
반면, 인정 박람회는 개최 기간이 3주에서 3개월로 짧고, 등록 박람회 사이에 개최를 원하는 나라에서 유치해 열게 되지요.
등록 박람회의 전시관은 참가국에서 부담해 설치하지만, 인정 박람회에서는 주최국이 건축해서 참가국에 무상 임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등록박람회의 권위와 규모, 관심도가 인정박람회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대전엑스포와 곧 열릴 여수엑스포는 바로 인정박람회입니다. 반면 2010년 상하이에서 열린 엑스포는 등록박람회입니다. 상하이엑스포는 그래서 최초로 개도국에서 개최된 등록박람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상하이는 당시 246개 공식참가자와 7300만 관람객을 유치한 역대 최대 엑스포라는 기록을 낳았습니다. 이번 여수엑스포의 예상 관람객이 800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거의 10배 차이가 나는 셈이지요.
빛바랜 기억입니다만 여수도 사실은 2010년 등록박람회를 유치하려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요. 당시 중국은 2008년 북경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권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중국은 동시에 상하이 엑스포도 추진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북경올림픽의 유치를 도와주면서 여수엑스포에 대한 중국의 양보를 담보받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제 기억으로 중국은 북경올림픽을 도와주면 2010 여수엑스포도 지지할 것처럼 제스처를 보였지만 한국의 물렁한 태도로 결국 여수엑스포도 상하이에 빼앗기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2년후에 여수가 엑스포를 유치했다고 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사실은 등록엑스포가 아닌 인정엑스포를 가져간 것이었지요. 꿩대신 닭이라고 할까요? 북경올림픽 유치를 도와주고 정작 우리는 뒷통수를 맞은 기억 때문에 상하이엑스포만 생각하면 열이 납니다. 중국의 간교함을 탓하기전에 한국의 미욱함을 자책해야겠지요.
아무튼 엑스포는 엑스포니 기왕에 벌인 잔치 큰 성공을 거두어 많은 결실을 이루길 바랄뿐입니다. 여수엑스포 마스코트는 수니와 여니인데요. 수니는 ‘물(水(수))’, ‘우수한(秀(수)우미양가)’ 이미지로 해양박람회 상징 뿐만 아니라 우수하고 수준 높은 박람회를 표현 한 것입니다. 또 여니는 'open' 이란 의미로 여수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알린다는 의미이구요. ^^
이번 여수엑스포에는 눈에 띄는 시설물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은 스카이타워입니다. 박람회장 내에서 가장 높은 수직구조물인 스카이타워(67m)는 폐사일로(버려진 시멘트저장고)를 재활용한 ‘아주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문화공간입니다.
산업화 시대 임무를 다하고 더 이상 활용도가 없어진 시멘트 사일로를 조형물로 살렸다는 점에서 친환경박람회를 표방한 여수세계박람회에 딱 들어맞는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카이타워의 외관은 여수 앞바다의 파도를 하프형태로 형상화한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는데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으로 기네스인증도 받았다고 하네요.
매일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개폐장 시간을 웅장한 뱃고동소리로 알리는 시보 기능과 참가국 국가연주, 현장 음악회 등 바다가 들려주는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Big-O도 특기할만합니다. 여수 박람회를 대표하는 곳으로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박람회 주제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과 대규모 이벤트, 문화행사, 쇼 등을 연출할 수 있는 흥행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종 쇼가 연출되는 O형 구조물 'The O', ‘초대형 해상분수’, 물속에 잠겼다 떠올랐다를 자유자재로 하는 해상무대 '이어도'가 들어섭니다.
체험공간에는 각종 수변식물과 그늘막, 쉼터, 어린이 놀이터가 배치된 ‘에코존’ 관람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컬쳐존’ 몽돌해변, 수변공원의 ‘워터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TX역과 연결되는 박람회장 중심가로에 길이415m, 너비21m의 엑스포 디지털 갤러리가 문을 엽니다. 이곳은 초대형 LED디스플레이에 첨단 IT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해양문화를 공유하는 해양문화예술 갤러리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또한 국내최초로 360도의 돔형 대형수조로 생생한 바다속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도 있습니다. 이곳엔 국내최초 흰고래(벨루가), 바이칼물범, 해룡 등 희귀 해양생물이 전시되고 아마존 에코테리움과 국내최대의 해파리관 등 다양한 전시 계획으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밖에 오동도를 위시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제 개막까지는 한달여 남았습니다. 여수엑스포가 차별화된 한국의 해양문화를 만끽하는 멋진 엑스포로 길이 기억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