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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체스열기(上)

글쓴이 : 최경자 날짜 : 2011-07-01 (금) 12:59:23

 

오늘은 남아공의 ‘Youth Day’ 라는 청년의 날이다. 이 휴일에 나는 막내 아들 상연이와 조카 지환이와 함께 ‘Cape Town High School’ 에 와 있다. 체스 경기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번 화재사고로 인한 정리되지 않은 집안 생활로 인해 웨스턴 프로빈스(Western Province) 팀 자격으로 가야 하는 체스 대회도 못 챙길 지경이다.  

벽에 붙여 놓은 시합의 리스트를 페인팅 공사로 짐 속에 옮겨 두었다. 찾으면 찾을 법도 하겠지만, 그것을 챙길 마음의 여유까지도 없다. 더군다나, 제부(조카들의 아빠)가 헝가리에서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다시 귀국했고 그에 따른 경제적인 문제로 당장 조카들은 한국으로 철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나는 집 공사 하나 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5년 이상 함께 했던 아이들을 정리해서 다음 달에 무조건 보내달라는 일방적인 통보이다.

이해는 하지만 솔직히 화가 난다.. 연말까지 시간을 부탁했건만 제부의 통보에 머리가 온통 복잡하다. 이 와중에 벽에 붙어 있지도 않은 체스경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달 전에 신청한 대회인데, 바로 오늘이라는 사실은 미처 확인을 못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들과 성경 한 구절 읽고 메일을 확인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항상 평일은 오후 타임이엇기에 늦장을 부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경기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등록을 9시까지 해야하는데 불과 1시간 남은 것이다.

평일과 겹친 휴일에 열리는 시합은 처음이었다. 모두 병아리 세수를 간신히 하고 차 안의 짐(운동), 가방의 세면 도구를 쓸 수 밖에 없다. 간단히 다과를 챙기고 부랴부랴 출발했다.

조카, 지환이가 지도 책을 보고 찾는 동안에 나는 운전대를 잡고 그 방향을 향해 질주했다. 10분 전 도착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그래도 전날 온종일 집 정리하고 애들 저녁 차려 주고 밤에는 선(구역)모임에도 갔다. 밤 10시쯤 집으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혼비백산하고 달려온 것이다.

 

바둑과 같이 체스 대회도 다양한 규모로 열리는데 학교 대항전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은 학교를 대표해 각 도시를 다니면서 경기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는 3일간 경기가 열렸다.

학교 대항전과 마찬가지로 개인전, 웨스턴 프로빈스 대회는 주(州) 안에서 학교를 돌아가며 열리게 된다. 너무나 넓은 땅덩어리다 보면 멀리서 오는 참가자, 가까이에서 오는 참가자를 고려하기 위해 각 타운마다 열리는 것이다.

한국처럼 교통 혼잡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최소 30분에서 몇 시간 씩 소요된다. 남아공에는 9개의 주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웨스턴 프로빈스(Western Province)는 191개의 도시와 타운이 있다.

여기에서 Top 10에 들어 가게 되면은 South Africa 대표를 뽑기 위한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경기는 요하네스 버그, 조지, 프레토리아, 케이프 타운 같은 대도시에서 열리게 된다. 자동차로 4시간부터 10시간을 가야할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아예 호텔이나 호스텔을 잡아 두고 대회에 출전한다.  

그래서 큰 대회들은 방학기간에 편성하는 것 같다. 학교 대항전과 간단한 개인 경기의 시간대는 평일의 경우 5시에서 저녁 8~10시까지 한다. 물론, 저학년과 고학년, 성인반이 약간씩 다르기도 하다. 그리고 2일째인 주말에는 아침 8시30분 또는 9시에 시작된다. 경기는 2~3일에 거쳐서 총 7라운드로 열리게 되며 식사 시간은 별도로 없기 때문에 브레이크 타임을 활용해야 한다.

