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드가의 ‘무용수업(The Ballet Class, 1874)’ 이라는 이 작품이다. 발레에 관한 그의 작품
중 대표적으로 사랑받고 있는두 작품, ‘무대 위의 무희’, ‘무용수업’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여느 사진들이나 그림들처럼 발레리나들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자태(姿態)를 담은 작품이 아니다.
‘무용수업’이라는 위의 그림 뿐만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발레리나들이화장하는 모습,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무용수들을 지켜보는 모습 등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발레 혹은 발레리나들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그래서 드가의 작품들은 더 따뜻하고 친숙하며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Apart A Part by Deborah Damast| Photo by
PyeunghunBaik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割愛)하는 것에 비해, 관객과 마주하며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시간은
정작 몇 분이 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는 무용수들이 지난 몇 달간 어떠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얼마만큼 연습을 해왔는가는 보이지 않는다.
무용수들이 무대를 ‘내 것처럼’ 활보하고 다니는 그 시간 동안, 공감과 소통을 통해 관객은 그것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관객이 짐작하고 상상해
보는 부분이 꼭 무용수들의 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연 직전에는 무엇을 할까?’‘무대 뒤의 상황은 어떨까?’ 와 같은 무대 밖의 혹은
무대 뒤의 이야기도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 한다.
▲ NYU Frederick Loewe Theater
드가(Edgar Degas)가 바라봤던 발레의 모습처럼, 무대의 커튼이 올려지기 전 공연장과 무용수들의 모습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공연장은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의 Frederick Loewe Theater (약
300명의 관객 수용가능 규모)이며, 공연은 이 극장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뉴욕대 무용교육학 석사과정(NYU Dance Education
Program)의 공연을 참고하였다.
무용공연을 준비할 때, 그 시작은 무용 연습실에서 시작된다. 연습실에서 무용수들과 안무가들이 작품을 보여 줄 모든 준비가
되었을 때, 무대감독, 조명감독, 연출가 등이 무용연습실에 초대되어 공연의 첫 관객이 된다. 이들은 무용을 그저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내용,
구도 그리고 음악 등 많은 부분에 대해 메모하여 무대 위에서 작품이 매끄럽게 진행 될 수 있도록, 또 최대한 감명(感銘)을 줄 수 있도록 조명을
구상하는 기초 작업을 하게 된다.
▲ Frederick Loewe Theater, 조명 리허설 준비
그 후, 무용수들은 실제 공연장에서 무대리허설(Spacing), 조명리허설(Lighting), 의상리허설(Dress
rehearsal)을 하게 된다. Spacing 이라 하는 리허설은 정해진 시간에 무용수들과 안무가들이 실제 무대에서 연습해 봄으로서
공간(空間)감(感)을 익히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연습실에서만 연습하던 무용수들은 이 리허설을 통해 무대의 등,퇴장을 연습하고 함께 공연하는
다른 무용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본인의 위치뿐만 아니라 다른 무용수들의 위치까지도 마킹(Marking) 하는 시간이
된다.
Spacing 리허설이 끝나면, 조명 리허설 스케줄을 세우고 조명감독님과 함께 무대에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조명작업을
하게 된다.
▲ 무대감독과 조명감독의 간이
데스크
이 때에는, 무대가 잘 내려다 보이는 객석의 한 곳에 무대감독과 조명감독의 간이 데스크가 설치된다. 모든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곳의 경우, 조명실에 있어야할 조명 컨트롤 보드도 이 데스크 위에 놓이게 된다. 그 이유는 무대 가까이에서 작품과
조명의 조화를 지켜보아야하는 안무가와 쉽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때 무대 감독은 조명 감독을 도와 무대와 객석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지 못하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무전기를 통해
이야기 해주고, 상황에 따라 지시를 내리고 공연장의 안전까지 두루 살펴보는 공연장 내의 최고 관찰자 및 지휘 역할을 한다.
▲ 실제로 조명 및 음향실은 공연장 실내가 잘 보이는 위쪽
가운데 자리한다
조명 리허설을 통해 조명을 모두 맞추고 나면, 드레스 리허설이라 불리는 공연 아닌 공연을 하게 된다. 이 날은 무용수들이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으며 실제 공연처럼 모든 것이 진행된다. 보통 이 때, 전문 사진가들이 공연장을 방문하여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안무가에
따라 다르지만 공연 리뷰어들이 드레스 리허설을 본 후 작품에 관한 기사를 쓰기도 한다.
