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이 심상치 않습니다. 13일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 6만 명이상 증가해 인구 1%가 넘는 350만에 달하고 사망자도 14만 명에 접근했습니다. 특히 플로리다, 앨라바마,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하루 1만 명 넘나드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구 2,148만으로 한국 40%에 불과한 플로리다주는 11일 하루 1만5300 명 확진자가 발생 지금까지 27만 명 넘는 확진자와 사망자는 4,300명에 달합니다. 미 전역의 영향으로 불길이 잡혀가던 뉴욕주도 조금씩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주는 확진자 41만 명과 사망 3만2천 명이 넘었습니다. 제가 사는 인구 130만 낫소카운티도 4만3천명 확진자와 2,700여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이 코로나의 뜨거운 지옥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마스크를 완강히 거부하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조급하게 상업과 학교재개를 재촉합니다, 파우치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장은 경제 재가동이 코로나 환자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 상태가 정말 좋지 않으며 당장 해결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학자들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하나 이상 나오기를 희망하지만 백신이 나온다 해도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독감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접종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MIT 대학 연구진은 의학적 돌파구가 없는 한 내년 봄까지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2억~6억명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140만~370만 명이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급락에 초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속히 경제 정상화와 학교개학을 주장하면서 조급하게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 대처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오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작심하고 연방정부를 비난했습니다. 현재 미 전역에 코로나 감염자가 매일 수만 명씩 증가하고 14만 명이 죽은 것은 초기 발상지인 뉴욕주의 교훈을 잊고 무리하게 ‘re open'하게 한 연방정부 책임이라며 트럼프의 황당한 대책을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그는 전염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1974년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나쁘며 국민들은 그를 해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을 공격하고 있다”며 그가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도지사가 대통령을 맹비난한 셈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애써 잠재운 코로나를 트럼프가 다시 확산시켰다고 생각하는 쿠오모 주지사 분노는 당연한 반응일지 모릅니다. 저는 어제 의사에게 들른 김에 코로나 항체검사를 받았습니다. 2~3일 후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항체가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 가볍게 코로나 증상을 겪은 저로서는 항체가 생겼다면 일단은 마음을 놓을 수 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여러 가지 우울한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뉴욕 동포사회는 9일 박원순 서울시장 ‘극단적 선택’ 뉴스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분이 실종된 시간부터 시신으로 발견되고 13일 장례식까지 동포들은 실시간 소식을 주고받으며 높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또 그분에 대한 여비서 성추행 고소내용이 공개되자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실망, 음모론까지 여러 소문들이 난무(亂舞)합니다. 평생을 약자의 편에서 인권과 정의를 위해 헌신한 청렴한 이미지의 박 시장에 대한 동포들의 기대가 높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존경하고 기대했던 사람의 뜻밖의 죽음은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고인에 대한 장례절차 두고도 왈가왈부한 모양입니다. 한쪽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열기가 뜨겁고 다른 쪽에서는 고인을 파렴치범으로 낙인찍고 비난하는 모양입니다. 각자 느끼는 대로 판단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상집에서는 누구나 모자를 벗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연일 섭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쏟아집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숲속을 걷습니다. 숲속에서도 땀이 절절 흐릅니다. 잠시 나무 등걸에 앉아 숨을 돌립니다. 새벽 한국뉴스에서 박원순 시장 장례광경을 접했던 때문인지 문득 예수님께서 간음한 여인 단죄를 위해 돌로 치려는 군중에게 하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저 스스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기억나는 대로 되돌아보면서 저보다 10년 연하인 고인의 삶과는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봅니다. 법률적인 ‘무죄추정원칙’과 관계없이 고소하신 분의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 가정해도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사람은 벌써 그 여자를 간음한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을 생각다면 저 자신은 70년 넘게 살아오는 동안 무수히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범한 잘못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그분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한국도 코로나 때문에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진 느낌입니다. 오늘은 이야기가 곁길로 빠졌네요. 벗님 여러분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20년 7월13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