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오프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창작뮤지컬 '컴포트 우먼'이 개막 공연에서 감동의 기립박수(起立拍手)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31일 맨해튼 9애버뉴, 46스트리트의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Theatre at St. Clement's)에서 올려진 첫 공연은 매진 사례속에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습니다. 1일 두차례 공연도 매진과 함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공연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객들은 일어나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20대 유학생 연출가의 기획과 뉴욕서 활약하는 11개국 53명의 배우와 30여명의 스탭이 힘을 합친 컴포트 우먼은 다양한 모금과 후원을 통해 많은 어려움을 뚫고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브로드웨이 최고의 디너쇼 공연장 '54 빌로우'에서 두차례 하이라이트 공연과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에서 8차례의 정규 공연 모두 한국인의 창작 뮤지컬로는 초유의 기록입니다.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의 공식 공연프로그램 '플레이빌(Playbill)'에도 한국 뮤지컬로는 최초로 발행되는 기쁨을 누렸다고 하지요. 개막 전날엔 일본계 배우가 3D컴퓨터로 제작한 '노랑나비 위안부소녀상'을 전격 공개해 큰 화제를 뿌리기도 했구요.
많은 관심속에 올려진 컴포트 우먼은 기대 이상의 후한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대본의 완성도가 높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웨스트체스터에서 온 김지영씨는 "나비처럼 날고 싶다는 극중 주인공의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위안부 소녀들의 처절한 아픔이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승화된 것 같았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호평(好評)을 받았습니다. 여주인공 김고은에 더블캐스팅된 샌드라 리와 메간 리 호드슨은 물론, 일본계인 가렛 타케타(이민식 역)와 에드워드 이게구치(고미노 역)도 빼어난 노래와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위안부소녀상을 제작한 에드워드 이케구치(48)는 위안부 모집책을 맡아 노래 실력은 물론, 전문 연극배우를 방불케 하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로저 예(김송원 역), 대니얼 케네디(가즈오 역), 레미 야마자키(이남순 역), 성예나(이남순 역) 임보미(최영순 역), 트리시아 후쿠하라(마순자 역) 텐진 예시(도시오 역)와 슬픈 분위기에서도 경쾌한 댄스와 위트 넘치는 대사로 웃음을 선사한 나니역의 폴 마르케스도 돋보였습니다.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은 162석의 중간급 공연장이지만 오프브로드웨이에서는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뮤지컬의 도시' 뉴욕에서 전혀 지명도가 없고 제대로 홍보마케팅도 못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사실상 입소문만으로 1일까지 3차례 공연이 매진되는 쾌거를 일군 것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얼굴엔 슬픔어린 감동의 여운(餘韻)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미주류 백인들이 대부분입니다. 7명의 일본계 배우들이 출연한 덕분에 아시아 관객중에는 일본계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김현준 연출가는 "뮤지컬에 출연한 일본계 배우들은 1.5세나 2세지만 이들의 부모님은 보통의 일본인 1세대라 반응이 궁금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컴포트 우먼이 모든 관객의 정서에 다가갈 수 있는 인류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반응속에 브로드웨이 관계자도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컴포트 우먼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하는 꿈같은 일도 기대됩니다. 김현준 연출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현재 새로운 뮤지컬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가능성이 보이고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문은 열려 있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했습니다.
그러기위해선 먼저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성공'이라는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솔직히 컴포트 우먼의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첫 3회 공연은 매진 사례였지만 당장 2일부터 저녁 공연은 판매가 절반 이하에 그친 상황입니다. 입소문에 매달릴 뿐 더 이상의 광고홍보비가 없기 때문이지요.

광고는 지난달 공연을 앞두고 무가지 AM뉴욕과 빌리지보이스에 각각 한차례 나갔습니다. 24일엔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올려지는 엄청난 일이 있었지만 속사정을 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단 '3초 광고'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바로 컴포트 우먼이었습니다.
알려진대로 타임스스퀘어 일대의 전광판 광고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옥외광고로 통합니다. 전광판 광고대행사는 가난한 유학생 연출가와 많은 배우와 스탭이 재능기부하듯 만든 컴포트 우먼의 사정을 듣고 가장 짧은 시간인 3초 광고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정상가격은 1만3500달러(약 1600만원)이지만 3분의1인 4500달러(약 530만원)의 파격적인 할인가로 제공한 것입니다.

김현준 연출가는 "사실 그때 광고할 수 있는 돈이 그것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타임스스퀘어에 광고가 나간 사실 자체가 컴포트 우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컴포트 우먼은 오는 9일까지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두차례 공연이 있습니다. 티켓 판매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연장 공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연장공연이 성사되야 브로드웨이 진출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한인사회에서도 좀더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러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습니다. 티켓은 59달러와 39달러로 웹사이트(www.comfortwomenmusical.com )를 통해 예매할 수 있습니다.
컴포트 우먼이 오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손길이 뒤에 있었습니다. 맨해튼의 원단 소매점 '뉴욕 엘레강트 패뷰릭스'의 리차드 유 대표는 도합 60벌의 한복과 위안소 의상 원단을 절반값에 제공했습니다.
고무신 37켤레도 민속화 전문점에서 반값으로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극중 고등학생들의 1940년대 교복은 풍물시장 고전교복점과 서울 상문고의 기부로 의상을 공수(空輸)했고 일본군 군복은 일산 SBS드라마 제작팀의 도움으로 두 달 간 빌렸습니다.

김현준 연출가는 "한국은 물론, 아시안 배우와 연출, 스탭들이 사상 처음 오프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군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언젠가 더 좋은 음향 시스템과 의상을 갖추고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고 속내를 보였습니다. 그 날이 어서 다가오기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