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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김은주는 10세때 어린 동생 "세 마리" 를 데리고 뉴욕땅에 먼저 오신 부모님과 상봉하러 "억지로" 이민을 왔다. 수원 꼬마 대장부가 이태리계/독일계 이민자가 많이 사는 이국땅에서 성장해 초/중/대에서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늘 개혁하고, 창작하고, 발전하고,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며 편지를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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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벌금내는 사람

글쓴이 : 김은주 날짜 : 2012-06-28 (목) 22:34:24

은주에게,

네가 근 20년 만에 한국에 나가려고 했을때...남동생이 걱정이 가득찬 눈으로 이렇게 말했지? "누나..또 벌금 내고 올테니까 이 voucher(공항에서 쓸 수 있는 세관 voucher) 갖고 가서 벌금 내. 누나한테 꼭 필요할거야..." 웃으면서 $150 짜리 공항 세관 voucher 와 용돈 쓰라고 한국돈도 주었어. 이럴 때는 남동생이 있어서 참 좋았지. 널 그대로 받아들이는 남동생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20년 전에 네가 한국에 나갔을 때도 공항에서 벌금을 냈고 그전에도 벌금을 냈지? 뭐 명품물건을 가져왔거나...아니면..옷과 신발을 너무 많이 사서 벌금낸 것도 아니고...책을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무게가 넘어서 벌금을 냈지. 늘 이렇게 벌금내고 다니는 너...책벌레가 아니라...책 수입꾼이 되버린거야.

넌 같은 책도 몇 권씩 사 가지고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지. 바리바리 사 가지고 친구들에게도 "이 책 좀 읽어봐" 하면서..그냥 준다.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주는 너도 엄청 기분이 좋지.

 


헌데...슬픈 현상은 책이 점점 없어진다. 종이로 된 잭은 점점 없어진다. 종이냄새 맡으며 읽는 것과, 한장 한장 넘겨가면서...줄 치면서 읽는 책 읽는것에 비하면 화면으로 (전화, computer, Kindle, etc.) 보는 책은 진짜 책이 아니다.

난 아직도 이메일 외에는 책을 computer 로 읽지 않는다. 아직도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니고, 애지중지하고 우리 집에서 발에 치이는 것은 다 책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게 아니라...그냥 책에 파묻혀 살고 있고 또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

네 시아버님께서 말씀하셨지. 당신은 아직도 원고지에 ink 냄새를 맡으며 글을 쓰셔야 한다고...그리고 나중에 computer 로 옮긴다고...이렇게 글 쓰는 사람은 ink 냄새를 맡아야 "살고" 넌 책속에 파묻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여름에 보는 겨울의 風景(풍경)이 묘하다. 그런데 네 아이는 눈에 파묻혀...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책에 파묻힌 것처럼..네 딸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느끼고 자신만의 상상을 하고 자신만의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 딸의 이런 모습도..우연이 아닌 것 같다.

책은 무게가 무겁다. 하지만 가슴을 가볍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다. 책에 쓰여진 글들은 가슴의 무게를 대신 들어주고 또 다른데로 옮겨주는 작업을 한다. 책으로 인해 늘 마음이 가벼워 진다. 그래서 벌금을 내고 늘 책을 바리바리 싸서 다니는 사람이 된 것같다...."it's worth it!"


  

예전에 어느 후배가 네 철학책을 (Philosophy 101 때 읽고 공부한 기초 철학책) 빌려가 돌려주지 않아서 완전 "책도둑..그리고 웬수"처럼 되었지. 물론 가볍게 생각 할 수도 있지. 그 책이 탐이 났거나..아니면 귀찮아서 책을 빌려가고도 돌려주지 않았거나 많은 이유가 있겠지.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넌 용서를 못했다. 수십년이 지나갔는데도..넌 그를 어렸을때 알았던 후배..로 생각하지 않고..그냥 책도둑이라고 생각을 한다. 넌 수도 없이 그에게 네 철학책을 돌려 달라고 말을 했다. 그는 "..누나..내 지하실에 내 책이 얼마나 되는줄 알아?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책을 찾는 누나가 이상하다..." 하면서 웃으며 넘기던 "책도둑" 난 용서가 안 된다.

