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개는 동물이다.
요놈의 자식이 동물답게 먹는 것, 사고치고 눈치보기는 본능적으로 감각이 최고에 이른다.
그런데 말을 안듣는 것도 역시 동물답게 최고인데 어떤 집 개는 말도 잘 듣고, 사고도 치지 않는데 우리집 개만 말썽인듯 싶다.
내가 뭐라고 하면 자기 집에 숨거나 침대 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평소에 말을 잘 듣다가도 카펫, 침대 위, 벗어놓은 옷가지위에 실례를 한다.
짖지 말아야 할 때 짖어서 이웃과 마찰을 빚게 하기도 하고, 집안 곳곳은 물론 엘리베이터 안에도 ‘마킹’을 한다. 산책을 해도 조용히 가지 않고, 여기저기 온갖 참견은 다한다.
뭘 먹자는 말에는 초감각 스피드로 말을 듣지만 그 이외에 것은 정말 못 알아 듣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인지 헷갈린다.
개는 사회적 동물이며, 거의 모든 개들이 주인을 리더로 생각하며, 리더의 명령에 복종할 준비는 태어나면서부터 갖추고 있다.
따라서 개가 주인말을 듣지 않거나, 버릇이 없다면 전적으로 주인 잘못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그집 개를 보면 주인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개는 단순하기 때문에 몇가지의 서로간의 약속과 일관된 명령어만 가지고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주인과 개가 서로 약속된 리모콘의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개는 채널을 바꾸고, 음량을 조절하고, 켜지고 꺼지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주인이 개에게 하는 명령어는 목소리로 하는 ‘성부’와 몸짓으로 하는 ‘시부’로 나뉜다. 그리고 ‘성부’와 ‘시부’는 사람마다 같을 필요는 없지만 항상 일정한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에게 “엎드려!”라는 명령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 “엎디!”, “엎드려라 응?” 이렇게 말하거나, 오라는 손짓을 다르게 한다면 개는 알아듣지 못한다.
개는 명령어의 글자 수와 억양, 길이를 통해 뜻을 구분한다. ‘안 돼!’는 단호하게 끝을 내고, ‘좋아~’는 끝이 길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개는 또 손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내뱉는 ‘엎드려’와 손바닥을 펴서 개 얼굴을 막으며 단호하게 말하는 ‘기다려!’의 차이를 주인의 손동작을 보고 안다.
그래서 항상 일정한 억양, 글자 수, 그리고 명령에 합당한 손짓을 병행해 사용해야 한다. 서울에서 ‘와!’ 라고 교육받은 개에게 전라도 사람이 ‘언능 와’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이외에 개의 행동교정(대소변, 짖기, 물어뜯기 등)을 할 경우 중요한 포인트는 무조건 ‘현행범(現行犯)’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칭찬하고, 잘못 할 때도 현장에서 혼을 내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애견 전문 훈련사도 실수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개를 기다리게 해놓고 어느 정도 기다렸다고 생각되면 그때 ‘와!’라고 한 뒤 먹이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중대한 실수다. 개는 ‘기다릴 때는 칭찬을 하지 않다가 주인에게 가니까 먹이를 주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개는 기다리지 못하고 주인에게 오려고 한다. ‘기다려’를 시켰을 때는 기다리는 개에게 다가가서 먹이를 주고 칭찬해줘야 한다.
주인이 귀가(歸家)했을 때 개가 비싼 구두를 망쳐놓았거나 침대 위에 실례를 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반갑다고 꼬리치며 오는 개를 잡아서 혼을 낸다.
그러면 개는 ‘우리 주인은 퇴근했을 때 꼬리치며 반갑다고 뛰어가면 혼을 낸다. 그러니 주인이 부르면 안갈 수는 없고, 겁은 나고, 그러니까 꼬리를 사타구니에 말고 소변을 질금거리며 기어서 다가가게 된다.
이렇듯 개는 현장을 잡지 않으면 칭찬도, 꾸지람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음회에는 말 잘듣는 개로 만드는 간단하고 손쉬운 기본원리에 대하여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