▲ 한 작품의 드레스 리허설이 끝나고 안무가와 이야기 중인
무용수들
드레스 리허설이 무사히 끝났다는 것은, 공연이 관객에게 보여질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이야기이다. 공연 당일에는 신경써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무용수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 조명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 때부터 서명리스트 (Sign Up
Sheet)을 만들어 무용수들의 공연장 도착 유무를 확인하는 것을 연습한다. 무용수들이 사인(Sign)한 것을 보고 무대 감독은 한 눈에
무용수들의 유무를 파악하고, 무용수가 서명 리스트에 사인을 하지 않아 의미없이 무용수를 기다리거나 공연이 지연되는 등의 혼란을 미리 막는
것이다.
▲ 무대 뒤 한쪽 벽면에 부착된 Sign Up Sheet
서명을 하고 난 후, 공연 스태프들과 공연자들은 짧은 미팅을 갖는다. 매 리허설 때 마다 해오던 것이지만, 공연날에는 이
미팅 시간이 더욱 귀중한 시간이 된다.
▲ 미팅 중인 무용수들과 스태프들
공연은 무대에 올라가 있는 무용수들도 중요하지만 무대 뒤에서 그리고 객석의 한쪽에서 공연을 완성시키는 사람들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한자리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뜻을 나누고, 그리고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그 자리에서 상기시키는 것이다.
▲ 몸을 풀며 무대감독의 지시사항을 듣는 무용수들
뿐만 아니라 무대감독은 조명의 상태, 무대의 상태, 무용수들의 상태, 스태프들의 상태 등을 확인하고, 가장 중요한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일러둔다.
▲ 조명 확인 중인 스태프
무용수들은 공연장에 도착 후, 따로 마련된 연습실로 이동하여 몸을 풀기 시작한다. 공연 전, 공연 중, 그리고 공연 후에
예상치 못하게 발생 할 부상에 대비하여 긴 시간 동안 몸을 이완 시키고 따뜻하게 만든다(Warming UP). 그 후 대기실로 이동하여 분장을
한다.
대기실은 공연장의 특성에 따라 아주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작품에 따라 대기실을 나누기도 하고 위의 사진처럼 성별에 따라
대기실을 나누어 쓰기도 한다. 대기실 안쪽으로 살짝 보이는 스크린은 무대(舞臺)를 보여주는 영상이다. 무용수들이 각자 나오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그리고 작품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음악과 함께 무대를 실시간으로 지켜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대기실 마다 설치되어 있다.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에서는 무대감독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무대 감독은 무용수들에게 공연의 시작과 인터미션 그리고
끝을 알려주고, 변동사항이나 응급상황 등 무용수들이 실시간으로 알아야 할 상황들을 전달해준다. 공연이 시작될 때나, 무용수들이 지쳐갈 때즈음
되면 스피커를 통해 격려도 잊지 않는 따뜻한 무대 감독들도 많다.
▲ 무대 옆에서 본 실제 공연
무대감독의 카운트 다운은 극장이 관객에게 개방이 된 후 부터 시작된다.
“30 minutes left (30분 전입니다).”
“20 minutes left (20분 전입니다).”
“10 minutes left (10분 전입니다).”
“Choreographer OOO’s dancers, please come to the stage right.”
(안무가 OOO의 무용수들은 무대 오른쪽으로 와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공연 10분 전에는 첫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들을 무대 옆으로 부르고, 공연시작에 차질이 없는지 확인한다.
“We start tonight’s show in 5 minutes (5분 후에 공연이 시작됩니다).”
공연 5분전에는 이미 무용수들이 무대의 오른편과 왼편, 각자의 위치에 서서 대기를 하고 있다. 무대감독의 ‘Standby
Dancers (준비)’ 메시지가 무대 뒤 스태프들을 통해 전달되면 무용수들은 공연이 시작됨을 인지한다. 그리고 ‘Dancers
Go(시작하세요)’ 라는 큐를 받으면 무대 위에 조명(照明)이 들어오고 음악이 흘러나와 드디어 관객과 마주하게 된다.
▲ Broken
Sorrow by Kim Elliott | Photo by Pyueunghun Baik
무대 위의 공연자들이 홀로 나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소통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돕는 수많은 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용수들에게는 관객과 호흡하는 그 짜릿한 순간도 아주 중요하지만, 그 귀한 순간을 위해
많은 스태프들과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그 준비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무대는 완성되었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통해 하나씩 채워져 나갈 때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으로 공연장을
채우는 관객들이 더해졌을 때 더 큰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