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비즈니스 열올리는 트럼프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서른 번째 편지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닷가는 을씨년스럽습니다, 집구석에 종일 있자니 좀이 쑤셔 콧바람이라도 쐬일 겸 나온 것입니다. 20분만 운전하면 남쪽 북쪽이 모두 바다인 롱아일랜드의 좋은 점이기도 합니다. 텅 빈 넓은 주차장에는 극성스러운 낚시꾼 차량 몇 대만 주차되어 있습니다. 낚시꾼들은 사나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파도치는 거센 바닷물에 낚시줄을 던집니다. 차안에서 바라보는데 백사장에 둥근 모양으로 흰색과 검은색 새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습니다. 비가 잠시 멎은 틈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맙소사, 백 마리도 넘을 듯한 흰색 갈매기와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기러기 떼와 함께 다른 한 무리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까만 까마귀 떼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좀 더 떨어진 곳에는 바다오리 무리들이 원형으로 무리지어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집단을 이루어 비바람을 피해 있는 모습이 장관(壯觀)입니다. 서로를 귀찮게 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날짐승 중에 가장 지능(知能)이 뛰어나다는 까마귀 무리를 뉴욕해변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새들의 모습에서 모든 인종이 함께 모여 사는 미국사회를 생각합니다. 백인, 흑인, 동양계, 스페니쉬 계가 공존하지만 인종갈등은 뿌리가 깊습니다. 매일같이 인종 간 충돌과 시위와 폭력이 보도됩니다. 생각을 세계로 넓혀 봐도 다를 바 없습니다. 나라마다 크고 작든 인종차별, 계층 간 차별 그뿐 아니라 입으로는 평화와 사랑을 외치는 종교 간의 갈등과 대립은 유혈전쟁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인간이 날짐승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조국 대한민국은 코로나를 그런대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세계 다른 나라들은 대유행 재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는 4,200만 명을 넘어 5천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115만 명에 달합니다. 미국은 누군가의 표현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맹활약’에 힘입어 확고한 ‘코로나 제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미 확진자는 865만 명 넘어 1천만 명을 향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23만 명을 바라봅니다.
제가 사는 뉴욕주도 확진자 52만5천명에 사망자는 3만3,600명에 달합니다. 뉴욕주 인구의 0.2%가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다는 계산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사실상 한 나라처럼 여권만 보여주고 자유 왕래해 왔습니다. 지금은 국경이 봉쇄된 상태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차량왕래가 불가능합니다. 며칠 전 트뤼도 캐나다 수상은 미국이 코로나를 확실히 ‘통제관리’할 때까지 국경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덕분에 저는 몬트리올의 작은 아들과도 기약 없이 상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미국 전역이 코로나로 활활 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사진) 국립 전염병연구소 소장을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독설(毒舌)과 조롱(嘲弄)을 퍼부었습니다. 트럼프는 참모들과 회의에서 “파우치와 멍청이들 얘기를 듣는데 진절머리가 난다. 그가 TV에나올 때마다 항상 폭탄이다. 만일 그를 해임하면 더 큰 폭탄이 된다. 아무튼 파우치는 재앙이다"라고 말했다는 보도입니다. 전문가의 정확한 분석과 경고가 대선을 코앞에 둔 자신에게는 재앙으로 들려 귀를 막고 싶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파우치 박사는 "나는 그저 미국인과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 복지만 관심사로 다른 일과 관련해선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처럼 '사적인 감정은 없고 순전히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학자다운 의연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코로나지옥 와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열을 올립니다. 트럼프는 코로나로 입원 중에 의료진에게 임상시험이 채 끝나지도 않은 제약사 리제너론의 코로나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라고 강권한 다음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이 약을 ‘기적의 치료제’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이 실험용 치료제에는 낙태된 태아에서 추출된 세포가 사용되어 트럼프 핵심 보수지지층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도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제약회사 리제너론 CEO와 골프친구로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 가족은 그 회사 주식을 다량 보유했다는 보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품의약국(FDA)에 이 약품에 긴급사용 허가를 내주라고 압박하면서 임상실험 중인 치료제를 백악관 예산으로 30만회분을 구입해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판촉효과’로 리제너론 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급등했습니다. 또 제약회사 이사장과 대표는 당장 그들의 보유주식 1만2000주를 파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각각 74만 달러, 26만 달러 등 100만 달러 순이익을 하루에 챙겼습니다. 이쯤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타고난 사업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아니면 줄줄이 청문회에 불려 다니거나 심하면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무튼 미국은 코로나의 미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선동(煽動)에 손쉽게 총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현상은 거대한 국력에 비해 일반적인 국민들 정치수준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11월 대선이 끝나면 미국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거듭나 코로나도 극복하고 경제도 살리고 조국 대한민국과의 관계도 이상적으로 변화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벗님 여러분, 환절기에 특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10월 23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