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년 전부터 텔레비전에서 요란하게 광고를 때리던 대국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육상 관심도를 봐서는 그리 알맞은 개최지는 아닌 것 같지만, 일단 하늘은 개최를 축하라도 하듯이 7, 8월 내내 내리던 비도 멈춰주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파란 하늘도 제공 해주고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관심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 우사인 볼트 인 것 같은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자메이카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100m 에서는 뛰어 보지도 못하고 실격(失格)을 해서 아쉽답니다. 200m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팝 퀴즈 한번 해볼까 합니다. “우사인 볼트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요?” 이 질문을 보며 콧방귀를 뀌며 “자메이카지!” 라고 하시는 분이 있을 같네요.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가겠습니다. “자메이카는 어디 있을까요?” 아프리카 아닌가 하면서 구글 창을 여시고 있을거 같은데 아닌가요? ^^
저도 사실은 어렸을 때 ‘쿨러닝’ 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만 해도 아프리카의 한 나라인 줄 알았습니다. 영화 주인공들도 다 흑인이고 더운 나라라고 하면 아프리카 라는 선입관(先入觀)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총알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나라 자메이카를 알아볼까요. 자메이카는 카리브해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섬 나라 입니다. 레게를 좋아 하시는 분이라면 잘 알고 있는 밥말리(Bob Marley)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요 근래 녹색과 노랑색이 섞여 있는 것을 자메이카 국기 색과 비슷하다고 해서 자메이칸 칼라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대 유행을 하면서 자메이카라는 나라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있답니다.
스페인과 영국의 식민지 역사가 있어 공용어를 영어로 하고 있지만 자메이카 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스페인어 문법에 영어단어를 넣어서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 널 사랑해’ 말할 때 ‘I love you’ 지만 자메이카 인들은 ‘me love you’ 로 말할 때도 있습니다. 스페인어는 목적격과 주격의 형태가 같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전 2008년 여름 자메이카를 9일 동안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정말 한국에서는 자메이카가 생소한 나라였습니다. 그나마 좀 알려진 것이 나얼 이라는 가수가 자메이카를 방문을 하고 책을 내서 이름 정도는 알려져 있었죠. 전 군대 입대를 앞둔 친구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위해 자메이카로 향했습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일주(一周)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관계로 섬을 반주(半周) 하기로 했습니다. 몬테고베이(Montego Bay)를 시작, 니그릴(Negril)과 블랙리버(Black River)를 거쳐 수도인 킹tm톤(Kingston)에서 마치는 루트를 만들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몬테고베이에 도착했을 때의 뜨겁고 습한 공기는 생생하게 기억에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특이한 영어. 큰 문제는 없었지만 영어가 편한 친구와 함께 갔음에도 불구하고 억양과 단어가 좀 달라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단어도 따라 하다 보면 아주 재미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Ya man (야-만)‘,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자메이칸 영어인데 Yes(예스) 또는 Okay(오케이)를 의미한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하잖아요 저도 9일 동안은 야-만을 열심히 사용했답니다.
몬테고베이는 휴가를 즐기러 온 캐나다인과 미국인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스타일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자메이칸 달러가 있긴 하지만 환전(換錢)을 하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바닷가 근처는 꽤 안전해 보이지만 다운타운 쪽으로 가면 정말 로컬사람이 많은데 무서울 정도로 쳐다보고 욕인지 뭔지도 모르는 말을 우리에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게다가 대마초를 담배 피우듯이 길어서 피우고 한 블록 걸러 딜러들이 붙잡기 때문에 자메이카 여행에서 조심해야 할 팁인 것 같아요.
몬테고베이의 다운타운에서 겁을 잔뜩 먹은 우리는 일정을 하루 당겨 최고의 바닷가로 손꼽히는 니그릴로 향했습니다. 역시 가난한 여행자를 자청한 우리는 약 한 시간 반 거리를 5000원 정도에 갈 수 있는 미니버스를 타기로 했지요. 역시 싼 이유가 있었습니다. 12명이 차지 않으면 떠나지도 않더군요.
뭐 급한건 없으니 큰 문제가 아닌데 이거 3명이 앉아야 하는 좌석에 4명을 구겨 넣는 것이 아닌가요. 푹푹 찌는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미니버스, 땀은 비오듯이 내리고 옆 자메이카 인의 땀냄새를 아주 진하게 맡을 수 있었습니다. 하긴 내 옆에 앉은 자메이카 사람에게도 미안하긴 하네요. 나에게 그들의 향기가 그리 달갑지 않았듯이 나의 땀냄새도 그들에게 좀 색달랐을 테니 말입니다. ^^
냄새를 맡다맡다 정신이 혼미(昏迷)해 지려고 할때 쯤 니그릴(Nigril)에 도착을 했습니다. 숙소를 잡고 석양을 보기 위해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달려갔지요.
알싸한 레드스트립(Red Stripe: 자메이카 국내맥주)에 절크 치킨을 먹으며(Jerk chicken: 자메이카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구운 닭에 바비큐 소스 비슷한 것을 뿌린 것이다. 길거리에서도 아주 싶게 2-3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너무도 깨끗한 바닷물, 길게 뻗은 새하얀 모래 사장 그리고 붉은 태양은 잠시 천국에 온듯한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땀 냄새로부터의 해방감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니그릴(Nigril)에 있는 동안 정말 바다를 실컷 즐겼습니다. 보고 또 보고 맥주 마시고 이쁜 여자들도 구경하고 모든 걸 잊고 마냥 쉬었습니다. 니그릴에 볼 것이라고는 바다밖에 없으니 그럴만도 한 것 같네요.
