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들어가는 것만큼 더 즐거운 것이 없죠, 싱싱하고 풍성한 과일들을 보노라면 전 세계 과일은 여기에 죄다 모여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가격은 또 얼마나 저렴한지.
아시아에서는 열대 지대인 태국, 필리핀같은 나라들이 과일 천국으로 한때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이 아프리카에서도 과일만큼은 서로 경쟁을 해도 지지 않는 신선함과 풍성함, 그리고 흡족한 가격이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고 건강 유지에 한몫을 합니다. 물론, 브랜드 제품들은 비싼 가격으로 고객의 기회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체인점, FRUIT & VEG 에만 가도 싸고 질좋은 과일을 얼마든지 맛 볼 있습니다. EPPING에 있는 MARKET(농수산물 대량판매)에 가게 되면 사과 10Kg이 30~40랜드(5~6천원), 포도 10Kgs이 40랜드(6천원), 큰 수박(20x25cm)가 29랜드(4천원), 망고 8개가 30랜드(5천원)… 자두, 아프리칸 배, 피치, 바나나, 등 정말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습니다.
식사 전후로 우리 가족은 큰 수박을 하루만에 뚝딱 해치우기도 합니다. 당질(糖質)이 아주 뛰어나거든요. 가끔 한국에서 대기업 차장의 타이틀을 가진 중류층 가정이면서도 과일만큼은 여유있게 사먹지 못한 동생 가족이 생각이 납니다. 고기와 과일, 야채들이 너무 비싼 한국의 물가를 생각하면 이런 곳에서 누릴 수 있는 낙(樂)은 애들과 함께 과일을 실컷 먹는데 있는게 아닐까요.
▲ 다양한 견과류
남아공에서는 공산품은 상상이상의 비싼 가격이지만 야채, 과일, 빵들은 정말 풍성하고 다양하고 싼 가격이며 간단히 식사로도 챙길 수 패스트 푸드 역시 다양합니다.
한국 음식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전 세계 민족이 모인 덕에 다양한 음식문화가 들어왔고 대를 이어 내려온 다채로운 향신료, 재료가 널려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 있게 찾아보면 전 세계 모든 메뉴를 값싸게 구입, 조리 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을 통하다 보면 많은 요리를 배우게 되는데 이름조차 들어 보지도 못한 향신료로 요리를 만들 때면 사람과 음식을 동시에 사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국이든 외국이든 혼자서 살 수는 없는 법, 대인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삶의 향신료일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주위에 두루 인맥이 형성되어진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는데 어떠한 목적에 따른 접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사귀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년에 일본으로 건너간 태국 친구, 김이 있었습니다. 성(性)이 아니고 이름이 김인 친구입니다. 이 친구와는 운동을 하며 사귀었는데 예쁘고 팔방미인이면서 당찬 포부를 갖고 있었습니다. 직업은 호텔 마사지사였는데 남아공의 마사지는 아주 건전한 직업으로 통합니다. 전체 월급의 반은 태국의 어머니에게 송금하고 반은 자신의 생활비로 쓴다고 하더군요.
약 4년간 모은 돈으로 태국에 땅을 사두었다고 합니다. 그 땅으로 친구와 동업해서 호텔 관광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 떠날 때 한화로 약 6백만원를 환전(換錢)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생활이 알뜰하고 계획이 뚜렷한 그녀에게서 본받을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미국에 가서 2년 정도만 더 일하고 오고 싶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비자관계로 잠시 일본에 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일주일에 한번은 우리 집에 와서 태국음식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중에 사푸카푸 라는 스프 디저트는 먹어 본 사람이라면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족히 5~6가지의 태국 음식을 배웠는데 지금도 우리 애들은 그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 태국 친구 '김'
그 친구를 알게 되어서 좋았던 것 중에 또 하나는 제가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힘들어서 일어서기조차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저를 위해서 전신 마사지를 두어 번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미안해서 약간의 사례비를 주려는데… “우리는 친구다. 이런 것은 절대 주지말라”고 정색을 하더군요. 손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미적인 감각이 없는 엄마를 만나서 미안했던 차에, 우리 애들에게 화장하는 것과 볼 터치하는 것, 머리손질 하는 법도 일일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지금은 김이 나보다도 큰딸하고 더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진실한 친구를 같은 동족뿐만 아니라 같은 외국인의 처지에서 더 애틋하게 마음이 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곳엔 중국, 인도, 태국 사람도 많이 있었지만.. 의외로 일본인은 찾아 보기가 힘듭니다. 멀리 뛰지 못하는 기모노의 습성일까, 선진국의 자존심일까 골똘히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희 집 애들은 저마다 특기가 있어서 관련 행사로 소비하는 시간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충 안면만 있는 사람부터 허물없이 수다 떠는 친구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특히, 가라테 같은 경우는 몇 년씩 구면(舊面)이다 보다 보니 어느새 친구가 되어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학교 행사 마찬가지로 참석하다가 사귄 친구가 적잖아 생기더군요. 체스, 짐내스틱, 클라스 맘이 같은 경우가 이에 속하죠. 아시아인의 친구를 두는 것도 좋다는 내면의 마음을 외국인도 갖고 있는 듯합니다.
▲ 캠프하는 상연이 친구 부모와 함께
그런데 가족 초대의 경우 부부가 아니라 저 혼자 다섯명의 애들을 건사하는 대가족이라서 인지 초대 받는 회수가 적더군요. 또 무슬림의 경우는 음식부터 문화 차이가 커서인지 초대를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남과 초대는 어디서든지 자연스럽게 묻히고 섞이어 살아가는 섞어찌개 세상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사람과의 대인관계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맥락(脈絡)은 같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저는 영어가 유창하지 못합니다. 아니 기본적인 것을 구사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두려움이 없이 친구를 쉬이 잘 사귀고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유지 할 수 있는 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없는 영어는 한낱 세치 혀에 불과할 것입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졌다고 한들 친구가 절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전혀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잘하면 좋겠지요. 의사표현이 분명할 테니 말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진정과 솔직한 성격이 대화의 통로가 아닐까요. 입은 비록 세살배기처럼 더듬을지언정 마음의 창(窓), 눈은 모든 것을 대신해 줍니다. 사귀고 싶은 열정과 대화를 끌어내고 싶은 편안함, 적극성(積極性), 바로 그 사람에게 나오는 에너지 같은 온기(溫氣)가 그들을 사로잡지 않을까요.
열린 마음은 외국에 살면서 인격 필수품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긍정적인(肯定的) 사고는 누구나 소외됨이 없이 보듬고 안아 한 울타리를 만들어 줍니다. 이해와 사랑이 사회의 청량제가 되는, 박카스 같은 피로 회복제가 되어준다면 아프리카가 아니라 어디에 간들 세상은 참으로 살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