 

운 좋게 가까운 거리에서 시합이 있는 날은 정말 행복하다. 부모들이 시간을 활용을 할 수 있기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는 혼자서 안팎으로 애들을 챙겨야 하니 (가라테, 교회, 애들 행사)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정말 특기가 비범하지 않으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여건일 수 밖에 없다.
 

경기가 있는 날은, 부모가 온 종일 애들을 뒷바라지에 전용 운전사까지 되어야 하지만 거리상 왕복이 수월치 않다. 그래서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가족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아예 트렁크 좌석을 눕혀서 잠자리로 만들어 누워 있기도 한다.

 

어디서나 이불과 요, 돗자리를 깔아 두고 먹을 거리도 옆에 놓고 수다를 떨거나 책을 보는 모습이 흔히 눈에 들어 온다. 기름과 시간도 그렇지만 나 같은 길치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한번은, 상연이가 같은 날 체스와 가라테 승단 시험이 있었다. 거리가 크게 멀지 않은 데다가 학교 방과후 활동으로 빈번하게 빠진 미안함으로 어쩔 수 없이 응시하였는데 체스 한 게임을 놓치고 가야 했다. 교통 혼잡 때문에 오던 길을 포기하고 낯선 길을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 갈 수록, 나와 앉아 있는 흑인들만 보이는 것이다. 모두가 내가 있는 쪽으로 모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우선 정신을 차리고 절대 하차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차문을 잠근 다음 차를 돌려서 무조건 큰 도로를 찾아야 했다.

다행히 간신히 헤쳐 나왔다. 흑인 마을에 잘못 들어 가게 되면은 봉변을 당하든지.. 또는 모든 것을 잃거나 더 불행한 일도 생길 지 모르기때문이다. 같은 날, 동시 경기는 절대 하지말자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경기가 열리는 날은 아침 7시 ~8시부터 종일 대기해야 것이 태반이고 마지막 날 시상식을 하는 날은 그나마 빠른 오후 6시30분~7시쯤 집에 오게 된다. 나같은 기러기 엄마로선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들다.

조카 지현이는 체조를 꽤 잘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아주 몸놀림이 유연하고 팔, 다리가 길고 고무줄처럼 유연했다. 그리고 맑고 깨끗한 수정 같은 얼굴을 가졌다. 계속 했다면, 체조의 김연아를 기대해 봄직 했다.

 
▲ 지현이(왼쪽 세번째)가 체조를 하고 있다.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은 체스와 똑같다. 시작한지 1년 만에 웨스턴프로빈스 팀이 되었고 그리고 노스런에 가야 했다. 거기에 가서 잘하게 된다면 South Africa 팀으로 갈 수도 있는 길이다.

하지만, 내 몸은 하나인데 같은 날에, 한 명은 체스 대회, 또 한 명은 가라데 그리고 체조 경기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양다리 걸치기도 힘든데 세 다리를 걸쳐야 하는 것이다. 몸이 따라 주지 못 하면은 돈이라도 들여야 하는데 호스텔 숙박비와 음식값, 게다가 체조같은 경우는 신청비만 해도 적잖다. 동행(同行)하지 못한 죄로 기름값을 따로 누군가에게 줘야 한다. 큰 대회에 한번 참가하려면 최소 8~90만원은 족히 들어가야 한다.

조카들에게도 그런 사사로운 비용은 모두 우리가 서포트를 해주었다. 비용부담으로 허리가 휘어 질 정도여서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지현이 아빠는 경제적인 문제로 "포기하세요" 하는 는데 정작 남편은 "지현이가 좋아하면 계속 시키라"고 말한다. 참으로 감동했다.

하지만 1년 반후에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재능이 있어도 기러기 엄마의 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아공에서는 넓은 땅덩어리로 인해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채 피어나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도 형편상 포기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나라는, 땅이 넓어서 좋은 반면 지나치게 넓은 땅으로 인한 불리함도 갖고 있다.

지현이의 체조 하나라도 포기하고 보니 그렇게 바쁜 스케쥴안에서 그 나마 숨통을 쉴 수가 있었다.

<하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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