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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라고 다 같은 개가 아니더라’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1-02-18 (금) 04:17:39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수만의 청중들의 함성과 응원 그리고 박수갈채. 여기저기서 불어대는 휘파람 소리, 수도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불빛들.....

 

얼핏 보면 일반 스포츠 경기장 풍경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관중석에서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소리를 듣노라면 바로 여기가 ‘도그 쇼’가 열리는 현장임을 실감케 한다.

 

14일, 15일 양일간에 걸쳐 맨해튼 34가 있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 경기장에서 열린 웨스트 민스터 케널 클럽의 독 쇼 'The 135th Westminster Kennel Club Dog Show' 를 찾았다. 턱시도와 이브닝 드레스를 갖춰입고 경기장을 찾은 적지 않은 수의 청중들을 보면서 135 년이란 햇수 이상으로 이 대회의 권위와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4일과 15일 케널 클럽의 상징인 보라와 노란색으로 불을 밝혔다.

이 대회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미국 최고의 개를 선발하는 ‘베스트 인 쇼 (Best in Show)’이다. 각 7개의 그룹에서 뽑힌 7마리 중에서 선발하는 것으로 명실공히 ‘최고의 개’ 라는 명예와 영광을 누리는 자리이다. 175 견종이 한데 모여 이틀간에 걸쳐 2600 여 마리가 경합을 벌이는 자리이니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그 열기도 뜨겁다.

 

▲ 토이 그룹의 피키니스 Pekingese from the Toy group

 

▲ 논 스포팅 그룹의 샤페 Shar-Pei from the Non-Sporting group

 

▲ 허딩 그룹의 비어드 콜리 and the Bearded Collie from the Herding group

일년내내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를 거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후에 마침내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이 무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2600 마리가 아니라 수만 마리의 경합을 뚫고 영광을 안는 것으로 봐야 맞을 것 같다.

 

 

▲ 스포팅 그룹의 블랙 칵커 스파니엘 Black Cocker Spaniel from the Sporting group

 

▲ 워킹 그룹의 포르티기쉬 워러 독 Portuguese Water Dog from the Working group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큰딸 말리아가 개털 알러지가 있어서 특별히 엄선되어 백악관에 입성한 종으로 유명하다. 일명 '오바마 독'이라고 불리운다.


 

▲ 테리어 그룹의 스무드 퐉스 Smooth Fox Terrier group

한국에서 애완견이라는 단어보다는 '개'라는 단어를 듣고 자란 세대의 내게 십여년 전 처음 접했던 맨해튼의 ‘독 쇼’ 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이 지구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견종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그 화려함에 놀랐던 기억들이 새롭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개 라고 해서 다 같은 개가 아니더라’는 사실.

 

▲ 심사위원이 양 손으로 뒷다리의 근육을 훓어내려보고 있다.

 

▲ 힉커리(Hickory)와 핸들러와 함께 뛰고 있다. 힉커리의 본명은 쥐씨에이치 퐉스클리프 힠커리 윈드 'GCH Foxcliffe Hickory Wind'. 정말 길기도 하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나 쇼에 나온 개 들 거의가 이렇듯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혈통을 드러내기 위해서 일부러 긴 이름을 붙이는것 같다.

어릴적 우리집엔 항상 개가 있었다. 덩치가 컸던 독일 세퍼드 ‘메리’, 흰 털이 눈부셨던 스피츠 종 ‘해피’, 항시 바들바들 떨던 주먹만한 크기의 치와와 종 ‘빠삐’ 등이 있었다. 왜, 서양이름 일색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쉬운 이름이던 것만은 확실하다.

 

▲ 베스트 인 쇼 를 위한 최종 심사. 핸들러가 마지막 자세를 교정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독 쇼에서 만난 적지않은 개들 대부분 무지하게 긴 이름들을 갖고 있었다. 길기도 할 뿐만이 아니라 더러는 챨스 2세, 죠지 5세 등 이런 식의 이름도 있다보니 개의 이름인지 유럽 왕가의 이름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 심사위원들이 수상 발표에 앞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쇼 독(Show Dog)’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이웃집 개들과는 전혀 다르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태어나기 이전부터 브리더(Breeder)를 통해서 엄선된 개의 교배혈통을 받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발육상태와 조건에 따라 결정되어지고 핸들러(Handler)와 그루머(Groomer)를 통해서 훈련되어지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쳐야만 쇼 독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 것이다.

