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스물 세 번째 편지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뉴욕 기온은 화씨 103도(섭씨 39.4도)로 예보되었습니다. 낮에 밖에 나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저는 코로나 전에는 새벽 산책을 즐겼습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헤아리며 사색에 잠기는 것이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곤 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 3시 집을 나와 마을과 공원을 두 시간 걸었습니다. 인적이 없어 마스크 사용할 일도 없습니다, 새벽에도 후덥지근하고 몸이 끈적거리지만 낮 시간에 비하면 견딜 만합니다. 구름이 가려 별들이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쪽하늘 구름사이로 유난히 큰 별이 반짝거립니다.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샛별 금성(金星)입니다. 샛별을 두고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노랫말이 생각나면서 30여 년 전 돌아가신 제 인생의 멘토 전진(全眞)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화가이신 그분은 부부 모두 돌아가실 때 시신을 가톨릭의대에 기증해 용인 천주교묘지 ‘참사랑’ 묘역에 뼛가루만 모셔져 있습니다. 저의 집에는 그분이 저에게 특별히 써 주신 서예작품 두 점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길을 찾아라”라는 노랫말에서 떠오른 것은 그분의 서예작품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와 함께 연상되는 ‘구도’(求道)라는 단어입니다. 사서5경 중용(中庸) 첫 장에 나오는 글귀는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름을 ‘도(道)’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하늘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敎’라는 2500년 전 孔子의 손자 子思가 중용에서 종교의 핵심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어느 민족이든 고대부터 하늘의 뜻(명령)을 찾기 위해 하늘에 제사 지내고 천체의 움직임을 살펴왔습니다.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의 뿌리입니다. 사실 평생 하늘의 뜻(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 인생이기도 합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를 계기로 모든 면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라는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는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한 자정능력이며 하늘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세계에 경종(警鐘)을 울려주었던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은 이 시대 예언자의 경책(警責)으로 들립니다. 소녀는 전 지구적 생태계가 몰살당할 위기에 처해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난민과 가난한 이들을 거론하면서 유엔에 모인 각국 정상들에게 당돌하게 외칩니다. “도대체 당신들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여전히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만 말합니다. 당신들은 우리가 하는 말의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정말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 행동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악마입니다.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우리는 절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이 책임을 피해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바로 여기서, 더는 참지 않겠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않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지구 앞날에 대한 걱정과 변화추구에 앞서 당장 오늘의 주식시장과 경제지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 세계 코로나 환자는 1천7백만 명을 넘어 2천만으로 향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70만 명에 이릅니다. 세계 최대제국 미국은 코로나까지 선두에서 이끕니다. 450만 명 확진자에 사망자도 16만 명을 향합니다. 어느 한 나라가 잘 대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인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제적으로 변화로 이끌고 있습니다. 변화는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물결입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무한경쟁의 천민자본주의, 인류를 전쟁으로 이끄는 무기산업, 개발이라는 명목의 자연파괴, 상업화된 종교, 출세위주의 교육, 난잡한 성문화 등은 인류의 멸망을 스스로 재촉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
코로나를 단순한 전염병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변화를 명령하는 천명(天命)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샛별을 등대 삼아 길을 찾아야’합니다. 인류를 변화시킬 ‘등대’인 샛별부터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성경을 비롯한 여러 종교의 경전에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저의 넋두리로 편지를 채웠습니다. 벗님여러분, 한국은 물난리가 한창이라는 소식입니다. 부디 여름철 더위와 코로나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7월22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