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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엄마와 독수리 오형제가 다채롭게 펼쳐가는 삶, 지구끝 대륙 남아프리카에서 전하는 달콤쌉싸름한 이야기. 20여년의 정형화된 문화생활과 딱딱한 책상을 훌훌 털고 방목된 자유를 아름다운 빛깔, 무지개 나라의 사람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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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걸려온 전화 ..작은 죽음과 부활

글쓴이 : 최경자 날짜 : 2010-07-10 (토) 08:18:55



무지개 나라의 새로운 이야기를 실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내 마음속의 어두운 터널을 비집고 들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들이 도처에 도사리는 걸까요. 희망과 기대가 절망이 되고 항상 현존할 것 같은 것들이 사라지는 형상들에서 죽음과 맞싸우며 살아 가는 현실을 목도(目睹)합니다.

 
올해 들어 통화가 잘 되지 않았던 언니, 자매처럼 가까왔고, 캠퍼스에서 최루탄(催淚彈)을 마시며 뜻을 굽히지 않고 불의와 싸웠던 동지같은 언니, 사회에서도 우의를 다지며 의기투합했던 언니였습니다.


오늘 그 언니가 암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유방암 3기 말이라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침을 굶은 채 이제 막 점심 한 끼를 라면으로 때우려던 내게 그 식사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있을 법한 일이, 더욱 크게 와닿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제 여동생도 암으로 의료사고와 함께 몇 년전 하늘로 보냈습니다. 40세가 되도록 큰 슬픔 한번 겪어 보지 못했던 저였지만, 2005년 10월에 일어난 동생의 의료사고는 정말 저를 쇼크 상태로 빠지게 했습니다.


언니들과 동생 그리고 전체 가족의 연결고리의 표상이었고 분신과도 같은 동생, 제 마음을 대변하는 동생의 우아하고 사랑이 넘친 미소, 그 전체가 나의 기쁨이고 자랑이었습니다.


  


 

나는 비록 못났어도 나의 미완성이 동생에게는 모두 채워지기를 항상 바랬고, 지켜주고 싶어했던 많은 날들이었습니다. 경옥이는 정말 예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동생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살아 있었다면, 자신보다 나를 더 위할 동생이었기에 더더욱 슬펐습니다. 그런데, 그 동생이 감기 몸살로 병원에 갔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틀만에 죽어서 나왔습니다.


그 의료사고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병원과 싸워야 했을 때 후원 동력자로서 함께 싸워주고 힘을 실어 주었던 언니였습니다. 동생을 잃은 뒤, 몇 년 되지 않아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큰언니까지 암 말기라는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우환(憂患)에 넋을 잃은 가족들은 모두 기도와 하나님께 갈구하는 심령으로 맡기고 살고 있습니다.

 


 

저의 언니는 수술을 거부한 채 전국을 순회하는 기적 같은 하나님의 성령(聖靈) 치유(治癒)를 지금도 기다리며 기도와 묵상으로 몸을 담은지 1년이 넘어 갑니다. 그 와중에, 친언니처럼 의지하며,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던 버팀목이었던 그 분이 똑같은 병마(病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나의 지인들이 또는 오랫동안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한 명씩 한 명씩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쓰라리는 이 아픔을 어찌 금하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죽음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숙고(熟考)를 해봅니다. 죽음 앞에 다다랐을 때, 내가 준비한 것은 무엇일까 라며 자문을 해봅니다. 요즈음 부쩍 가끔 먼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想念)에 빠지곤 하는 자신을 봅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저자인 이인복 교수님의 책에 나오는 메시지의 일부분입니다.


“임종의 순간에 있는 플라톤에게 평생을 바쳐 집필한 <대화편>을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한 제자가 청을 하였습니다. 사경에서 잠시 깨어나 눈을 뜬 플라톤은 “죽음 연습!”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의 차원의 죽음을 체험합니다. 하나는 육체가 멸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치러나가는 단념(斷念)과 포기(抛棄)의 작은 죽음들입니다. 소유와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방될 때마다 우리는 작은 죽음과 작은 부활을 체험합니다'라고 말입니다.”


