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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는 10세때 어린 동생 "세 마리" 를 데리고 뉴욕땅에 먼저 오신 부모님과 상봉하러 "억지로" 이민을 왔다. 수원 꼬마 대장부가 이태리계/독일계 이민자가 많이 사는 이국땅에서 성장해 초/중/대에서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늘 개혁하고, 창작하고, 발전하고,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며 편지를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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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자식들을 가르치는 교사

글쓴이 : 김은주 날짜 : 2012-02-21 (화) 02:34:12

은주에게,

생각나니? 네가 공립학교 교사된 동기? 한 25년 전 일이었을거야.

넌 변호사의 길, 나아가서는 학자의 꿈을 꾸면서 낮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리고 밤에는 대학원에 가서 사회학과 정치학을 공부했지.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와서 생각에 잠겨 곤히 잠들곤 했지.

참 열심히 활동했던 시절이야. 많은 단체에 들어가 STUDY GROUP 도 이끌고, 발표도 많이 하고 또 심지어 브루클린(Brooklyn) 에서 흑인들이 한인청과가게 ‘RED APPLE’ 을 불매운동(boycott) 했을때, 어느 신문기자로 인해 법정(法廷)에 서서 그 한인 상가주인들을 위해 통역도 하곤 했지. 아...벌서 25년이 넘은 일인것 같아.

 


그리고 지금 넌 어느 할렘(HARLEM) 초/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면서 인생공부 많이 하고 있지. 교사의 길로 들어가게 된 동기...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었던것 같다. 어느 중국인이, 시청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연락을 했지. 우드사이드(WOODSIDE)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교측과 한인학부모간 오해가 있어서 교육청에서 방문하는데 한국어 통역을 해 줄 수 있는지 의뢰가 들어와 그 날 학교도, 직장도 나가지 않고 통역자로 나섰지. 그 때 널 반갑게 반겨준 중국인 교육자, Dr. Susan Pien Hsu...50대 여성으로 중국 억양이 아주 심한 PhD 를 받은 수재 학자였지.

“Jennifer, 와 주어서 정말 감사해. 여기 Woodside의 초등학교에 비상이 걸렸어. 학교측에서는 한인학생들이 많이 있어 2중언어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법적으로 부모가 선택을 하고 15명의 이상의 학생이 특정 언어로 학습을 원하면 제공해야 한다는 법으로 인해 이중언어/이원언어 program 이 생겼다) 그 학교에 ESL(백인/유태인교사들)과 교장이 짜고, 한인부모들에게는 그 기회도 안 주고, 가짜 서명을 해 한국어 2중언어를 못 받게 하는 movement 가 일어나고...현재 있는 한인 2중언어 교사도 위태로운 상태야. 이렇게 불법으로 동양인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공립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게 하고 Spanish, Italian 그리고 사양(斜陽)길의 Latin 만 가르치게 되면..동양인 후손이 설 자리가 없게 되는거지. 이것은 단순한 공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civil rights) 의 문제야...”

어떻게 이 거대한 뉴욕시에서 우리 동양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공교육속에 한국어 2중언어 교육을 못받고 한인교사들이 교직생활을 못 하게끔 백인교사들과 유대인교사들이 불법을 행할까? 이것이 바로 동양인들의 CIVIL RIGHTS STRUGGLE 인거야. 흑인들이 겪던 CIVIL RIGHTS 의 STRUGGLE 을 우리 동양인들, 곧 한인들이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어.

마침 사회학/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던 너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 행동으로 공부의 이론을 실천하는 넌, 곧바로 진로를 바꾸어 교육자의 길로 나선거야. 그리고 대학원도 바꾸고 학위도 교육학으로 바꾸어 20년전 교직 생활을 WOODSIDE 근방 서니사이드 퀸즈(SUNNYSIDE, QUEENS) 에서 이중언어 교사로 교직을 시작했지.

그 날 이후 지금까지 아이들 곁에 “붙어” 있지. 그리고 행복해 하고, 힘들어 하고, 보람있어 하고 또 힘 빠지게 하는 일이 바로 교사라는 직업이고 사명감있는 삶의 목적이 된 셈이야.

 

최근에 어느 부모와 면담을 했지. 그 부모의 딸인 네 학생도 참석했지. 대개 3자 면담(교사-학생-부모)을 하니까. 그런데 이 부모로부터 넌 아주 “신선한 충격”을 경험했지. 딸이 학습태도가 부진하다는 이메일을 받고 직장도 빠져가면서 널 만나러 왔지. 그리고 네가 보는 앞에서 자기 딸을 아주 혼쭐을 냈어.

