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수도 파주를 위한 통일강연회’가 지난 24일 다섯분의 관객을 모시고 성황리(?)에 펼쳐졌습니다.
관객이 단 5명인데데 성황이라니? 아닌 밤중에 차시루떡같은 소리를 하냐고 성내진 말아주세요. ^^ 사실은 코로나19 때문에 일반 관객 모임을 취소하고 유투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강연을 했기 때문입니다. 조회수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역대 강연중 가장 많은 분들이 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강연은 저와 함께 2018년 11월 북녘을 방문한 정연진 AOK(Action Korea) 상임대표와 참여했는데요. 참석자는 이날 행사를 주관하고 사회까지 맡은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임현주 편집국장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최정분 선생, 이날 방송을 촬영한 내종석 파주고양방송 발행인, 강연 격려차 오신 이기묘 AOK 공동대표 이기만 AOK 상임위원이었습니다.
장소는 경기도 금촌역 앞에 위치한 <파주에서> 회의실. 먼저 강연에 나선 정연진 대표는 ‘미국의 반전평화운동과 우리의 나아갈 길’이 주제였지만 오늘의 북에 관한 내용을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2018년 1차 방북에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을 방문한 내용을 주로 하고 반전평화운동을 짧게 붙이는 식으로 조절했습니다.
정연진 대표는 2005년과 2013년 두차례 방북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당시 평양 전경(全景)과 2018년의 모습을 비교하여 흥미로왔습니다. 대동강 뚝섬에 2016년 건립된 과학기술전당은 말 그대로 북의 과학기술의 어제와 오늘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인데요. 건물 자체가 원자핵 구조를 형상화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학기술전당 중앙엔 북이 자랑하는 은하로켓3호와 똑같은 모형이 위치해 보는 사람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이곳엔 수천대의 컴퓨터가 설치됐고 많은 전문 서적들이 비치(備置)돼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매일같이 와서 현장학습도 하고 연구도 하고 율동극장(3D 입체영화관입니다^^) 같은 곳에서 영화관람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연진 대표는 개방형 도서관에서 선채로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특수한 독서대에 매료돼 사진까지 남겼답니다. ^^ 저런 독서대가 도서관마다 있다면 정말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최근 방북을 여러 차례 한 저를 배려하느라 정연진 대표가 조금 일찍 시간을 끝내준 덕에 1시간여 강연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날 강연은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북 바로알기’를 위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사랑불)’에 나타난 북녘 이야기들로 풀어나갔습니다.
기생충에서 가정부 문광역을 맡은 이정은이 북의 리춘희 아나운서를 성대모사하며 풍자하는 장면과 北男 리정혁(현빈)과 南女 윤세리(손예진)가 알콩달콩하고 때로는 쫄깃한 러브라인의 ‘사랑불’에 나타난 ‘옥에 티’를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불을 흥미롭게 시청했지만 일년사이에 북을 네 번이나 다녀오면서 평양 시가지와 주요 도로와 사람들의 잔상이 생생했던 저로선 더없이 흥미로왔습니다. 특히 묘향산 계곡과 대동강변 노천 식당에서 경험했던 휘발유조개구이의 추억과 단골숙소였던 평양호텔을 배경으로 드라마가 전개될때는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대체로 사랑불은 현재 평양의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평양역전이라든가 평양호텔, 3대헌장기념탑 등 주요 기념물도 흡사하게 구현(具現)했구요. 물론 지금은 볼 수 없는 꽃제비가 전방마을에 나타난다든지, 주민들의 집단생활을 묘사하면서 뇌물이 만연(蔓延)한 듯 묘사한 것이나 외국인이 툭하면 직접 운전하고 평양시민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사실과 다른 모습들입니다.
헛점은 있지만 어차피 허구에 바탕을 둔 드라마로 그나마 북을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남녀북남의 사랑을 소재로 함으로써 북에 대한 금기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드라마라고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이날 보여드린 것들은 북녘 주민들의 일상과 대중문화, 생활경제와 관련된 사진과 동영상이 주를 이뤘는데요. 유독 반응이 좋았던 한 대목만 소개하겠습니다. 지난해 9월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5차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 소식인데요. 역대 최대인 약 400개 업체가 참여한 이 행사장에서 고려심청회사 부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서 퀴즈, 고려 심청은 무슨 회사일까요?
정답은 네, 안경이랍니다. ㅎㅎ 효녀 심청이 눈먼 심봉사 눈을 뜨게 해주잖아요. 심청이 심봉사에게 빛을 찾아준 것처럼 고객들의 눈을 환하고 밝게 해드리겠다는 북녘 기업의 남다른 각오가 상호에서부터 보이지 않나요? ^^
이날 임현주 발행인은 너무 재밌다면서 “언젠가 심청 회사 안경을 꼭 사고 싶다”고 했는데요. 안경을 쓰는 저도 사실 놀랄만큼 싼 가격에 사고 싶었지만 취재 시간이 부족해 단념해야했지요.. 언젠가는 심청사 안경이 남녘 안경점에서도 판매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