40세 이전까지는 큰 슬픔을 겪어 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미 사사로운 작은 죽음들을 통해서 큰 죽음을 연습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름다운 큰 죽음과 큰 부활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나 역시 큰 죽음을 위해 오늘도 아름다운 날들을 장식하며, 작은 죽음과 작은 부활을 맛보며 사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피어나는 일도 한 부활의 한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남은 자들에게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인가, 라며 말입니다. 쉽게 말할 수 있다면, 오늘도 주어진 현실에,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입니다.


첫째라면 자식들에게는 정신적인 유산(遺産) 밖에는 줄 것이 없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뚫고 가야 할 긴 터널을 헤치며 살아가야 할 이 험난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 지녀야 할 이념, 가치관, 풀어야 할 숙제, 그 모든 일을 버티고 싸울 수 있는 기본이 되는 정신적인 체력과 건강 말입니다.


저와 애기 아빠가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중요시 한 것이 운동 즉, 태권도, 복싱, 수영이었습니다. 남아공에 와서는 태권도장이 없어서 대리(代理) 운동으로 가라테를 3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다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지 주님이 날 부르면 미련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큰 죽음과 남은 이들에게 큰 부활을 남길 것이 있는지, 이제는 먼 미래가 아닌 또는 남의 일이 아닌, 그때를 위해 준비를 해가야 할 중년의 나이가 되지 않았나 점검해봅니다.


누구나가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적인 큰 죽음을 맞이 했을 때, 각 개인이 남기고 가는 것은 천차만별(千差萬別)일 것입니다. 이런 죽음을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면, 큰 재주를 받고 태어나서 그 이름으로 다시 부활을 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이름 없이 큰 재주 없이 태어나서 따뜻한 인정으로 이웃 사람의 가슴 속에 다시 사는 것일 것입니다.>


저는 후자로, 항상 이웃에게 배려와 사랑, 덕(德)을 베푸는 자로 작은 부활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나의 실익(實益)보다 남의 실익(實益)을 먼저 생각하는 작은 부활(復活)들을 만들어 큰 부활을 낳을 것입니다.


이름 없이 남을 후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를 희망하며 간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저의 여동생은 비록 하늘나라에 갔지만, 동생의 그 발이 그녀의 딸, 지현에게서 다시 재현되었고 동생의 아름다웠던 그 모양, 전체가 딸에게서 부활이 되어 지금도 내 곁에서 호흡을 함께 하며다시 살고 있기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나의 부활 역시 자라고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서 피어날 것이며, 못다한 미래 건설을 그들이 또한 이어 갈 것입니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2~3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떠나가는 가정을 많이 봅니다. 그들이 떠날 때 마음에 담긴 물건들을 많이 주고 갑니다. 한국에서는 가재도구나 가구를 받는 것도, 파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가족 이외에는 쓰던 물품을 받거나 팔고 사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쓰던 소장품, 손때 묻은 가재도구와 옷, 재래식 food을 애정을 넣으며 주고 가는 사람들. 때로는 금전적인 거래도 있지만 특별히 애지중지 하는 물건을 남에게 주고 가는 것은, 그 사람이 남기고 가는 작은 부활임에 틀림 없습니다.

 

  


떠나면서 표시 내지 않고 핸드폰이 없는 우리 딸에게 전달 해달라던 아가씨, 그리고 공부해왔던 미술에 관한 모든 자료를 조용히 우리 딸에게 주고 간 그 모녀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그 커리큘럼을 지금도 우리 딸은 Art 과목으로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한국 교재는 또 다른 사람을 통해 부활 한 것입니다. 그녀는 비록 남아공에 없지만, 남기고 간 흔적과 사랑으로 아직 여기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모녀를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잔잔하게 뿌린 그들의 사랑들이 부활하여 이웃의 가슴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유 희정 미술선생님 과 그 선생님의 어머님, 임 은수 집사님, 고 덕희 사모님, 은혜 엄마, 상우 엄마, 정 은숙집사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 당시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서 유감입니다만, 이렇게나마 이름이라도 올릴수 있음에 감사함을 드립니다.

 

 



월드컵 기간 중 남편이 남아공에 2주간 함께 머물다 갈 예정입니다.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나의 이 길을 사랑하며, 내 본분(本分)을 다하며 함께 살아 가는 모든 이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지지대의 역할 즉, 생긴 것은 하잘 것 없어도 주춧돌의 역할과 사명(使命)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주어진 이 하루를 선(善)하게 살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면서 이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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