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가톨릭교회의 예수님 몸과 피를 기념하는 성체성혈대축일입니다. 그러나 교회 문이 닫혀 성체성혈을 영할 수도 없습니다. 사순 제3주일부터 부활절은 물론 이와 연결된 대축일들이 모두 끝날 때까지 전혀 성사생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뉴욕은 미국 다른 주들보다 훨씬 안정을 되찾고 조심스레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식당도 밖에 테이블이 있는 곳부터 방역수칙 준수 조건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발소도 그동안 이발 못한 장발족(?)들이 점포 밖에서 대기합니다.
쿠오모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코로나 검사소 280개를 신설했다며 모든 주민들이 검사받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인구 3분의1인 뉴욕주는 인구 2%가 넘는 40만1천명 확진자와 3만5백명 사망자를 냈습니다. 주지사는 현재 사망자가 30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앞으로 몇주가 고비라며 거리두기와 마스크착용 등 행정명령 위반을 엄중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음식점 등 업소 위반에는 주류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둘러 경제 재개와 거리두기 완화한 서부와 남부 22개주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뒤늦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 전역에서 매일 2만 명 가까운 확진자와 800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뉴욕주는 이번 여름철만 잘 넘기면 코로나 지옥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을 봅니다.
이런 와중에서 인종차별 반대시위는 요즘 뉴욕의 각 타운마다 보편적 행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시위자 경찰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흑인 플로이드 죽음으로 세계적 이슈가 된 인종차별 문제는 우리 아시아인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도처에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이 모욕을 당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전염병을 중국이 전파한 것이라고 연일 비난한 통에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며칠 전 저도 경험했습니다. 저는 숲속이나 외딴 해변을 걸을 때는 숨쉬기 불편하고 답답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다 사람을 만나면 쓰곤 합니다. 인근 타운의 밀림 같은 숲속을 걷는데 2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젊은 여성 두 명이 나무 등걸에 앉아 있습니다. 그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윗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는데 갑자기 여인들이 반대편 숲속으로 뛰어가더니 저를 향해 소리를 내지릅니다. 자세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코로나, 차이니스” 어쩌구 하는 소리는 분명히 들립니다. 어이가 없어 웃고 지나쳤지만 한동안 기분은 언짢았습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위가 잇따르자 맨하탄 도심 빌딩 대부분이 이처럼 나무판자로 들러막고 있다
미국은 태초부터 인종차별(人種差別) 국가입니다.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 발견자라며 공휴일까지 지정해 영웅으로 떠받드는 콜럼버스는 아예 원주민을 동물로 취급했고 노동력 확보를 위해 원주민 사육농장까지 만들었습니다. 특히 18세기부터는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사냥해 노예시장에서 가축처럼 사고팔았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라는 조지 위싱턴 초대 대통령도 많은 노예를 거느린 농장주였습니다. 흑인들이 완전한 투표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6년 전인 1964년부터입니다. 이나마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흑인들이 오랜 투쟁 끝에 쟁취한 것입니다. 현재도 흑인 플로이드와 같은 경찰에 의한 살인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에 의해 피살된 희생자는 모두 흑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도 애틀랜타에서 흑인이 경찰의 집중사격으로 희생됐습니다.
이번에 세계적으로 확산된 인종차별 반대운동에는 한인단체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플로이드의 죽음은 세계적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방아쇠를 당긴 셈입니다. 영국에서는 영웅시 되던 노예상인 동상이 강물에 버려졌고 미국에서도 콜럼버스 동상이 목이 잘렸습니다. 코로나가 그동안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에 반성을 가져왔다면 흑인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플로이드의 죽음은 고질적인 인종차별에 대한 성찰(省察)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외치는 ‘Black lives matter'는 사실 ’All people‘s lives matter'에 다름 아닙니다. 한편으로 이번 시위사태가 코로나 전염병 대확산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맨하튼을 비롯한 크고 작은 카운티와 타운에서 다인종 시위대가 더위를 무릅쓰고 소리높이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벗님 여러분 무더위에 건강하십시오.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6월14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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