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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우리 집에 화재가 났어요(下)

글쓴이 : 최경자 날짜 : 2011-06-23 (목) 01:36:22

당장 끝날 것 같은 이 공사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進行) 중이다.

시작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이 되어 2주일 후엔 끝날 것 같았는데 워낙 서랍장이 많기도 하거니와 만들어 왔다손 치더라도 변을 통한 재작업이 빈번했다.


 

또한 집 구조가 까다로워 맞춤형 작업이 될 수밖에 없고 거듭된 재설계, 재작업이 필요했다. 때문에 집이 아니라 퍼니처 공장을 방불케 했다.

페인팅 매일 6~7명이 투입되었건만 역시 2~3일이었던 예상 작업(豫想作業)이 일주일이 넘게 걸렸. 있는 살림들은 한쪽 또는 밖으로 다 옮겨야 하고 그런 다음, 벽과 장롱, 천장을 닦기를 몇 번을 한 후에야 페인팅 작업이 들어 갈 수 있었다. 이참에 망가뜨린 벽과 장롱의 손질할 부분을 고치기도 했다.

집 주인이 호주에 사는 관계로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하는 과정 또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렌탈로 살고 있는 내가 유일하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블라인드 색깔이었다. 내가 주인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집 전체를 리모델링 했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남아공에서는 모든 것들이 한국과 대조되지만 은행부터 전화설치, 모든 수리 업무가 얼마나 느려터진지 처음 왔을 때는 급한 성격으로 적응하기가 너무 답답했다. 모든 공사는 짧게 잡아도 1~2 달이니 말이다. 이번엔 대기업(보험회사)과 대기업(부동산회사)가 만난지라 속전속결(速戰燒結)할 것 같은 기대를 했지만 결국은 예외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 새 것으로 교체된 스토브와 환풍기

또한가지 문제는 이 나라의 주택에서 강도및 도난 사건이 일하는 인부나 가드너(정원사)들에 의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여 동안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화재와 상관없이 지붕에 물이 새어서 전체 시트(sheets)를 교체하느라 6~7명이 지붕 위에서 작업을 했고 집안에선 페인팅을 하는 7~8명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고 찬장, 서랍장 작업 으로 2~3명이 달라붙어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안팎으로 작업 확인도 하면서 그들이 늘어놓은 집 살림에 손을 대지는 않는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수리된 주방 전면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크게 음악을 털어놓는 한 명이 있었는데, (왔다갔다 하면서 작업 하는 것을 수시로 지켜보았다.) 바로 뒤에 내가 있는 줄 몰랐던 모양이다. 집안에 감시 알람 시스템이 세 개가 있는데 그 중 한 개가 복도 중앙에서 양쪽 복도를 살펴보게 설치가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알람 시스템 바로 옆에 페인트 칠을 하면서 못으로 구멍을 뚫어 놓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왜 그 구멍이 알람 옆에 필요한지 납득이 가지를 않았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사실 그 사람은 약간 미심쩍어서 눈 여겨 보았던 사람이다. 일을 하면서 우리 애들 이름에 관심이 유난히 많았고 농담 섞인 질문이 제일 많았다. 애들에게 가능한 대답을 피하고 얼굴도 마주치지 말라고 시켜 두었지만 “묻는데. 대답 안 할 수는 없지 않냐?”는 말에 난감하긴 했다.

어쨌든 정체불명의 구멍이 신경쓰여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현장 감독을 불러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물어 보았다. “왜, 저 자리에 구멍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나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냐?” 그런데 답변도 듣기 전에 그 구멍을 낸 사람이 “당장 막아 놓겠다”며 시멘트로 바르더니 페인트 칠을 하는 것이었다.

 

▲ 한 인부가 이유없는 구멍을 뚫어 두었다던 알람 옆. 지금은 막아 두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구멍이 왜 필요한지 더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 간게 찜찜하다. 어찌되었던, 잠시만 딴 눈을 돌리면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르는 무서운 나라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사람이 경험한 일이다. 집 공사가 끝난 뒤에 알았는데 한 쪽의 방으로 통하는 알람 시스템의 전기선이 끊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번은 목사님 가정 옆 집에서 한 달간 공사를 했단다. 목사님은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공사를 할 때 인부들이 가끔 집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며칠 뒤 새벽에 여느때처럼 주방에 현관문 키를 걸어 두었는데 어떻게 그 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일층은 거실이였고 가족과 홈스테이 하는 아이들은 윗층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돈과 지갑이 있는 서랍장을 다 뒤져 가고 노트북까지 도둑을 맞았다. 홈스테이 하는 아이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도망가는 도둑을 보았다고 한다. 다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지….


 

이렇듯 외부인이 있을 때는 항상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 인부들이 일하는 동안 컴퓨터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고가품 반지, 귀고리도 착용하지 않고 귀중한 물건은 더더욱 집안에 둘 수가 없다. 집에 일하는 아줌마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왔는데 우리 아줌마, 누투투는 묵묵히 일을 해서 좋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내가 잠깐 나갔다 올 동안 일하지 말고 사람들 보기만 하라” 고 지시한 다음, 30분 뒤 돌아왔다. 그런데 벌써 친해졌는지 또 언제 일하러 오냐는 등, 이름까지 물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겁이 나기 시했다.

내딴엔 남편이 여기 있는 것처럼 근처 사는 기러기 아빠를 방문까지 하게 해서보여 주었는데 이 아줌마가 행여 남편이 살지 않는 집이라는 말을 했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이 나라는 많은 사고 중에서 일하는 메이드와 남자 친구가 저지르는 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 클리닝과 페인팅 된 복도 전면

가능한 집안 일을 시키지 않고 밖에 있는 짐 정리만 시켰지만 한번 친해지더니 수시로 말을 하는데 작업하는 내내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기들끼리는 영어가 아니라 코사나 줄루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답답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때는 시험이 없는 애들을 결석(缺席)까지 시켰다. 조카 지현이같은 경우는 영어와 아프리칸어가 유창하고 코사어까지도 어느 정도 알아듣기때문이었다.

