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녀석의 좋은 시절이 이제 다 끝나갑니다.
바로 방학이 다 끝나가는 것인데요. 다음 주 학교를 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반이는 하루하루 학교를 안가고 띵가띵가 노는 게 너무나 즐거운 모양이예요. 아침 먹고 하기 싫은 방청소 대충 하고 엄마한테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가까이에 있는 놀이터에 가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 봐요.
한동안 그네에 관심이 없던 녀셕이 요즘 들어 또 강렬한 관심을 그네에게 쏟고 있네요. 많은 자폐아에게서 볼 수 있는 한번 꽂히는 강력한 관심의 강력도는 뽄드보다 딴딴합니다. 기다리는 아이가 없으면 한시간도 거뜬 그네를 타는 에반이예요. – 엄마 팔은 떨어집니당. ㅠ.ㅠ –
에반이가 자주가는 놀이터에는 그네가 네 개 있습니다.
두개는 어린 아이를 위해 허리까지 안전대가 올라와있는 작는 그네, 다른 두개는 좀 더 큰 어린이들을 위한 평평하게 생긴 큰 그네지요.
에반이는 지금 6살이니까 이 작고 큰 그네 사이에 딱 끼는 나이인데요 한번 평평한 큰 그네 타다가 폭 떨어져 본 경험을 말을 못해도 뚜렷이 기억하는지 요즘은 작은 그네에 사랑을 열심히 쏟아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밀어주세요’ 하는 말만 했던 녀석이 엊그저께 처음으로 제법 주워들은 것을 잊지 않고 ‘더 빨리’ ‘더 높이’ 를 생뚱맞게 내뱉어서 팔 떨어지는 엄마한테 보너스 웃음을 주던 녀석.
그런데 에반이 또래 아이들이 작은 그네를 타고 하늘로 날라가는 에반이를 보면서 작은 그네가 너무 타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작은 그네에 선뜻 못 올라탑니다. ‘너는 너무 크지 않니. 이건 아기 그네야’ 하는 큰 어른들의 말을 나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 고민을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내 아이는 아닌데도 그들의 귀여운 고민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네요.
물론 에반이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신경 안 쓰고 자기 스타일대로 생뚱하게 나가는 자폐아이니 그네가 좀 작아도 남들이 흘끔흘끔 보아도 멋지게 작은 그네를 타 줍니다. 자폐아 엄마인 저도 이제 남들의 흘끔 눈길정도야 고차원 투명 얼굴 철판이 있어서 가뿐이 눈길을 반사(反射)해주구요. 내년 마라톤 준비의 하나로 작게 다음 주에 5k 달리기 나가는 엄마라 눈길 반사 + 그네 밀기 + 다리 스트레칭의 삼단 짬뽕을 하느라 혼자 바쁜 탓도 없지 않네요.
그런데요 남들에게는 다르게만 보이는 에반이의 모습이 그대로 즐겁고 행복해보였는지 – 그 웃음 소리가 찰랑거리며 하늘을 땡그르르 울려주니까요 – 드디어 에반이 또래 아이들이 오늘은 슬금슬금 작은 그네에 올라가 에반이 마냥 신나게 발을 구르며 하늘로 날라가더군요. 그 아이들의 모습은 그대로 행복해보입니다. 너 이 그네 타기에는 너무 크지 않니 하던 큰 어른들도 그들의 찰랑거리는 웃음에 아무 말 없이 흐뭇하게 그네를 한번 더 밀어줄 수 밖에요.
자폐라는 장애로 인해 자신의 관심이 너무 강해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잘 읽지 못하는 에반이가 어쩌면 나이에 맞지 않게 작은 그네를 타는 게 달라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른 모습이 오히려 행복하게 보여 장애가 없는 아이들에게 남들 눈길 조금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다는 것을 에반표 가르침으로 보여주었던 에반이가 자랑스럽습니다
* 이 칼럼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http://www.autismkorea.kr) 해피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