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번 방북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식도락(食道樂)’이었다. 저 유명한 옥류관 냉면을 필두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시민들과 함께 한 대동강 수산물식당의 철갑상어회를 비롯, 퓨전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북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다.
야외에서 소풍처럼 점심식사를 한 일도 두 번이었는데 개성의 태조 왕건릉을 탐방하고 바로 옆 작은 공원의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평양의 한 식당에서 주문한 도시락과 우리가 들고간 오뚜기 컵라면을 안내와 운전사와 함께 하면서 “남북의 겨레가 사이좋게 먹으니 통일런치라고 해야겠다”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다.
묘향산에서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투명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휘발유 조개구이’를 송악소주와 함께 맛본 것도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었다.
두차례의 방북에서 식당은 해방산호텔과 평양호텔, 고려호텔의 식당을 비롯, 대동강변의 신흥명소인 수산물식당과 삼선암 등 열곳 이상을 방문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한식당도 있었고 퓨전식당, 재일동포합작식당도 있었다.
북한 식당의 한가지 특징은 한결같이 호화로운 ‘메뉴책’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평양 대중들만 이용하는 식당들은 아니지만 중간규모 이상의 식당들은 작은 백과사전만한 크기의 메뉴책도 있었다. 모든 음식들이 컬러 사진과 함께 가격이 표시되어 고르기가 편했다. 남쪽과는 다른 용어로 가령 채소는 남새, 달걀은 닭알, 튀김은 튀기 등 음식 이름들을 골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북에선 반찬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 김치도 주문을 해야했는데 가격이 헐하니 사실 부담이 없었다. 요리 두세가지에 각자 식사에 주류까지 시켜도 어림잡아 서울 가격의 2분의1, 미국 가격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했다.
주문해서 나오는 김치라 그런지 백김치든 홍김치든 아주 알맞게 익은 맛이 삼삼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세가지를 든다면 두부와 고추된장조림, 강냉이국수다. 요즘 유전자조작콩 GMO 식품으로 말들이 많은데 수입 자체가 안되는 북녘 두부는 100% 유기농일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식당에 가든지 두부는 고소하다 못해 달기까지 했다.
고추된장 조림은 가지와 풋고추를 익혀 일종의 볶음 된장에 버무린 것인데 이것 하나만 있으면 밥 한공기를 그냥 뚝딱 해치울 정도였다.
강냉이국수는 아예 간판으로 내건 전문점들도 있지만 일반식당에서도 주문할 수 있는데 강냉이(옥수수)와 고구마 전분 등으로 연노랑의 국수가 인상적이었고 식감도 훌륭했다. 기회가 있으면 남쪽이나 미국에 강냉이국수 전문점을 차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냉이국수
(10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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