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목사님, 귀중한 시간을 내어
저희들을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교회와 학교 모두 다 잘되시길 바라며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2. 03. 30 프랑수아, 티보, 빈센트, 토마, 폴 드림"
다섯 명의 프랑스 청년들이 와인과 사진 액자를 가지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액자에는 아담한 키의 프랑수아, 한국에서 입양을 간 티보,
호남형의 빈센트, 여드름쟁이 토마, 키다리 폴의 모습과
감사 문구가 새겨졌는데 이 액자와 와인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프랑스 청년들은 지난 1월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한국이 좋아서 강사가 됐거나
또는 어학원 강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이 청년들은 근로계약 위반과
사업주의 폭언 등에 항의하다가 不當解雇(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너무 억울해서 한 변호사를 찾아갔지만 바위에 계란 던지기라며
소송을 포기하고 다른 어학원에서 일하는 게 이익이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보디가드를 동원해 위협하는 등 사업주 수법이 비인간적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담을 하러 찾아왔습니다.
2012년 4월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14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한국사람 중 가장 나쁜 사람은 외국인을 종처럼 부리고,
그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면 이방인의 약점을 이용해 내쫓는 사업주입니다.
이들은 임금 착취뿐 아니라 人權侵害(인권침해)를 일삼으며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시킵니다.
이러한 피해자는 주로 가난한 아시아 노동자들이 많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찾아온 교수, 강사, 엔지니어 등 전문직 피해도 늘고 있어서 대책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은 선량한 사업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방죽을 다 흐린다는 옛 말처럼 일부 사업주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노동자들도 부당해고를 당하면 속수무책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 신분 상 약자인 외국인노동자들이
진정서나 고소장을 들고 노동부나 법원을 찾는 일이 과연 쉬울까요.
프랑스 청년들의 억울함을 토대로 고용노동부 지청을 찾아 갔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의 절차를 차례로 밟았습니다.
그랬더니 프랑스어학원의 사업주가 합의를 하자고 해서 학원을 찾아갔습니다.
합의는커녕 노무사를 대동한 사업주는 뻔뻔하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저도 30년 넘게 노동문제 상담을 하면서 한 우물을 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사업주로부터 바가지로 욕을 얻어먹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한 달 동안 집회신고를 냈습니다.
학원 앞에서 요란스럽게 규탄 집회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해고수당 한 푼 없이 쫓아내려던 사업주가 먼저 한 달치 월급을 지급했습니다.
또 지방노동위원회에 불려 나왔고 한 달 반치 추가지급을 하고 일단락 됐습니다.
나쁜 한국을 겪었던 다섯 청년은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좋은 한국을 가슴에 담습니다.
그렇게 맺어진 프랑스 청년들과의 因緣(인연)은
자신들의 필요만 챙긴 채 그냥 끝났을까요?
"제 엄마는 베트남, 아빠는 프랑스! 그러니까 저도 다문화가정 출신입니다.
목사님 하는 일을 보면서 저도 다문화-이주민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잘 생긴 빈센트가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도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밝히면서
월급은 적어도 NGO '지구촌사랑나눔'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프랑스 다문화 출신 빈센트를 특별채용을 했고, 이제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생모에 대한 궁금증? 관심 없어요.
저의 조국은 프랑스이고 저는 지금 행복해요!"
영락없이 한국 청년인 티보는 한 살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고 했습니다.
티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그냥 '행복'하다면서 자꾸 고개를 숙였습니다.
뿌리를 찾기 위해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갔지만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버린 고국을 찾았는데 부당해고로 괴롭게 하는 한국은 티보에게 무엇일까요?
"목사님, 저는 프랑스에서 한 달 뒤 결혼식을 하겠습니다.
저희 결혼식 主禮(주례)를 맡아 주세요?"
폴은 다섯 친구 중에서 유독 싱글벙글 웃음을 짓습니다.
결혼식을 앞둔 신랑이어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입니다.
게다가 폴의 伴侶者(반려자)가 될 오월의 신부는 한국에서 만난 중국동포 여성입니다.
우와! 그냥 남이 아닌 인연이어서 더 기뻤습니다. 이게 핏줄의식일까요.
프랑스에 가서 꼭 주례를 서겠다고 덥석 약속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섯 청년은 나쁜 한국인을 만났고 그로 인해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만약 그 불쾌함을 안고 돌아갔다면 청년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로 남았을까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는데 좋은 친구로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프랑스 청년들은 벌써 지구촌학교 자원봉사자들이 되었습니다.
서울에 프랑스 공동체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 아시겠죠!
다문화 희망의 종을 울려주세요.
김해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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