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세계필진
·김원일의 모스크바 뉴스 (52)
·김응주의 일본속 거듭나기 (7)
·배영훈의 인도차이나통신 (1)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68)
·쌈낭의 알로 메콩강 (31)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45)
·이홍천의 일본통신 (4)
·장의수의 지구마을 둘러보기 (24)
·제홍태의 발칸반도에서 (14)
·최경자의 남아공통신 (65)
·황선국 시인의 몽골이야기 (15)
황선국 시인의 몽골이야기
목사, 선교사, 시인으로 가족과 함께 몽골에 살고 있다. <시인>이란 명칭이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는 "깃털 같은 가벼움, 맑은 개울물의 낭랑함, 그리고 바람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몽골생활의 희노애락과 몽골인들의 이야기로 글벗을 만나고자 한다.
총 게시물 15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드라큘라 그 차가운 이름

글쓴이 : 황선국 날짜 : 2012-02-27 (월) 11:39:16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일 무렵,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영상에 압도당했다. 덕분에 한 여름을 소름 돋아가며 지낼 순 있었지만 그 후로 한 달 동안을 꼬박 공포에 사로잡히곤 했다.

뒤에서 다가오는 형이나 반갑게 달려오는 친구조차도 드라큘라로 보이는 까닭에 식은땀이 멈추질 않았다. 이후 나는 공포영화라면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드라큘라’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www.en.wikipedia.org

30대 후반, 인간의 잔혹함과 세상의 냉정함을 알게 되었을 무렵, 나는 다시 한 번 비릿한 핏빛어린 드라큘라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왠지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잔혹하게 사람을 찢어죽이고 물어죽이며 피를 빠는 영상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마음속으로부터는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까지 치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드라큘라 라는 이름에 친숙하게 되었다.

내가 세상을 알고 인간을 알기 전에는 많은 것들이 恐怖(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인간을 알고세상을 알게 된 이후로는 怪聲(괴성)을 지르는 짐승들이나 차가운 이빨로 흰 목덜미를 사정없이 깨물어 피를 빠는 드라큘라의 잔혹함도 그저 가볍게 웃어줄 영상에 불과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상냥한 척 엷은 미소를 짓지만 언제든지 기회만 되면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 어디 드라큘라 뿐이랴! 사랑하는 연인도, 정든 가족도, 우정을 맹세한 친구도, 직장의 상사도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그 악마의 냉혹함을 뿜어내지 않던가!

드라큘라라고도 하고 ‘뱀파이어’라고도 하는 吸血鬼(흡혈귀)의 존재는 1816년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과 그의 친구들이 스위스의 한 별장에서 여름날의 따분함을 지우기 위해 만들어내었다 한다. 그 때 함께 동석했던 바이런의 개인비서 ‘존 폴리도리’가 영국으로 건너가 1819년 4월의 <뉴 먼슬리> 잡지에 뱀파이어의 소설을 실음으로써 마침내 ‘드라큘라’는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다.

이후 영화계에서 드라큘라를 주목하게 되었는바, 1922년 처음으로 영상화 된 드라큘라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세계인의 공인을 받아오고 있다. 근자에 들어서는 최고의 명성과 인기를 구가하는 영화배우들까지도 '드라큘라'라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처럼 보이는 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황혼에서 새벽까지’ ‘블레이드’라는 영화가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어로 ‘악마’, ‘악마 같은 놈’이란 뜻이다.

 

그리고 드라큘라는 고대 왈라키아 왕국(지금의 루마니아)의 ‘블럿 테페스’ 왕자에게서 그 역사적인 典型(전형)을 찾아내게 된다. ‘테페스’는 특이하게 사람을 죽인 것으로 유명한데, 사람을 말뚝에 박아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테페스는 “말뚝을 박는 자”라는 뜻을 부여받게 된다.

그럼 어디 한번 논리를 정리해 보자. 말뚝을 박아 사람을 죽이는 사람 테페스가 있었다. 그는 이후 악마의 상징이 되어 드라큘라의 이름을 가지고 復活(부활)하여 영화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사람의 피를 빨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다.

이쯤 되니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전해준 것인데 “남의 호박에 말뚝을 박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놀부”의 심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기가 먹자니 도둑질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자명하니 남도 못 먹게 말뚝이나 박자는 심보인 것이다. 남의 사업 가로채 말뚝 박고, 남의 여자 가로채 말뚝 박고, 남의 돈 가로채 말뚝 박고, 남의 명예 가로채 말뚝 박고.. 이제 ‘드라큘라’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지 않는가?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남 잘되는 것 보기 싫어 말뚝 박는 놈이 드라큘라”라는 이야기올시다.

그러면 이제 드라큘라 학을 한번 정리해 보자. 드라큘라 영화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이것을 가리켜 “드라큘라 불멸의 법칙”, 혹은 “드라큘라 생존의 방식”이라고도 한다.

첫째, 드라큘라는 반드시 남의 피를 마시고 산다. 간혹 자기 피를 먹으려는 흡혈귀를 등장시키는 영화도 있긴 한데 이것은 '드라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작자의 작품일 뿐이다. 자기의 피는 썩었기 때문에 드라큘라는 반드시 남의피를 마셔야만 한다. 사기꾼들처럼. 남이 애써 이루어 놓은 사업 훼방질이나 하고 털도 안 뽑고 삼키는 작자들이다.

둘째, 드라큘라는 절대로 자기 동료의 피는 빨지 않는다. 말하자면 더러운 類類相從(유유상종)을 즐긴다는 말이다. 셋째, 드라큘라는 다른 사람도 드라큘라로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든 아내든, 자식이든 친구든 닥치는 대로 물어 동족을 만든다. 이 세상이 자신과 같은 더러운 족속들로 가득 찰 때까지 패거리(똘마니)를 끌어 모아 세력을 만들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드라큘라는 절대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 죽었는가 싶으면 손자가 다시 드라큘라로 부활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여인이, 때로는 친한 친구가 드라큘라로 변신한다. 아니면 드라큘라를 죽이는데 一等功臣(일등공신)이었던 사람이 드라큘라가 된다. 드라큘라, 그 차가운 이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바로 우리의 내면 속에 자리한 악마성이기 때문이다.

드라큘라, 그 차가운 이름

드라큘라

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을 듣는다.

사랑하는 아내의 입을 통해

직장상사의 입을 통해

친구의 입을 통해

드라큘라

오늘도 나는 너의 모습을 본다

내 앞에 웃고 선 그 사람에게서

미소짓는 그 친구에게서

상냥하게 인사하는 그녀에게서

드라큘라

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을 듣는다

오늘도 나는 너의 모습을 본다.

너의 목소리는 어찌 그리도 친근한가?

너의 모습은 어찌 그리도 다정한가?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l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USA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