 


내 딸들이 비록 책에 관한 벌금을 내더라도...난 그들이 책 도둑질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무심코 책 도둑질을 하는 사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사가 필요 할 것 같다. 넌 딸들에게...책을 귀하게 여기라고..특히 남의 책을 귀하게 여기라고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빌려간 것과 산 것과 또 도둑질하는 것의 differences(다른 점) 을 꼭 가르칠 것이다. 결국, 책 도둑질 하다, 남의 인생도 도둑질 해 갈 수 있고, 남의 자존심도 도둑질 할 수 있기에.

늘 남을 내려다보고 자신만 높이 평가하고 자랑하는 자는 책도둑처럼 남의 자존심과 worth 를 도둑질 하는 사람과 꼭 같다. 그래서 내 딸들에게 그리고 내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남의 인격과 자존심과, worth 와 책을 도둑질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꼭 주고 싶다.


   

내 딸들에게 책을 사랑하듯 사람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싶다. 물론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예수는 참 힘든 법을 만들어 놓으셨다. "모두 사랑하라..." 하셨는데...참 힘들다. 남의 자존심을 도둑질 하는 사람....자신이 최고로 잘났다고 착각 속에서 사는 사람들...그리고 생각없이 남을 헐뜯고 또 자신의 이익만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survive 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참으로 사랑하기 힘들다.

내 딸들이 서로 어쩔줄 모르게 사랑하는 것처럼..나도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참 힘이 든다. 인간은 미워하지 말고..그 사람의 죄와 행동을 미워하라고 하는데...왜 난 이런 관대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갖지 못할까? 그래서 도 닦을 필요가 있고, 그래서 글 쓸 필요가 있고, 그래서 생각할 필요가 있고...그리고 그 생각들을 친구들과 나눌 필요가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또 그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으면..벌금을 낼 필요가 있을까? 정말 우리 사회는 crime and punishment 로만 이루어지고...cause and consequences 로만 움직여지는 것인가?


 

어느 책에서 읽었다. "방대한 지식보다 배움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이 말이 맞다. 마음의 태도가 90% 의 성공가능성의 바탕을 만든다. "토끼와 거북이의" 옛날 얘기에서도 가르쳐주는 것처럼 성공을 꿈꾸고 꾸준히 느리게라도 걸어가는 거북이의 謙遜(겸손)과 꾸준한 마음의 상태를 배울 수 있고, 교만과 나태와 또 상대방을 괄시하는 토끼의 어리숙한 태도를 배우지 말아야 하는데....

여기 나오는 토끼는 나를 가리킨다. 여기 나오는 토끼는 내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내 생각과 내 행동을 책임져야 하는데...나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방심한다.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처럼 철저히 공부를 하라는게 아니다. 우리의 배움의 태도는 일생상활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내가 무었이 많으면, 나누면, 베풀면... 또 많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주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마음이 불편하고 외로울 땐, 늘 마음문을 열고 도움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혼자서는 절대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불어 사는 연습도 하고, 방심 안하는 연습도 누구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고개 숙이고..땅을 디디고 늘 배워야 한다는 자세로 사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낮은 곳에서 샘처럼 솟아오르듯 넌 grounded 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힘든 일들이 많이 있지만..상대적으로, 늘 생과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 네 학생들과 학부형들을 생각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몸에 junk food 만 넣는 네 학교 시민들을 생각하면서...네 문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문제인 것처럼 엄살은 안부렸으면 한다. 자신의 문제를 과대평가해도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차가운 눈 위에 눕더라도 뜨거운 心臟(심장)을 가진 사람은 늘 따스할 것이다. 책을 너무 많이 들고와 벌금을 내는 행복은 아주 큰 행복인 것처럼...자신에게도 가능성의 기대감을 하는 연습도 해야 된다.

행복은 누가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조립하는 장난감처럼 행복을 지었다 부셨다 할 수 없는 것처럼..우선 남에게 행복을 주는 연습을 하면...나에게도 행복이 절로 조립되고 설립되어 찾아 올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도 또 무슨 벌금을 낼 것인가? 내일도 또 무슨 태도로 그 벌금을 접할 것인가? 내일도 무슨 행복을 만들 것인가...잠시 얼큰한 김치찌개와 현미밥 한 그릇을 먹고 내 "행복의 나라"로 날아간다.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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