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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움직임과 느낌을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크로키는 카메라의 ‘스냅샵’과 비슷하다.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뉴욕에서 십수년간 천착하며 작가의 붓끝을 거친 다양한 인종의 누드 모델만 1천명에 달한다. 크로키속에 담긴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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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은 시름속에 선명하더라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3-05-01 (수) 00:39:21

 


 

 

“여러분! 여기저기 막 쑤시고 아프지 않으세요? 까닭 없이 서럽고 서글프거나 하진 않으시던가요? 무릎이 아파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죽기만큼이나 싫고 지하철 타자마자 체면이고 뭐고 빈자리부터 있나 두리번거리게 되진 않으셨어요? 이 좋은 봄날에 꽃구경 가기도 겁나시지요?”

 

 


▲ 봄 꽃은 필때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꽃잎조차도 아름답다.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여서 대략 45세부터 75세 까지 되는 200 명 정도의 인원이 빼곡하게 앉아있던 강당. 나는 밖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참이었다.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강사의 ‘수고 하셨습니다’ 라는 인사와 박수가 터지고 있었다.

 

 

그때 ‘잠시만 양해 구하겠습니다. 모두 앉아 주십시요’ 라면서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던 사람의 첫마디가 저랬었다. 주섬주섬 일어서던 이들이 다시 앉으면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암 그렇다 마다’ ‘바로 내 이야기’라며 뜨거운 맞장구를 치면서 분위기도 후끈 달아 올랐다.

 

건강보조 식품을 취급한다는 이는 꽤나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햇수로도 오래된 그때 들었던 질문이 요즘 들어서 내 머리속에 꽃히고 있다.

 

 

“언제 자신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고 실감 하십니까?”

 

 


 

미지에 대한 여행이나 새로운 체험 등이 조금씩 귀찮아지고 시들어질 때, 지하철 타자마자 빈자리가 있나 두리번 거리지는 않아도 앞자리가 비면 당연하다는 듯이 앉게 될 때, 식당에 가서 메뉴판에 쓰인 글씨가 안보여서 종업원에게 물어봐야만 할 때, 몸의 움직임이 예전처럼 민첩하지가 않다고 느낄 때, 자고 일어나서 손가락 마디들이 부드럽지 않아서 뻑뻑하게 느껴지던 아침들이 늘어나거나 의자에서 일어설 때 옛날처럼 벌떡 일어나지 못할 때, 즐겨 들던 크고 묵직한 가죽 가방 대신 천으로 만든 가벼운 가방의 숫자가 늘어갈 때…….

 

 


▲ 한 무리의 노인들을 보면서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이 만개하는 4월은 대조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터득하게 되는 달이기도 하다.

 

 

외출 할 때 웬만하면 빈손으로 나가려고 하고 무채색(無彩色)의 옷들이 멋있고 세련되었다고 믿었던 것이 어느 한 순간 화사하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한 빛깔의 옷에 시선이 팍팍 꽂힐 때, 길을 지나거나 공원 혹은, 지하철 안에서든 아이들의 천진한 짓이나 웃음을 볼라치면 모르는 이들에게도 꼭 한마디 씩 말을 거들게 될 때, 건강보조라는 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외면하던 내가 언제부턴가 살짝이 관심을 보이게 될 때…….

 

 


▲ 공원에 그것도 계단에 사람들이 누워있다. 햇볕이 좋아서도 그렇겠지만 히야신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향기가 그자리에 마냥 드러눕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아직 허리와 무릎이 쑤신다거나 까닭 없이 서러워서 눈물이 나거나 지하철의 빈자리를 찾아 총알처럼 튕기듯 가서 꿰차고 앉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래, 나도 이제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조용히 실감하고 있다.

 

 


▲ 가장 키가 낮게 피는 꽃잔디의 분홍빛깔의 때깔이 곱다. 분홍은 봄을 상징하는 빛깔로는 당연 으뜸이다.