공교롭게 공사가 시작하는 첫날 남아공의 아이디(신분증)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두 달을 기다렸는데 당신이 오지 않아서 내일 아침 바로 프리토리아로 반송 한다”는 메시지가 일요일 밤에 온 것이다. 지금까지 전화 한 통, 메시지 한번 없다가 일방적인 반송 통보를 하다니,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 그것도 오도 가도 못하는 공사 작업 첫 날 말이다.

이민국에 전화해서 집에 화재가 나서 못 간다고 부탁을 하니 단 하루만 홀딩 시켜주겠다고 호의 아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근처에 남편과 함께 있는 엄마를 불렀지만 인부들이 많은 것을 보고는 무서워 하는 것이다.

그 엄마를 간신히 설득시켜 놓고 출발 한지 20분이 되었을까 전화가 왔다. 인부들이 말을 걸까봐 무섭다고.. 영어도 안되고.. 그리고 남편과의 약속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튼, 그런 상황을 남편 없이 혼자 처리해야 하는 나는 뭔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 다시 깔끔하게 정리된 다이닝 룸

왜 이렇게 혼자 아이들 데리고 외국에 나와서 무슨 고생이람…. 한숨도 나오고 애꿎은 남편 원망까지 하게 되었다.

먹는 것과 잠자는 것, 어느 하나라도 편안한 것 없이 지내는 나날이었다. 처음 3주는 거실에서 나와 다섯명 아이들 모두 뭉쳐서 잠을 잤고 뒤 마당에 쌓아 둔 살림을 행여 도둑 맞을 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잠을 자기도 했다.

 

집이 전체적으로 안전한 구조와 위치여서 밖의 살림은 안전할 수 있었다. 뒷 마당은 집과 집들이 등을 대고 있는 모양이었다. 화장실에 두었던 물건중에 안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수선하게 흩어진 짐 정리를 다 하고나면 잃어버린 물건들이 꽤 나올 것 같다. 대대적인 공사를 하는데 고가품(高價品)만 아니면 그 정도 손실은 감수 해야 할 것 같다.

 

▲ 새 것으로 교체된 블라인드

이제는 모든 것들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전기관련 기구들 청소와 새 전등 교체, 그리고 카페트 클리닝만 남았다. 이 나라는 우리와 정서가 다른 것이 밝지도 않은 전등을 우아하게 해둡니다. 그것이 영 답답해서 이번 기회에 자비를 들여서라도 환한 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새로워진 주방과 집안 분위기에 행복해 하고 있다. 이제는 슬픔이 웃음이 되어 깔끔하게 정리되고 단장한 밝은 분위기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 거실도 다시 에전의 아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음고생 몸고생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감사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열 가지를 꼽아본다. ^^

1.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그간 찾지 못한 물건들이 모두 나왔다. 얼마나 반갑든지.

2. 몇 년을 묵은 일회용 접시, 포크, 컵들도 이번에 적절하게 사용을 잘 할 수가 있었다. 인부들에게도 때마다 공급하는 필요한 접시, 컵, 수저들, 주거 사용이 힘들었던 한달 간 임시 방편 생활로도 다 잘 사용했다.

3. 애들의 모든 옷장과 책장도 정리가 되어 다이어트 살림을 할 기회가 되었다.

4. 지금까지 4년을 살면서 망가지고 깨지고 부서진 집안 설비들을 전부 수리할 수 있었고 디파짓(보증금) 손해 볼 일이 없어서 행복하다. 이젠 나가라 한들 어떠리, 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5. 필요치 않는 살림들을 이 참에 다 내어 놓고 줄 수가 있어서 좋았다.

6. 그 동안 쌓은 친분과 우정, 부동산회사 직원 루이즈, 우리 가족을 유달리 사랑하는 토니 할머니, 나의 에이젠트 조앤, 그분들의 사랑을 톡톡히 확인했다.

7. 오지 말라는 만류에도 와주신 교회 목사님, 성도님들 경태 엄마 아빠, 한 선교사님,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김초자 권사님에게 감사 드린다.

8.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주고 힘이 되어준 성도 선애란 집사에게는 정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항상 필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다.

9. 처음 온 4년 전에는 뒷마당 잔디가 듬성듬성 했는데 그 동안 정성을 들여 키운 덕분에 이번에 우리 가구를 깨끗하게 지켜줘서 고마웠다. 현재 겨울철 우기(雨期)인지라 비가 많이 왔다. 일부 가구들이 밖에 있었는데 잔디가 있어서 많이 보호가 된 것 같다.

10. 독수리 오형제와 함께 피난 아닌 피난 생활(避難生活)을 텐트에서, 거실 한 구석에서 하며 옹기종기 수다와 넋두리를 하며 더 많은 대화와 사랑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와중에도 깔깔대며 좋다고 웃는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온갖 시름을 잊으며 어느새 동심(童心)의 세계로 같이 빠져 들었다.


 
▲ 페인팅이 끝난 복도, 중간 부분이다

한국의 1960~70년대의 이재민 생활을 애들이 잠시나마 겪으며 힘들게 공부를 하고 시험도 치뤘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오히려 그리운 추억이 되어 가슴에 다가와 안길 것이다.

힘들 때마다 문득문득 그 시절을 돌이키며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자산(資産)으로 남을 것이다. 돗자리와 텐트, 박스 위에서 함께 했던 이모이자 엄마와 아이들의 추억을 가슴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살아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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