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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1991년 문화이벤트사 ‘오픈 워크’를 설립한 필자는 20여년간 북미 지역에 한국 영화, 공연, 전시를 기획해 왔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비롯, 최은희, 김지미, 고은정, 박완서, 안숙선씨 등 쟁쟁한 한인 예술가들을 미 주류 무대에 알린 주역이기도 하다. 한인예술인부터 주류사회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뉴스메이커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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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을 보는 즐거움

글쓴이 : 한동신 날짜 : 2011-12-20 (화) 13:57:50

“메릴, 메릴, 메릴.....”

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의 등장으로 연회장이 술렁인다. 한 때 내가 멤버였던 Women in Film & Television(WIFT)의 멤버들의 연례 오찬에 이사로 참석한 메릴 스트립. 산뜻한 헤어스타일과 투피스차림의 그녀는 두어시간 계속된 오찬내내 멤버들과 담소만 즐기고는 ‘나도 한말씀’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바디가드 없이 홀로 움직이는 그녀-미국 영화의 자존심, 메릴 스트립은 그렇게 당당했다.

 

메릴 스트립에 대한 찬사가 또다시 터진 곳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의 시사회였다. 이른바 패션계를 쥐고 흔드는 패션잡지사의 내부를 파헤친 이 영화에서 폭군 편집장 미란다로 분한 메릴 스트립. 아무리 카멜레온 메릴 스트립이라지만 그녀가 마녀 미란다를 연기한다?

악마란 바로 세상을 기웃거리며 평화를 깨는 존재의 이름이라던데,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미란다는 욕망의 늪에서 백조알을 부화(孵化)한다. 모두가 꿈꾸는 성공의 탑 꼭대기에서, 그녀가 몰락한다면 성공의 허상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라고 조용히 엄포를 놓은다. 그래서 영화는 메릴 스트립이 필요하다. 그녀의 대사는 별로 없지만, 메릴 스트립의 등장만으로 미란다의 파워가 화면에 가득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난 뒤, 메릴 스트립에 대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말을 떠올리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장안을 휩쓴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가 영화로 제작될 무렵, 여자 주인공 프란체스카역에 적합한 여배우를 물색하기에 고심하는 스탭들에게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을 맡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던진 명쾌한 한마디- “미국의 한 배우가 전 세계 어느 인물이나 연기할 수 있는데 무슨 걱정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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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는 이차대전 중에 미군과 결혼하여 아이오와에 정착한 이태리 여성. 겉으로야 촌부(村夫)의 아내로 사는 프란체스카는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뜨거운 여자. 전쟁만 없었다면, 배우가 되기를 꿈꾸었던 이태리 소녀 프란체스카 앞에, 마치 영화처럼 우연히 나타난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불꽃처럼 로버트와 나눈 하룻밤의 정사에 평생을 바친 프란체스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에서 프란체스카를 기다리는 로버트. 트럭을 운전하는 남편의 옆에 앉아 로버트를 바라보며 차문의 핸들을 비트는 프란체스카가 탄 트럭은 로버트를 비껴간다.

핸들을 쥔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보며, 손에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안개로 덮힌 빗줄기 뒤에 남은 그 남자를 원하는 여자의 손. 핏기없는 그 여자의 손이 마른 나무가지가 되어 거세게 울고 있다. 책보다 나은 영화가 드물다지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메릴 스트립의 열연(熱演)으로 명화가 되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폴란드여성 소피의 얼룩진 인생을 그린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은 메릴 스트립의 대표작이다. 신세계로 이주한 폴란드 지식인의 회의와 절망을 연기한 그녀는 폴란드 액센트가 진한 영어구사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소피의 선택’이외의 많은 영화에서 외국인으로 출연한 그녀는, 외국인의 영어액센트 클래스가 시작되면 코치들이 두 손을 들 정도로 완벽하게 그 나라사람이 되어서야 촬영에 임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1977년 데뷔이래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 가운데 내가 즐겨 보는 영화는 ‘실크우드(Silkwood)’다. 미국 남서부에 있는 플라토니움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여공 카렌 실크우드. 겨우 입에 풀칠할 수있는 급료를 주는 그녀의 일터는 가공할 무기를 만드는 본거지. 직공들을 향해 뿜어대는 플라토니움의 독성에서 서서히 죽어 가는 카렌의 절규(絶叫)는 하이웨이에서 돌발한 차사고에 묻히고 만다. 풍선껌을 불며 이름없는 들꽃으로 살던 카렌 실크우드의 허름한 차를 들이 박는 흉물스러운 대형자동차. 1983년 초연된 이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도, 볼 때마다 나는 펑펑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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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우드’에 출연하기 전까지 나는 연기학교의 힘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메릴 스트립을 통해 제대로 연기교육을 받은 배우의 진가(眞價)를 알게 되었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셰어의 메릴 스트립에 대한 찬사다.

올해 예순 둘이 된 메릴 스트립이 마가렛 대처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철의 여인(The Iron Lady)’에서 메릴 스트립은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이자 강인한 리더쉽으로 11년간 최장기 재임기록을 남긴 마가렛 대처를 연기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고도 점칠 수 있는 것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마가렛 대처는 대처여사의 이미지를 고전(古典)으로 남길 것이라는 확신이다.

예순이 넘고도 명연기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한때 연극계의 왕좌에 앉기를 권유하던 죠셉 패프에게 “왕이 되고 나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 들겠지요?”로 예쁘게 거절했던 사람. 소란 떨지 않으며 아름답게 늙어 가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사는 세상, 그래서 사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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