 

 

미국내 여행을 다니면서 가는 지역마다 소문난 햄버거와 스테이크 집을 순례객(巡禮客)처럼 찾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던 모습과는 달리 웬만하면 집에 남은 찬으로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도시락조차도 즐겁게 고집하는 횟수가 많아졌음을 느낄 때, 어려서 자주 먹곤 했던 옛 맛에 대한 향수가 진해지면서 직접 쌀을 불려 떡을 만들거나 손두부 만드는 실험을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미국 콩을 대상으로 콩나물 기르는 법을 연구하고 모기향 전열기를 이용해서 청국장을 띄우는 번잡함도 마다않고 부지런을 떨 때 내가 나이 들고 있음을 느낀다.

 

 


 

 

화려한 상차림 보다는 두어가지 소박한 나물과 장아찌로 차려낸 밥상에 감동하고 오래전에먹었던 옛 맛을 찾아내기 위해 커피 마시는 시간보다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뭔지 모르지만 나이가 첨가된 변화가 있음을 체득하고 있다. 마치, 바다에서부터 태어난 강바닥을 향해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회귀본능(回歸本能)처럼 이 또한 나이들어 가는 과정중의 하나로 보인다.

 

 


 

해마다 수십 통 직접 써서 주고 받던 편지와 연하엽서의 횟수가 줄고 이젠 연락이 오면 좋지만 어느날 끊어져도 무소식에 염려하거나 안달복달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웃이든 친구든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전에는 못내 서운하고 아쉽고 했던 것도 이젠 ‘때가 되니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는 것’ 이란 생각에 이르면서 누구 말마따나 가는 사람 붙잡지도 않고 찾아오는 이를 향해 버선발로 뛰어 나가지도 않게 되었다면 적당한 비유(比喩)가 될까.

 

 


 

떠들썩한 뉴스나 사건을 접해도 그리 놀라지 않게 되고 나름 저변의 동기와 이유가 있었겠다 여겨지고 말하는대로 곧이곧대로 믿는 어리숙함도 줄어들고 있다. 특종이라고 하는 보도 속에서도 숨겨진 진짜 뉴스가 있음도 감잡게 되었고 ‘진실’ 이라고 우격다짐 해대는 속에서도 진실과 거짓이 조용히 구별되는 법도 터득해가고 있다. 걸핏하면 ‘나라를 위해서 애국심의 발로(發露)’ 라고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이들의 입들을 통해서 세속적인 셈과 때가 꼬장꼬장하게 묻은 이중성과 가식적인 면면을 가늠하게 하는 눈도 길러지고 있다.

 

 


 

 

어찌보면 나이 들면서 세상사 대충대충 적당히 야합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희다고 우기는 언성에서 검은 것을 보게 되고 빨갛다는 억지 주장 속에 실은 푸르름이 존재하고 있음을 미루어 보게 된 것은 ‘꺽어진 백세’를 넘어가면서 얻게 된 그나마의 수확이 아닌가 싶다.

 

 


 

웃기는 비유를 들자면, 늘어나는 짬빱(군대의 식사를 일컫는 은어) 횟수만큼 그리고 국방부의 쉴새없이 돌아가는 초침만큼이나 제대할 날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반증(反證)이 되듯이 사람들도 해를 더하면서 먹는 밥그릇 수만큼이나 세상의 물정이랄지 이치랄지 사람들의 속성이랄지 하는 것이 조금씩 감이 잡히고 있다고 표현이 될 듯 싶다. 물론, 이러다가도 예상치 못한 선수들에게 걸려 패가망신(敗家亡身) 하는 경우도 허다해서 낙관할 일도 방심할 일은 못되지만 말이다.

 

 


 

더러 방송에 나오는 개그나 코미디 속에 ‘그래, 늙은 것도 자랑이냐?’ 라는 말을 듣곤 한다.욕심 사납거나 심술쟁이 노인의 황당함 내지는 망령된 짓을 풍자(諷刺)하는 것이지만 늙음이 마치 젊은이들로 하여금 ‘공공의 적’ 처럼 여기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자아낸다.

 

 


 

젊음과 나이듦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노쇠함을 붙잡기 위해 시간과 돈 노력을 쏟는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안간힘도 써보지만 어디 그게 정답이 되겠는가? 그저 임시방편(臨時方便) 정답 행세를 할 뿐.

