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철수 신당’이 창당(創黨)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 4월 보선을 통해 완전한 정치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후 민주당은 행여 안철수를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변죽을 울렸지만 결국 그것은 미련으로 끝날 모양입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2일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을 선언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진행된 안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을 끈 주인공은 ‘내일’의 이사장을 맡은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입니다.
안 의원이 싱크탱크를 설립하며 그 수장에 최장집 교수를 영입한 것을 달리 말하면 안철수 신당의 ‘당 대표’가 최장집 교수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알려진대로 최교수는 정당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의정치(代議政治)의 신봉자입니다.
안철수 의원측은 확대해석을 꺼리는 모습이지만 신당창당의 수순이 아니라면 최장집 교수를 영입했을리 만무합니다. 이미 10월 재보선을 목표로 ‘인재 영입’ 계획을 밝힌 상황인데 공연히 ‘세 과시’나 하자고 광고를 한 것은 아닐테니까요.

photo by NEWSIS 최동준
만시지탄(晩時之歎)입니다. 안철수 신당은 대선전에 만들어졌어야 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그해 가을까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물론, 박근혜 후보와의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조직도 경륜도 없는 새파란 정치신인이 유력한 대권후보로 군림한 ‘안철수 현상’이 중도에 좌절한 것은 ‘야권 단일화’의 함정에 빠졌기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안철수 현상’을 당사자인 안철수 후보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안철수 후보도 알았어도 단일화의 올가미를 벗어나기엔 너무 때가 늦었겠지요.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담판을 통해 단일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봤겠지만 문재인은 (그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든간에 문재인은 민주당내의 정치역학을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요.
애당초 ‘양보’가 불가능한 ‘한계인’과 순수한 ‘영혼’의 기싸움 결과는 불보듯 훤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의 ‘의도’대로 중도하차를 결정하고 지지자들에게 문재인 후보를 밀어달라 당부했지만 이미 중도하차의 순간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결정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인데 ‘안철수 현상’에 대해 어쩌면 그렇게 큰 착각(錯覺)을 했는지 요령부득입니다. ‘안철수 현상’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되 절제와 균형이 전제된 중도통합의 목소리입니다.
‘반(反)새누리 비(非)민주’ 정서의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친여 친야의 표심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대통합의 고갱이가 ‘안철수 현상’이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처음부터 단일화의 신기루를 거부했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누리와 민주의 지지자들의 화학적 융화가 불가능합니다. 수구보수꼴통이라는 말도 아까운 일베류나 극렬진보좌좀의 꼭두각시 용공류는 거론할 가치도 없지만 여야로 나뉜 온건한 보수와 진보세력조차 서로를 경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들이 의지하는 새누리와 민주당이 걸어온 위선과 부패의 전력(前歷)때문입니다. 지지정당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상대당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국민의 40%와 이도저도 아닌 국민의 30%에게 안철수는 유력한 대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는 새누리는 물론 민주당에도 재앙(災殃)이었습니다. 새누리와 민주당은 양당의 구도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안철수 현상’을 폄하하고 그를 민주당 2중대쯤으로 만드는데 묵시적으로 교감했습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느니 정권창출이 안되는게 낫다는 말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 것은 왜일까요. 집권여당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 거대야당으로서의 기득권(旣得權)을 누리는 편이 부패한 자들에겐 차라리 이익이기때문입니다.
애당초 안철수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과 함께 통합의 정당을 출범시켜야 했습니다.
새누리와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의 양심 세력들에게 “우리 함께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자”고 선언했어야 했습니다.
그런 천금의 기회를 맞이하고도 단일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도중하차를 선언했습니다. 새누리속의 잠재지지자들을 포함해 그를 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에게 진상(進上)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안철수는 대통합의 아이콘이 되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깨끗한 정치를 갈망하는 이들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가슴을 열고 민족통일을 논의할 수 있는 담대한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가 제시한 인재영입의 3대원칙을 주목합니다.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
-우리나라 전반적 구조개혁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
-적대적 공생관계의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사람
①항은 정치를 하려는 사람의 기본입니다. ②항은 온건한 개혁에 대한 지향점입니다. ③항은 정치권 안팎을 막론하고 썩은 정치를 척결(剔抉)할 의지를 묻고 있습니다.
이같은 3대원칙에 입각한 인재영입이 이뤄진다면 안철수 신당은 신뢰해도 좋을 것입니다. 진정성이 없거나 속셈을 감춘 권력형 해바라기들도 줄을 서겠지요. 그러나 이 원칙만 흔들림없이 지킨다면 강력한 자정효과(自淨效果)가 그들을 증발(蒸發)시킬 것입니다.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신당’으로 나아가 ‘안철수 통합’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합니다.

photo by NEWSIS 최동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07:5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