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모처럼 서울 시내 나들이를 했습니다. 뉴욕에 정착한 초기에 인연을 맺은 서양화가 김명식 교수님이 40년 화업(畫業)을 조망하는 초대전을 안국동 FM갤러리에서 열고 있거든요.
전시는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계속되는데 마침 이날 김교수님이 갤러리에 나오신다고 해서 인사도 드릴 겸 나가게 되었어요.
종로구 재동 갤러리 FM에서 열리는 김명식교수님 초대전(부제 꿈과 행복이 가득한 집)에선 유화, 판화, 수채화, 드로잉 등 평면과 입체 등 소품과 중간 크기의 작품 60여점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대표 연작 ‘이스트사이드 스토리’ 최신작들을 비롯해, 드로잉 작품과 사상 처음 19금(禁)의 에로티시즘 작품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어요.
화업 40년을 결산하는 전시인만큼 그간 교수님이 추구한 회화(繪畵)의 전 영역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테마의 중, 소품들과 입체 작품들이 엄선됐습니다.
화합과 평화, 희망의 일관된 메시지는 물론, 2015년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후, 용인의 전원주택에 정착하여 작업한 멋진 결과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는 1990년대 말 김교수님이 첫 뉴욕 여행에서 떠오른 영감을 구체화한 작업인데요.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창밖의 집들이 불현듯 다양한 인종들의 얼굴처럼 보였다고 해요. 뉴욕은 유엔회원국(195개국)보다 많은 230여 민족이 모여 사는 다국적 도시라는 것 다 아실거에요. 그래서 한인타운이 있는 플러싱에서 7번 전철을 타고 맨하탄으로 나가면 정류장별로 타고 내리는 다양한 출신국 승객들을 볼 수 있거든요 ^^
그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본격 탄생하게 된 것은 김교수님이 2004년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교환교수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모든 인종이 화합하고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을 상징하고 있는데요. 화려한 색상과 대담한 화면 구성으로 뉴욕 화단의 격찬(激讚)을 받았습니다.
2005년 1월 뉴욕 5번가의 리즈갤러리 ‘아시안 3인전’ 초대를 시작으로 2월 로쉬코스카 갤러리(뉴욕)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2006년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마이애미), 2007년 PS35 갤러리(뉴욕), 2008년 란리 갤러리(상하이) 등 국경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2010년에는 일본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할 기회가 생겨 1년간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란 타이틀로 일본 열도 7개 화랑에서 순회전(巡廻展)을 갖는 등 릴레이 전시로 일본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날 갤러리에서 한 분이 “교수님 작품들을 보면 참 따뜻하고 좋아요”라고 하셨는데 저도 늘 같은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대표 연작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최근 작품들에 매료(魅了)됐는데요. 약간의 블루 톤마저 따뜻하게 느껴지는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
김 교수님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어느때보다 많은 곳을 여행하며 기초 작업을 하셨다고 해요. 수채화와 드로잉을 위해 봄부터 기차와 비행기로 전국을 누볐는데 <우포늪>을 비롯해 간결한 붓터치와 컬러로 몽환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작품들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발표한 19금 에로티시즘 작품들을 어떻게 발표하게 됐는지 여쭤봤더니 “사실 발표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런 그림들을 가끔 그렸어요. 오래전에 작업한 것도 있구요.”
화업 40년 초대전을 계기로 그간 햇빛을 못본 작품들도 처음 이렇게 선을 보인 셈인데 김교수님의 작업 스펙트럼이 대단히 깊고 넓은 것에 새삼 놀랐답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지만 최근에 미국 유수의 아트 포스터 제작회사인 그랜드이미지(Grand Image, Ltd) 사와 판권 이미지 사용 계약을 맺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어요.
덕분에 김교수님의 판화와 포스터 지클리 (원화 에디션 복제) 작품들이 Amazon을 통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찾아가게 된다고 하네요. 2021년엔 더욱 왕성한 작품 활동과 좋은 결실이 많이 이뤄지시길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지난 18일 소개된 김명식교수님의 전시 평론 일부 내용 공유합니다.
“..마침 그가 화업 40년, 그리고 그의 대표적 양식인 ‘이스트사이드 스토리’ 시리즈 작업 20년을 총정리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20. 12. 8 – 22, 갤러리 FM) 필자가 기억하는 그는 국내에서 교수(동아대)로 재직하면서도 국내외 70여 회에 이르는 경이적인 전시활동을 해온 작가이다. 그의 비결은 열정과 부지런함이다. 그는 일찍부터 꿈을 갖고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를 상당한 수준으로 익혔다. SNS로, 출장으로, 관광으로, 교환교수로든 움직이면 그냥 돌아오는 법이 없다. 부지런히 다니고, 보고, 만나며, 현지의 모티브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업 성과물들을 전리품처럼 갖고 온다.
작가의 대표적 연작 ‘이스트사이드 스토리’號가 그렇게 닻을 올렸다. 작가는 원래 ‘고데기’ 시리즈로 작업을 해왔다. 지금의 강동구 고덕동을 지칭한 지명으로 어릴 적 기억들을 회상하는 반추상적 그림이 ‘고데기’였다. 꿈결 같은 향수를 담아 감각적 필치와 색감으로 일군 서정적 화면은 교과서적인 기본 위에 개성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90년대 들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 낯선 환경을 향해 스스로를 과감히 던졌다. 특히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화단과 현장들을 주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는 맨허튼은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스트사이드’는 지명이 아니라 휴머니스트의 꿈과 애환이 담긴 유토피아다...”
- 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휴머니스트의 꿈과 애환이 담긴 유토피아 -
* 화업40주년기념 김명식 초대전
12/9(수)~12/22(화)
갤러리 FM(종로경찰서 건너편 우리은행 재동지점 2층)
(02)737-4984 M010-5491-4889
관람:오전11시~오후6시(월요일휴관/주차는 우리은행 가능)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h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