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을 하랬더니 팔다리 잘라 엉덩이에 붙이냐?’
해경(海警) 해체(解體)라는 느닷없는 선언이 대통령 박근혜의 국민담화를 통해 발표되자 한 사이트의 상위권 추천댓글에 이런 내용이 올랐습니다.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국민담화는 세월호참사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인재(人災)가 일어난지 한달하고도 사흘이나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었습니다. 대국민사과가 아니라 대국민담화라고 한 것도 “정부의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로 나라전체가 초상집이 됐는데 한가롭게 국민담화문이나 발표하냐”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photo by 뉴시스 박찬수기자
어쨌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수반으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처음으로 공개사과하였고 후반부 세월호 희생자를 거명할 때는 울컥하고 눈물도 비쳤습니다. 생때같은 자식들이 회색바다에 수장(水葬)돼 혼절하다시피한 유족들을 만났을 때도, 수백명의 영정(影幀)이 놓인 참담한 분향소 앞에서도 비치지 않았던 눈물이 왜 이제야 터졌는지 궁금합니다.
사과는 했지만 곧바로 추상(秋霜)같은 책임을 해양경찰서를 비롯한 말단 정부조직에 물으며 ‘해체’카드를 내놓는 것을 보고 황당함이 몰려 왔습니다. 물론 해경이 주무 당국으로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자체는 청해진해운의 선원들의 책임이지만 침몰되기까지 2시간30분간 스스로 탈출한 승객들을 제외한 나머지 304명중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것은 해경의 책임입니다.
또한 해경을 이 지경으로 방치 비호한 상급기관, 세월호를 둘러싼 악취 진동하한 관급비리(官給非理), 나아가 이명박정권때 설계변경 완화를 해주고 이후 단 한번도 해난구조 훈련을 하지 않은 정부의 안일한 자세는 언제든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예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해경해체’라는 카드를 대통령은 꺼냈습니다.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났다고 수학여행을 폐지하면 해결책이 됩니까? 학창시절 단 한번의 추억이 평생 기억남을 즐거운 것이 되도록 안전한 수학여행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 없애버리면 사고가 안납니까?
대통령 담화가 발표된 그날 저녁 대구에서 경대사대부고 교실에서 화재가 나서 500여명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사망자가 없었지만 만약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학교문을 닫는게 해결책이 될까요?
해경도 마찬가집니다. 왜 이모양 이꼴이 됐는지 원인분석후, 책임을 지게 하고 비리와 잘못된 관행은 없었는지 제도 개선과 인적 비리 청산 등 고강도(高强度) 개혁을 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입니다.
해경은 국가기관이고 필요에 의해 탄생한 조직입니다.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해적선들을 단속하고 바다안전과 안보를 책임지는 정부기관이 61년간 존속돼 왔는데 세월호 참사로 단칼에 해체라니요. 해체밖에는 방법이 없는 ‘악의 씨앗’이었다면 그동안 이를 방치한 대통령과 정부는 뭐하는 사람들인가요.
당장 유족들은 아직도 바다에 남은 실종자들을 수색하는 해경이 이번 일로 지장을 받는게 아닌지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10여개 대학 해양경찰학과 학생들과 진학을 준비하던 수많은 수험생, 해양경찰 시험을 앞둔 수만명의 예비응시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photo by 뉴시스 고범준기자
대통령이 ‘고심 끝에 해체’ 결단을 내린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해경 해체의 아이디어가 대통령 자신인지, 청와대의 ‘왕실장’에게서 나온건지 알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것으로 해경은 사실상 면죄부(免罪符)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구요? 해경은 해체되는 것이지 조직이 사라지는것은 아니니까요. 경찰청에 업무가 이관(移管)되면 해경조직원들도 경찰청 산하로 넘어갈뿐입니다. 기업으로 치면 인수합병이 되어 회사 이름이 바뀔 뿐입니다.