 

▲ 심사위원을 맡은 파올로 돈디나(Paolo Dondina)씨가 수상 발표에 앞서 '모두가 너무 훌륭하다'는 심사평을 하고 있다.

 

▲ 객석의 표정들. 몇해전 베스트 인 쇼 최종 심사를 맡았던 일본계 미국인 심사위원인 야마다(Yamada) 씨도 보인다.

 

심사하는 것을 보면 ‘타입(Type)’, 건강상태를 보는 ‘사운드니스(Soundness)’, ‘퀄리티( Quality)’, 균형을 보는 ‘밸런스(Balance)’, 상태를 보는 ‘컨디션(Condition)’, 성격이나 기질등을 보는 ‘캐릭터(Character)’ 등으로 나뉜다. 즉, 체격, 근육, 이빨, 모질, 두개골의 각도, 소리에 대한 반응, 핸들러와의 호흡 등을 두루 보게 되는데 거기에 수많은 쇼를 통해서 다듬어진 ‘품성’ 또한 암묵적으로 무척 중요시 된다고 한다.

 

▲ 미국 최고의 개 'Best in Show'의 영예를 안은 힉커리. 버지니아출신의 85파운드의 5살박이 암컷이다. 스카디시 디어 하운드(Scottish Deerhound) 종으로는 1877년이래 처음 베스트 인 쇼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파올로 돈디나 심사위원은 히커리가 눈빛과 걸음걸이, 행동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것 같은 느낌을 줄만큼 환상적이라며 심사의 변을 밝혔다.

한마디로,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하지만, 후천적으로는 여러 사람들 손을 거쳐야 하고, 마지막으로 돈이 있어야만 만들어지는게 소위 말하는 ‘쇼 독(Show Dog)’이다.

 

▲ 피키니스 종은 참 사진 찍기도 힘이 든다. 겨우 건진 앞모습이다. 

쇼에서 만난 한 개 주인에 의하면 최소 5명 전후의 사람들이 미 전역에 있는 40 여회의 쇼를 찾아가게 되는데 일년에 10만불은 너끈히 들어간다고 귀띔해 주었다.

 

▲ 파우더를 열심히 바르고 있다. 마치 여성들이 얼굴에 분을 바르듯 쇼 개들도 집중적으로 받는다. 화장발이 있어야 시각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은 인간세계나 동물세계나 매 한가지이다.

그래서 그럴까? 각 각의 심사를 통해 입상을 하게 되면 특히, 최고의 개로 선발되는 순간에 보면 눈물짓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개 주인이고, 함박웃음 속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악수를 나누느라 바쁜 이들을 보면 대부분이 ‘파트너 들’이다.

대략, 최고의 쇼 독 한마리를 키워 내는데 두세명 정도의 투자와 재무를 담당하는 파트너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공식적으로야 주인은 하나지만 결코 한 주인의 개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 미용술이나 화장술 없이 예뻐지긴 역시 힘든것 같다. 한시간째 털을 깎고 매만지는데도 묵묵히 견디어 내고 있다. 미인의 길은 멀고 먼 여정이다.

‘독 쇼(Dog Show)’를 보면서 왜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 대회가 겹쳐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분명, 인간과 동물의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지만 쇼를 진행하는 과정과 무대 뒷면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너무도 닮은 꼴을 볼 수 있다.

 

▲ 쌍둥이 처럼 보이는 사모이드 두마리.

