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와이로의 여행을 한번쯤 상상(想像)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살면서 ‘하와이’를 은근히 동경(憧憬)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에게 허니문으로 유명해서일까? 무지개의 천국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풍광때문일까?
수도 없이 들었지만 도무지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방법을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여행을 가는 사람이다.
대학 4학년 때 마지막 학기 24학점을 들어야 하는 무리를 해야 했지만 가을학기를 하와이서 보내는 교환학생의 결단을 내렸다.
내가 4개월 동안 공부(?)를 하게 된 곳은 하와이 섬 의 힐로(Hilo)라는 도시다. 왜 하와이 주가 아니고 하와이 섬이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하와이는 크게 니하우, 카우아이, 오하우, 몰라카이, 라나이, 마우이, 카호올라웨, 하와이 등 8개 섬으로 이뤄졌고 그 중 최대의 섬이 바로 하와이 섬이다.
주의 이름도 하와이고, 8개의 섬 중 하나도 하와이인 셈이다. 이름의 혼란때문인지 하와이 섬은 별칭 ‘빅 아일랜드(Big Island)’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하와이 섬은 크지만 인구 밀도(密度)는 아주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우 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큰 도시로 인구 집중 현상이 나타나는 건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와이 하면 아름다운 야자수(椰子樹)들과 바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상상하지만 힐로는 조금 다르다 야자수는 있는데, 연중 강우량이 무려 3500mm, 거의 매일 비가 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를 정말 싫어하는 나로선 정말 괴로운 하루하루였던 것 같다.
왜 힐로에는 그렇게 비가 오는 것일까. 힐로에는 ‘오히아 레후라(Ohi’a Lehua)라는 나무가 아주 많다. 전설에 의하면 불의 여신 페레(Pele)가 결혼하고 싶은 오히(Ohi’a)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오히는 이미 레후아(Lehua)라는 부인이 있었기에 여신을 거절한다.
화가 난 페레는 그를 나무로 만들어 버렸고 부인 레후아는 크나큰 슬픔에 빠진다. 레후아를 가엽게 여긴 신들은(하와이에는 신이 정말 많다) 그녀를 그 나무의 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만약 오히아 레후라 나무의 꽃을 꺾으면 사랑하는 연인의 헤어짐에 슬퍼 하늘이 비를 내린다고 한다.
이런 애절한 전설(傳說)이 있기는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마우나키아(Mauna Kea , 4205m)는 거대한 화산이 섬 중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름이 산에 부딛쳐 섬 반대 쪽으로 넘어 가지 못하고 힐로에 비를 뿌리는 것이다.
▲ 저 뒤로 마우나키아가 어렴풋이 보인다
마우나키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볼까 한다. 마우나키아의 정상은 하와이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유일하게 눈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와이에서 눈을 볼 수 있다구? 눈을 휘둥그렇게 뜰 수도 있지만 마우나키아의 정상(頂上)은 여름에도 올라가면 겨울옷이 필요할 정도로 춥다. 또 꼭대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우주 관측소(宇宙觀測所)도 자리 잡고 있는데 아름다운 일몰 후 이어지는 별들의 잔치를 보고 나면 왜 그곳에 우주관측소가 있는지 이해가 간다.
▲ 여기가 마우나키아 정상. 완전 겨울 분위기다.
신기한 것은 4205m의 높이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소개한다는 것인데, 이유는 해수면 밑의 높이까지 포함하면 10000m가 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우나키아의 절반도 못보고 있는 것이다.
마우나키아 때문에 힐로에 비가 많이 온다면 반대쪽에 있는 도시는 당연히 비가 잘 오지 않는다. 그 중심 도시가 바로 코나(Kona)이다. 서울에서 직항 노선(지금은 없다) 있었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코나 커피의 생산지이다.
이곳은 하와이 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마우나키아 덕분에 날씨도 항상 맑을 뿐더러 엄청난 모래를 오하우에서 퍼와 백사장(白沙場)을 만들어 놓아 해수욕하기 아주 좋다.
지금 생각해 보니 코나에는 오히아 레후라 나무가 없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필자도 확인해 보지 못했으니 직접 여행을 가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힐로는 비도 많이 오지만 해안가가 화산암(火山巖)으로 이뤄져 아차하면 발을 베이거나 큰 사고로 이어져 해수욕하기는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야생 바다거북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이유에서인지 힐로에는 거북이를 신성시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처음 바닷가에 갔을 때 내 옆에 나타난 거북이를 보고 정말 너무 놀랬다.
한편으로는 야생거북이를 이렇게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존된 힐로의 바다가 부러웠다. 해운대였다면 둥둥 떠다니는 소주병을 보고 놀랄 텐데 말이다.
이래저래 하와이섬 이야기를 쓰다 보니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인종차별(人種差別)도 없고 아름다운 바다와 날씨(힐로의 비는 좀 그렇지만..) 때묻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이 너무너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