“네가 할 일은 교육을 김 선생님께 받는 일이다. 네가 할 일은 김 선생님으로부터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배우는 것이다. 김 선생님을 존경하고 네 책임을 다 하는게 네가 할 일이다. 만일, 네가 할 일을 다 하지 않으면...첫째, Disney World 여행 취소. 둘째, Computer/휴대전화 압수. 셋째, 할머니나 아버지가 불시에 네 학습태도를 관찰하러 학교에 올거다. 넷째, 네가 좋아하는 인형들과 다른 장난감 압수. 다섯째, 네가 좋아하는 친구랑 못 놀게 하고 여섯째, 매일 널 감시할 것이고...”

이 부모로 인해 신선한 충격과 함께 너 또한 정신이 바짝 들었지. 더욱 책임있게 학생들을 지도 해야지. 그리고 무한한 사랑과 관심으로 학생들을 지키고 가르쳐야지. 그 엄마는 전형적인 미국 흑인이고 그 동네에서 교사로 계신 분이었어. 그리고 이 엄마에게 난 아주 강력한 동지의식(solidarity)을 느꼈지. 엄청나게 행복했고 이런 신선한 충격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지.

그리고 넌 그 학부형을 통해 용기를 얻었어. 학부형의 아이를 더욱더 특별히 지도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모든 학부형이 이 분 같으면..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쉬워했지. 그리고 또 다짐을 했어. 내게 맡겨놓은 남의 자식들을 내 자식들처럼 열심히 사랑으로 가르쳐야겠다고.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우드사이드의 초등학교에서 Dr. Hsu 와 meeting 을 하기 전 잠시 한인 부모들이 모여 있는 교문밖에서 서 있었지.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부모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어. 어느 한 엄마가 이렇게 말 한 것을 생생히 기억한단다.

“아니 할 짓이 없어서 미국에 와서도 선생이야? 의사나 변호사가 되지 왜 선생이 되서 영어를 배워야 할 우리 애들한테 동양인이라고 한국어를 미국학교에서 배우게 하냐구. 내 참 기가 막혀서…. 한국인인 나도 싫은데 여기 미국교사들과 교장들은 얼마나 싫을까...”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긴 엄마가 어떻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식과 천박함이 철철 흘러나오는지. 얼마전 만난 흑인엄마/교사 (Ms Harris)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한인엄마의 귀싸대기를 후려갈기지 않았을까. 정신좀 차리라고. 지금 생각하면...그런 사람은 정말 한 번 혼찌검을 내고...제대로 민족성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당시(1987년)만 해도 이런 민족교육, 정체성 교육을 시키는 교회나 학원, 공립학교는 없었던 것 같아.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 학교에 통역자로 간 동기로...또 그 “무식이 찬란한 한인 학부형”의 발언으로 넌 교직을 선택했어. 그 길을 걸어오면서 겪었던 이런 일 저런 일..차근차근 뉴스로의 칼럼으로 털어 놓을거야. 한 한인교사의 교직생활과 또 그 사람이 보는 이민사회, 역사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 미국사회의 정체성 등을 다루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넌 늘 즉흥적으로 충동이 느끼는대로 하는 성향(性向)이 있지. 좋을때도 있지만, 이 성격이 남을 아프게 할 때도 더러 있는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느낀다.

너에게 “가을편지 같은 교사의 길” 이라는 글을 쓰고 싶어 질거야. 왜냐하면, 교사란, 늘 가르치고 배우고 또 가르치고 배우는 운명적인 삶을 가지고 태어났기에...그 운명을 무엇으로 대비하고...또 무엇으로 멈출 것인지...그리고 교직의 사명감은 신이 내린 사명감처럼 (목사가 되는길, 스님이 되는길, 랍비가 되는길)처럼 “신들린 사람”만 하는 일인가? 한 번 깊이 생각하고 싶어.

그리고 이런 reflection 을 통해 스스로의 성장을 돕게 될거야. 넌 늘 그렇게 실수하고 또 일어나서 배우고 또 실수하고 일어나는 “오뚝이 교사” 같은 사람이기에. 하지만 넘어지고 또 일어나는 일만 하지 말고, 넘어지지 않는 방식도 좀 연구하시지?

아름다운 나뭇가지와 낙옆 속에서 우거진 삶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넌 색깔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해. 숨쉬면서 신선한 공기를 내뿜으면서..남의 자식들을 가르치면서...

네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 서서 열심히 가르치고 본이 되는 삶에 게을리하면 안 된단다. 이런 다짐을 늘 하고 다른 선배들이 충고하면 잘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자세로, 겸손하게 익은 벼처럼 태양을 바라보는 ‘산 교사’가 되길 바란다!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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