아름다운 바닷가를 뒤로 하고 다음 일정인 블랙리버(Black River)로 향했습니다. 니그릴에서 블랙리버로 가는 길은 환승((換乘)도 해야 하고 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친구가 “제발 한번만 택시 타고 가자”고 졸라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약 2시간 거리였지만 8만원 정도로 가격을 맞춰서 갈수 있었습니다.
저의 블랙리버의 첫 느낌은 좀 우울(憂鬱)했어요. 몬테고베이와 니그릴처럼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고 맑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그래도 뭔가 특별한 것을 하기 위해서 Great Morass(큰 늪지)를 작은 보트를 타고 구경하기로 했고, 한 사공(沙工)을 잡아 다음날 아침 10시에 배를 예약을 했답니다. 야생악어도 볼 수 있다는 말에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네요.
Great Morass(큰 늪지)를 구경하는 날, 우리는 정확히 10시에 맞춰서 선착장(?) 물가로 갔는데 사공은 약속된 시간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짜증이 나서 막 가려고 하는 저 멀리서 우리를 부르며 배를 몰고 오고 있었습니다. 짜증이 나서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했더니 실실 웃으면 “Chill out”(진정해) 이러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한다는 말이 “너희들 릴렉스 하러 자메이카 왔지? 서두르지마 이게 케리비안 타임이야! 릴렉스 릴렉스” 라고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의 빨리 빨리 정신을 좀 가르쳐 줄걸 그랬습니다. 하긴 한국에도 케리비안 타임 못지 않은 코리안 타임이 있으니 할 말은 없더군요. 능글맞은 사공에게 진 느낌이 들어 분하기는 했지만 늪지 투어 하는 동안에는 아주 나이스 하고 자기가 약속했던 야생 악어를 보여주었습니다. 팁을 포함, 20000원 정도를 주고 한 투어 치고는 꽤 재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블랙리버는 그리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아닌거 같아요. 별로 할 것도 없고 음식점들도 맛있지 않았거든요. 미련 없이 우리는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마지막 종착지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톤(Kingston)으로 향했습니다.
킹스톤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 했는데 이건 무슨 주변이 완전 빈민가 수준이었습니다. 급하게 여행 책자를 열어 보니 킹스톤 다운타운은 아주 위험 하다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택시를 타고 업타운 쪽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택시기사와 내일 공항 운행 예약을 하고 호텔에 내렸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安堵感)에서 였을까요. 호텔을 체크인 하고 짐 정리를 하는데 작은 가방이 하나 없어 진 것이 아닙니까. 그것도 우리의 모든 현금과 여권이 들어 있는 가방이었습니다. 얼굴이 노래져서 생각을 더듬어 보니 택시에 놓고 내린 것이었습니다. 그 택시 기사를 찾기 위해 다시 터미널도 가보고 킹스톤을 계속 돌아다니다 지칠대로 지쳐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대사관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우리가 들고간 여행 책자 론니 플래닛(Lonely Planet) 영문판에도 한국대사관 연락처는 없었습니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기아 자동차 대리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는 달려들어가 한국 사람 있냐고 물어 봤지만 없었습니다. 친절한 여직원은 수소문 끝에 한국 대사관 전화 번호를 찾아 연결 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후쯤 대사관 직원을 만났는데 우울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자메이카는 아직 한국 대사관이 없고 지금 자신은 대사관 설립 목적으로 와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권 재발급 업무 등은 멕시코 쪽에 보내서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짧아도 15일 정도가 걸린다는군요. 일단 그분은 우리에게 저녁을 사주고 내일 예약한 택시기사가 가져 올지도 모르니 호텔에서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그날 밤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기나긴 밤이었던 것 갔습니다.
아침 6시 택시를 예약한 시간이 됐지만 택시 기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0분 정도가 지나 비행기표 예약 변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방 전화가 울렸습니다. 긴장된 마음에 수화기를 받자 “Your Taxi is here(너 택시 왔어)” 라는 말이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냅다 뛰어 나갔고 택시 기사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우리를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담하듯 “Relax Caribbean time you know(전정해 케리비안 타임 알아)” 이러는게 아닌가. 전 그 놈의 캐리비안 타임 때문에 피가 마를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택시기사는 다 안전하게 내 차에 그대로 있으니까 걱정 말고 공항 가자고 하는 것 이었다. 우리는 너무 기뻐 택시 운전사를 안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호텔 직원들은 우리를 둘러 쌓고 박수를 해주었습니다. 극적인 자메이카 여행의 반전(反轉)을 통해 캐리비안 타임을 아주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최악의 여행이 될 뻔한 자메이카를 그 착한 택시기사가 바꿔 주었습니다. 그 택시기사 덕에 자메이카의 아름다운 자연이 내게 좋은 추억으로 잘 남아있는 것 같아 너무 고맙습니다. 사례(謝禮)를 잘 못해 준 것이 아직도 미안하네요.
“자메이카의 착한 택시기사님. 고맙고 미안해서 지금 먼 한국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당신의 나라 육상 선수들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