특히, 무대 뒷 면을 보면 개들 특유의 냄새로 가득하고, 미용실 이상으로 잘라내고 정리한 털들이 헤어 드라이어 돌아가는 소음(騷音)과 함께 풀풀 날리고, 이쁘게 보일려고 수도 없이 뿌려댄 파우더 가루가 난무하는 가운데 말로 할 수 없는 긴장감과 날카로운 신경전, 그리고 날 선 무례함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

 

▲ 넘치는 인파와 넘치는 쇼에 출전한 개들이 한공간에 있다보니 실내의 공기가 탁하고 덥다. 한 녀석이 바닥에 널부러졌는데 일종의 데모 같다는 생각이 든다.

TV나, 카메라 앞에선 이미지나 선전내지 광고를 위하여 한없이 부드럽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구경나온 어린이들의 고사리 손과 사랑스럽다며 다가가는 애견인들의 손길을 야멸차게 거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 우리속의 '불 마스티프'(Bull Mastiff)는 보기 딱하다. 무려 200 여 파운드의 '한 덩치'들이라서 좁은 철창속의 모습이 무척 지쳐 보인다.

주인들 중에는 개를 좋아해서 개를 자랑하고 싶어서 온 이들도 많지만 사업적인 마인드로 무장하고 와서 쇼를 빙자(憑藉)해 ‘장사’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들도 많다.

 

▲ 이동용 우리들 속에 무대 뒷 모습털을 빗기는 브러시 들과 헤어 스프레이 등 애견 미용을 위한 전용 화장품(?) 박스가 있다.

그런데 쇼를 보면서 의아한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많고 많은 개들이 좁게 운집한 공간에서 개 짖는 소리가 없고 (더러 컨트롤 안되는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없음) 개들의 본질적인 특징인 ‘서로 냄새 맡기’가 거의 없다는 것. 물론, 훈련에 의해서 그렇게 만들어졌을테고 그렇게 사람 손에 길들여졌다는 것을 알겠지만 뭐랄까? 개의 본질적인 특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게도 보인다.

 

정말 개를 사랑해서 개를 개가 아닌 ‘가족’ 이라고 부른다면 아무리 그 명예가 욕심나고 좋아보여도 쉽게 쇼에 나설 수 없을 것 같다. 무대 위에 올라가는 시간과 용변 보는 때를 제외하곤 우리에 갇혀 있는 것은 기본이고 카메라로부터 개를 지켜내고 보호할 목적으로 커버를 씌워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걸 보면 감옥과 다름 아닌 곳이 쇼의 뒷 무대이다.

 

▲ 사람도 피곤하고 개도 피곤하고. 피곤할때는 누울 자리에 대한 체면이고 뭐고 가릴게 없어 보인다.

하루 종일 치장하고, 온 몸 맛사지를 받고, 정해진 스케쥴을 따라 꼼짝없이 움직이고, 출장을 밥먹듯이 다녀야 하고, 우아한 포즈로 곧은 자세로 멋을 뽐내야하고, 좋은 점수도 받아야 하고, 화려한 명성(名聲)으로 모든 이들의 칭송과 찬사와 손길을 보장받는 쇼 독이 나는 웬지 좀 안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겉으론 화려하지만 힘들고 외롭게 보인다.

 

▲ 개들을 운반할 때 쓰는 이동용 우리들.

유년기 우리 집에서, 우리 동네에서 만났던 개들이 기억이 난다. 족보는 커녕,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던 녀석들, 이름도 촌스럽고, 지저분하기가 짝이 없던 녀석들, 흙속에서 뒹굴고, 지들끼리 어울려서 더러 우리들을 난감(!)하게도 만들던 동구 밖 개들. 점이 있다고 점순이, 진도에서 온 진돌이, 영락없이 곰을 닮아서 곰순이, 얼룩얼룩하다고 해서 바둑이.....스타 급 견공들이 넘치는 이 화려한 쇼 현장에서 왜 이 녀석들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 3단으로 된 미용도구 박스. 맨 위에 붉은 혹은, 빨간 립스틱을 바른 퍼그 사진 한장이 재밌다.

 

▲ 크로키 제목 Dog Croquis 2007 마분지에 목탄. Show Dog 들 역시도 연예계 스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개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스스로도 '인간인지? 개 인지?' 헷갈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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