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이제 뉴 버팔로라고 불러야 한다.’
28일 자 뉴욕타임스는 눈에 싸인 뉴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A섹션 1면과 15면, 28면에 걸쳐 뉴욕의 폭설을 다뤘는데요.
특히 1면엔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눈으로 덮인 센트럴팍의 벤치를 톱 사진으로 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애프터 크리스마스 폭설’을 시작으로 뉴욕 일원에 내린 큰 눈은 센트럴팍에만 19인치를 기록한 27일까지, 올들어 벌써 5번째입니다. 뉴욕에서 제거 8년째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올해처럼 눈이 자주 내린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1월 누적량(累積量)만 36인치를 기록하는 등 역대 1월 적설량으로는 최대라고 하는군요. 이전 기록은 1925년 1월인데 그때보다 8.6인치가 많다고 하니 이달에만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는지 알만합니다.
제가 영어를 배우는 학교에 멕시코 출신의 대학생이 한명 있는데 이번 겨울을 앞두고 “난 한번도 눈을 본적이 없어요. 눈이 너무 기다려져요”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은 좀 지겨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차가 없기 때문에 집에서 30분을 걸어서 나와야 하거든요.)
어쨌든 올 겨울은 먼저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다시 새로운 눈이 내리는 일이 반복돼 벌써 한달이 넘게 눈으로 덮여 있는 곳이 많습니다. 춥기는 또 왜 그리 추운지, 아마 봄이 될 때까지 눈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맨해튼에 사는 다이애나 비더맨이라는 주민이 그러더군요. “아주 눈이라면 이골이 났습니다. 언제 뉴욕에 눈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요?” 아주 짜증스러울겁니다.
특히 허리가 휘도록 집 앞의 눈을 치워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보기 좋은 눈이 아니라 지긋지긋한 눈으로 보이니까요.
올들어 첫 폭설 때 적절한 제설작업(除雪作業)을 하지 못해 곤욕을 치른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1월의 마지막(?) 폭설이 내린 26일밤부터 27일 사이엔 1700대의 제설 차량과 1500명의 인부들을 긴급 고용, 밤샘 작업을 시키는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27일엔 이례적으로 뉴욕시 공립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는 등 이전 폭설에 정상수업을 강행해 학부모들의 비난을 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더군요. 뉴욕시 공립학교가 폭설로 휴교를 한 것은 1978년이후 9회에 불과하고 블룸버그 시장이 재임한 9년간 5회를 기록했으니 이번 휴교가 꽤 예외적인 조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일산과 같은 곳이어서 행정구역상 뉴욕시가 아니라 뉴욕주에 속하는데 올 겨울에만 벌써 3번이나 눈 때문에 학교를 쉬었습니다. 어지간해서 학교문을 닫지 않은 뉴욕시에 비해 이곳은 핑계가 있으면 학교문을 닫기 바쁘다는 인상입니다.
이처럼 잦은 폭설이 내리자 주민들의 풍속도(風俗圖)도 바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눈사람도 만들고 곳곳에서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상의 풍경이 됐구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아침 저녁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눈이 오는 날이면 1시간 일찍 일어나 제설작업을 서두릅니다.
눈을 치우기 힘든 사람들은 제설장비를 갖춘 사람들을 불러 40~60달러의 일당으로 주고 해결하고 어지간해서 눈 삽을 준비하지 않던 사람들도 뒤늦게 구입하기도 합니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기가 진력이 난 사람들은 불편해도 차고에 넣는 경우가 많아졌고(우리도 그랬습니다.^^) 눈때문에 신문 배달도 제 때 되지 않고 다음날 한꺼번에 몰아서 오는 일도 여러번 생겼습니다.
올 겨울 뉴욕에 내린 눈은 28일 현재 56.5인치로 역대 5번째로 눈이 많은 겨울이라고 합니다. 최고 기록은 95-96년 기록한 75.6인치라고 하네요.
이처럼 눈이 많이 내렸지만 아직 뉴욕의 겨울은 한달 이상 남아 있습니다. 기상전문가인 팀 모린 씨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월은 물론, 3월에도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추운 날씨와 더 많은 눈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뉴요커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