소수의 책임자는 징벌(懲罰)을 받겠지만 대다수 구성원들은 직장을 옮겨갈 것도 없이 있는 자리에서 바뀐 명함과 문서양식에 따라 일하면 될 것입니다. 만약 해경이 존속됐더라면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대참사는 영원히 해경의 씻지못할 오욕(汚辱)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경이 사라진다면 앞으로 국민들의 눈치를 보거나 죄의식을 가질 것도 없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남의 일 말하듯 함께 손가락질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알고보니 해경조직원들은 대통령에게 큰 절을 해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그런데 망연자실? 멘붕?이 왠말입니까.
일제강점기 동족을 고문 살해(拷問 殺奚)한 고등계형사들이 해방후 ‘대한민국 국부(國父)’라는 이승만에 의해 대한민국 경찰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들은 갈아입은 옷을 통해 과거의 범죄를 감출 수 있었지요. 그것은 역사청산(歷史淸算)이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기때문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온당히 벌을 줘야 함에도 당장 민생치안이 급하다는 구실로 경찰임무를 맡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친일파들이 정부 조직에서 다시 일하며 권력과 부를 향유할 수 있었지요.
이런 신분 세탁의 대표적 인물은 일부에게 ‘구국(救國)의 영웅’으로 불리는 박정희입니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일제시절 일본왕에게 충성의 혈서를 쓰고 독립군 때려잡는 만주군 장교로 복무한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법원 "박정희 독립군 토벌했다" 판결> http://www.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politics_bbs&wr_id=554229
박정희는 타고난 생존본능으로 일제가 패망하자 1945년 11월 중국에서 광복군에 몸을 담아 신분을 세탁(洗濯)했습니다. <기회주의자 박정희 황군장교에서 광복군 장교가 되다. http://cafe.naver.com/nazzis/20046>
그것만인가요. 1946년 조선경비사관학교(육사 전신)에 입교해 다시 신분을 세탁했고 공산주의자로 대구폭동을 주도한 형 박상희의 영향으로 1947년 비밀리에 남로당에 가입, 군 내에 비밀세포를 조직하여 반란을 기도한 남로당 프락치였습니다. 여순반란사건의 배후 주동자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군내 빨치산 조직을 정보당국에 부는 조건으로 무기형으로 감형됐고 군내 일본군 만주군관 출신 선후배들의 비호(庇護)로 풀려나 문관으로 근무하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이라는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소령으로 복귀한 것입니다.
박정희가 19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일제 독립군 토벌을 무장공비토벌로 갈아치우는 자신의 과거 세탁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65년 한일교류협정으로 일본제국주의 범죄를 탕감(蕩減)하고 경제개발을 앞세워 서민의 희생을 담보로 재벌을 살찌웠으며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을 획책(劃策)하다 부하의 총에 불귀의 객이 된 박정희. 그는 그렇게 제왕적 대통령의 표상(表象)으로, 어떤 이들이 ‘반인반신(半人半神)’으로 숭상하는 신화(神話)가 되었습니다.
photo by 뉴시스 박찬수기자
3공화국이 종식(終熄)된지 35년이 지났고 대통령에서 ‘각하’라는 호칭을 없앤지도 수삼년인데 그녀에게선 아버지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61년 역사의 해경이 어찌 대통령 말 한마디로 없어질 수 있다는 건가요. 설사 해경해체가 최상의 해결책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정부내에서 논의하고 국민들이 공감해야 진행할 수 있는 일인데 스스로를 '제왕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함부로 나올 수가 없는 말입니다. 수만명이 근무하는 만만치않은 규모의 정부기관을 개인 비서실 해체하듯 "고심끝에 해체하기로 했다"고 운운하다니요. 해경은 해체가 아니라 엄중문책후 조직 개편을 통한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5월15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박근혜정권과 언론에 가망이 없는 이유’에서 “모든 권한을 틀어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코미디가 그의 ‘깨알지시’를 받아 적는 청와대 회의 장면이다. 그것을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은 수첩을 복사해서 나눠주면 될 일인데 장관과 참모들이 고생한다는 거였다. 최고권력자의 말을 일제히 받아 적는 나라가 남북한 말고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습니다.
