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주말이 되면 잊지 않고 부라이(Braai)를 하는 옆 집이 오늘은 어쩐지 조용하다. 매번 파티로 사람들이 들끓곤 했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지글지글 익혀지고 끓는 소리와 함께 코 끝에 달라붙는 香(향)이다. 얼마나 입맛을 刺戟(자극)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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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향기로 나의 코는 이웃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하기도 했다. 노랑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20대 후반의 잘생긴 총각, ‘한창 파티를 즐길 나이이기도 하지’하며 고개를 끄덕여 본다. 전에 살던 곳에서 그런 식으로 살다가 아마도, 이웃의 컴플레인으로 쫒겨나 아버지 소유의 집으로 다시 돌아 온걸거야 추측도 해본다.
그 친구, 윌리암은 그런 악점이 있기에 나의 부탁을 절대 거절도 못하고 콜하면 군말없이 다가와 우리 집 잔디를 아주 정성스럽게 잘라준다. 그런데 그토록 좋아하던 부라이 파티를 안하고 어디로 갔담? 무슨 일일까..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아하!! 오늘이 9월 24일지. 바로 남아공의 명물 잔치, National Braai Day 인걸 깜빡 했네. 이 날은 특별히 외부에서 아주 대대적인 부라이 파티를 즐길고 있을거야.
국가적으로 지정한 남아공 부라이 데이는 그야말로 부라이 천지가 된다. 무료입장 하는 곳부터 시작해서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모든게 준비된 곳에서 함께 부라이를 해서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동시에 오늘은 Heritage Day, 즉 남아공 문화유산의 날이기도 하다. 모든 박물관과 미술 전시관, 유명 공원도 무료입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으로 나와서 부라이를 하는가 하면 각 기관에서 준비한 행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이 날 큰 딸 Project 때문에 잠시 Museum 에 나왔다. 모처럼 따스한 햇볕은 한국의 늦봄의 따사로움을 느끼게 했고 아름답고 깨끗한 청정(靑淨)의 푸른 하늘은 나무와 벗삼아 누가 높은가 내기하는 것같이 보인다. 오늘은 부라이 하기도, 관광 하기도, 공원에서 누워 잠시 쉬어 가기에도 더 없이 좋은 날씨다.
남아공 문화유산의 날은 모든 사람들에게 남아프리카의 문화적 유산과 신념과 전통의 다양성을 축하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미술전시회 등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남아공의 사람들에게서 더 이상의 잃어버릴 땅이나 민족 유산의 염려는 없어 보인다. 다만 그들의 자아의식과 빈민구제사업(貧民求制事業)만 남아 있을 뿐. 고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끗이 과거청산이 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람들이 한 없이 부러울 것이다.
아직 대한민국은 분쟁중이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연속이다. 강탈당한 문화유산은 또 얼마나 많은가….
과거청산은 커녕, 반성이 없는 뻔뻔스러운 일본에 치를 떠는 우리들. 대한민국의 헛점을 이용해 우리의 땅과 역사, 문화를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 중국. 언제쯤, 두 발을 펴고 편안히 잠을 청해 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