 

 


 

주책맞게도 아니면 어리석게도 인간은 늙지 않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무리하게도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언감생심 될 성 싶은 바램인가? 물론, 나이 든다는것이 야구장에서 홈런이 터질 때처럼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반길 일은 아니지만 구박할 일도 타박할 일은 더더욱 아니며 겁낼 일도 아닌 것이다.

 

 


 

 

올 4월에 들어서니 봄꽃들이라 불리는 게 그리도 많은지, 어쩌면 하나같이 섭리(攝理)에 맞춰 오묘한 색과 오롯한 형태로들 앞다투어 피어나는지, 꽃에서 나는 향기는 어찌 그리도 몽환적인지, 절기에 따라 무릎 아래의 낮은 곳에 사는 들꽃과 풀꽃들이 피고 나면 이어서 키 큰 나무로 올라가면서 꽃들이 핀다는 것 역시도 처음 알았다. 자연의 이치에 맞게 순서를 거스르지 않고 수선화, 개나리, 목련, 벚꽃들이 차례차례 마치 번호표라도 받은 듯 이곳저곳에서 정신없이 팡팡 터지는 소리를 내며 꽃을 피워대고 있다는 ‘보고, 듣는’ 그런 놀라운 경험도 했다.

 

 


▲ 아르헨티나에서 온 내 친구 나탈리아. 벚꽃 속에서 피는 한떨기 꽃처럼 이쁘다.

 

봄꽃들은 이상하게도 깊은 시름과 고난을 겪고 지나면서, 주위에서 가슴 아린 작별을 하는 횟수가 늘면서 즉,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날과 경험이 늘어나면서 꽃들은 더욱 선명하고 오롯하게 하나하나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노라고 그리고 나아가서는 소리로까지 들리는듯 싶었다. 지난 2012년의 4월이 생사를 넘나든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인지 올해는 봄꽃을 보는 눈 수준을 넘어 귀까지 트인 것은 아닌지…….

 

 


▲ 그림자를 통해서 짐작되는 꽃 송아리들이 몽실몽실 할것 같다

 

 

시인 안도현씨가 쓴 작품중에 이런게 있다.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이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제목이 ‘애기똥풀’ 이라서 대체 이게 뭔가하고 찾아보니 야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그런 눈에 익은 노란 들풀이었다. 양귀비과 한해살이 풀로 그늘진 곳에서 군락(群落)을 이루며 피며 약용식물이라고 나와 있다. 많고 많은 이름 중에서 하필 그렇게 붙인 이유가 뭘까 알아보니 줄기를 자르면 냄새가 나는 노란 진액(津液) 같은 게 묻어나는데 이를 아기 똥에 빗대어 부르는 이유라고 한다.

 

 


www.en.wikipedia.org

 

 

바야흐로 50대를 일러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나잇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시인처럼 서른다섯은 고사하고 쉰 셋이 되도록 애기똥풀이란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산 사람도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겐 인생을 맛을 알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들풀이나 들꽃 아름다운 줄도 이제서야 알기 시작했으니 이름부터 하나씩 알아가야 하는 그런 오십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야지 팔십 되어서 뒤늦게 철이라도 들어 다행이라는 소리라도 얻어 들을 게 아닌가 말이다.

 

 


 

시는 내게 이렇게 읊조리고 있다.

 

‘애기똥풀이란 이름조차도 들어본 적 없었던 것이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 제목 A Figure Croquis 2012 종이에 물감 / 모델의 뒷모습에서 '아이고 무릎이야......' 라는 소리가 절로 들리는듯 싶다. 나이드는것이 그리 녹녹하지야 않을테지만 그렇다고 겁먹을일도 아니고 두려울것은 더 더욱 아니다. 늘어나는 밥그릇 수에 비례해서 4월에 피는 봄 꽃들을 바야흐로 즐기게 되는 여유도 얻게 되는 것이 나이가 주는 선물이 아닐런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09:53:15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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