그럼에도 책임은 늘상 허수아비 총리나 장관이 집니다. 내각책임제도 아닌데 대통령이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는 총리나 장관을 갈아치면 무슨 소용입니까.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받아놓고 당분간 임무를 계속하라고 한 것도 허수아비 총리의 실상을 말해주는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을 찾습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에 유족들이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고 행진을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대통령을 요행히 만나서 읍소(泣訴)라도 하면 무슨 해결책이라도 나올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는 어째 그런 약발이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족들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 민간이 포함된 진상조사위 등 이런저런 의견을 전달했지만 19일의 대국민담화를 보면, 결정적인 것은 국회로 공을 넘기거나 부분 수용에 그쳤습니다.
이판국에 해경 해체라는 충격조치에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은 “남은 실종자를 어떻게 찾겠다는 말이 처음이든 끝이든 어디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얘기가 없어 크게 실망했다”, 해양경찰청 해체에 대해서도 “사기가 꺾인 해경이 실종자들을 앞으로 어떻게 찾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吐露)했습니다.
대통령은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가기관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마저 상실한 장본인이 이 참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하고 대통령 자리를 계속해도 되는지 국민들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대 해경 해체에 안행부 해수부 등 조직 개편이나 발표로 그치다니요. 그게 대한민국을 바꾸는건가요? 하다못해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고, 법무부장관시절 지역감정을 조장한 초원복집사건, 검사시절 유서대필사건 연루, 한나라당 법사위원장 시절 노무현대통령 탄핵주도 등 추악한 이력에 빛나는 ‘왕실장’이라도 잘랐다면 약간의 진정성을 믿어나 보겠지만요.
그나물에 그밥인걸 잘라봐야 뭘 하겠습니까만은..
“사고 수습도 안 됐는데 책임져야 할 총리는 미리 사표를 내 죽은 권력을 만들었고, 실종자가 18명이나 남았는데 대통령은 해경 해체를 발표했다. 대체 이 사고를 제대로 마무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트위터 아이디 @jin****)
“해경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트위터 아이디 @kud********)
“이번 참사로 인해 수학여행도 폐지한다 그러던데. 울나라는 뭐만 터지면 근본적인 원인을 고칠 생각은 안하고 사퇴하고 폐지하고 해체하면 끝이구나. 소 한번 잃고나니 차라리 다시는 안잃어버리려고 외양간을 아예 없애는것과 뭐가 다르냐?”
“그냥 파격적으로 책임전가 한거같다는...,,민심달래기...”
“해경을 해체시키라는게아니라 조사를하라고!! 무슨죄를 저질렀는지 밝혀내라고!!!”
“참으로 이상한 결론이네요. 해경의 구조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과 해경을 해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해경을 더욱 전문화시키고 지원하여 차후에는 프로페셔널한 구조 활동을 가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 바른 대책이 아닌가요? 그동안 해경 시험 준비하던 분들은 허망하기 짝이 없게 되었네요. 무슨 깜짝쇼도 아니고, 거대한 국가 조직을 깜짝 발표로 없애겠다고 하다니... 참으로 대책없는 대통령입니다.” (코난더기)
“뭘 해도 되는게 없는 대통령... 우선 해체해야 할 대상은 현 청와대 비서진과 보좌관들이다.” (rhee19********)
“해경은 그냥 버릴수 있는 패란 느낌인듯..; 국정원도 이렇게 해체하고 다시 만들지? 그쪽은 실세라서 안되겠죠? 정말로 옷벋어야 할곳은 해경 말단이 아니라 부패한 윗대가리들이고 해경 결국 짤리는게 아니고 명패만 바꾸는건데,, ?? 쓰잘대기 없이 세금날리는거지,, 관피아 해결 못하고 요기저기로 자리배치만 하면 진짜 안하니만 못한(돈들어가니까) 내각 총사퇴를 먼저해야 하는거 아님? 장관님들보다 말단 경찰이 먼저 목날아갔네요~” (파폭조아)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10:4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