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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김은주는 10세때 어린 동생 "세 마리" 를 데리고 뉴욕땅에 먼저 오신 부모님과 상봉하러 "억지로" 이민을 왔다. 수원 꼬마 대장부가 이태리계/독일계 이민자가 많이 사는 이국땅에서 성장해 초/중/대에서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늘 개혁하고, 창작하고, 발전하고,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며 편지를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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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맘, 딸과 싸우다

글쓴이 : 김은주 날짜 : 2012-04-19 (목) 23:47:29

은주에게,

얼마전 딸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차 안에서 싸웠지. 처음으로 서로 맞대고 싸운 것이었지. 그 전에는 너 혼자 소리소리 지르고 딸은 흐느끼며 울었지만, 요번에는 딸이 당당하게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면서 싸웠지.

겉으로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만, 속으로는 네 딸을 대견하게 생각했어. 왜일까. 주눅들지 않고 엄마와 따지면서 싸웠기에. 그리고 딸과 엄청 친해졌지. 딸은 “...don't ever speak of that fight...(절대로 우리가 싸운것에 대해 말하지 말아요..)” 하지만...넌 “..I' m so proud of you. You were able to stand up for your rights and you said what you needed to say...(네가 엄마와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싸운 것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

 


너에겐 아주 귀한 쌍둥이 딸들이야. 명품을 渴望(갈망)하지도 않고, 남이 하는 것 다 쫓아가는 ‘겁쟁이’ 들이 아니야.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주장이 뚜렷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을 명백히 밝히지. 그러면서 마음이 여리지. 정이 많고. 유별난 엄마를 두어서 눈치도 많이 보고.

이런 환경속에서 넌 딸들과 애정표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하지. 넌 참 “만지기 좋아하는 사람” 이야. 이태리 사람처럼 손을 흔들며 말하고 고개를 움직이며 말하고 또 상대방을 gently touch 하면서 말을 한다. 이런 인간의 ‘touch’ 를 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사람도 너의 ‘touch’ 에 관해 불평하지 않잖아. 그들은 네 마음이 그 작은 ‘touch’ 로 인해 강력한 감성을 가져다 온다고 하지.

 


그리고 넌 늘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소리지르고 싸우고 가볍게 서로를 touch 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한 때는 너무나 감정적이고 목소리도 크고 또 흥분을 잘 해 늘 네 감정을 속이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보여주는 transparent 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심지어는 널더러 "꼴통" 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최근에 널 참 많이 위하는, 본심을 아름답게 보는 어느 분이...널더러 ‘romantic’ 하다고 말했지? “전 궁상을 잘 떨어요...” 했지만, 그 분은 “왜 그게 궁상이야? romantic 한거지. 넌 절대적으로 romantics(romantist) 야!” 하셨다. 그래, 넌 궁상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romantic 한 사람이야!

 


Romantic 하기에 딸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싸우고 나서...“그래, 넌 엄마에게 대들고 의견을 잘 표현해 참 대견하다..” 하고 말하나? Romantic 하기에 넌 사람들이 짓밟고 다니는 민들레 한 송이도 소중히 보여 camera 를 가까이 대고 찍어 국화꽃처럼 ‘표현’ 했을까?

Romantic 하기에 늘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먼저 보고, 우선 믿고 보는 것일까? 나중에 그 사람의 진실성이 나타났을때 비관을 하고 낙관을 할까? 넌 Romantic 하기에 늘 가능성을 먼저 보나? 그리고 실망을 할 때는 터무니없이 무너지나?

오늘도 넌 romantic 하기에 한 학생이 한 말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 어쩔줄 몰라했지 (Ms. Kim, Rigo really misses you. He will be back today and tomorrow, he'll be in school.) Rigo 라는 학생은 정말 말썽꾸러기였어. 방학 1주일전 자신의 나라 Dominica Republic 으로 미리 여행을 떠났지.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 하던중 난데없이 널 보고싶다고 한다는 말에...넌 순진한 소녀처럼 얼굴 빨개지면서 기분이 좋았지. 말썽꾸러기 학생이 선생을 보고 싶어하는 심정...어떤 심정일까? 결국 넌 romantic 하기에 이 아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걸까?

 


또다시 딸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말썽꾸러기 학생의 말에 가슴 두근두근 설레이면서...그리고 네 곁에 있는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romantic 한 사람은 바로 너다 하면서 미소짓는다.

그리고 오늘도 살만하다. 어깨가 아프고, 몸이 고달프고 할 것은 泰山(태산)이고 돈도 없고 가르치는 일도 힘이 들지만...넌 romantic 하기에 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한다. 넌 결국은 romantic 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순간, 널 romantic 하다고 말씀해 주신 그 귀한 친구를 생각하며 감사한다.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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