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kal 상념 - 세계 여행 D+89.

티칼의 마야인들은 몽골 반점을 갖고있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조상이 아시아에서 건너왔다고 말한다.
한국인들도 몽골 반점을 갖고있기에 흥미로웠다.
사실 멕시코나 페루에서 비슷하지만 규모가 더 큰 유적지를 다 가 보았다.
티칼은 관심이 좀 적었다.
하지만 몽골 반점의 아시아인이 건너와 이룬 마야 문명이라기에 호기심이 생겨서 가기로했다.
티칼은 AD250년 부터 수 백 년간 번성(繁盛)했던 지역이다.
AD 800년경 급속하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가뭄과 물 부족과 기근 등등으로 추정된다.
빗물을 받아서 썼다고한다.
무슨 생각으로 호수도 강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신전과 왕궁, 제사터와 볼경기장, 피라밋과 귀족들의 집터 등이 남아있다.
돌로 지어졌기에 현재 까지 원형이 보존된거다.
반면에 일반 백성들이 살았던 유물들은 하나도 없다.
하층민들의 집은 대나무나 목재 혹은 흙으로 지어졌다.
밀림 속에 묻혀서 흔적도 찾을수가 없다.
백성들은 옥수수와 콩을 주로 재배해서 바쳤다.
신전 건축의 노동력이었다.
생각이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역사를 거꾸로 보면 어떻게 보이고 해석될까?

이집트의 피라밋, 멕시코의 치첸잇싸, 페루의 마추픽추, 캄보디아의 앙코르왓트 등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다.
고단했던 백성들의 히스토리는 어디에도 없더라.
미생들의 역사는 의미가 없는걸까?
왕족, 귀족, 부자들의 호화로운 흔적에만 감탄하더라.
오만, 야만, 탐욕, 과시, 영생의 욕심을 보면서 열광하더라.
인도의 타지마할이나 영국의 대형 박물관에서도 나는 씁쓸했었다.
내가 삐딱한건가?
서민들의 유적이나 유물이 없다면
애환을 담은 퍼포먼스나 공연이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노예들의 합창'이라도 빌려다가 부르던가 ㅠㅜ
중국 운남성에 갔을 때 주민들이 배우가 되서 보여주는 야외 공연이 인상 깊었다.
장예모(장이머우) 감독이 그 지역의 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단다.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등장한 주민 배우들의 합창은 일류 뮤지컬 배우를 능가했다.
티칼 국립공원 입장료는 외국인 150캐찰(26,000원), 자국민 30캐찰이다.
5배를 받는다.
멸망의 역사라고 의미가 없는건 아니더라.
가난한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우려 먹을수 있는 짭짤한 수입원이 되니까.
플로래스에서 티칼 가는 투어 버스( 중고 현대 25인승 카운티) 왕복 요금은 140캐찰(24,500원)이다.
호구를 잡혀가면서도 꾸역꾸역 찾아가는건 왜 일까?
유명한 곳이라서 갔다?
사진을 찍어서 남기려고 갔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
남들이 다 가니까 갔다?
나는 도대체 왜 갔을까?
그래 몽골 반점 때문이라고 하자.

티칼에서 플로레스로 돌아오자 마자
안티구아로 가는 심야 버스를 예약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여행할 때 잡생각은 금물이다.
이럴 땐 몸을 고단하게 하는게 해결 방법이다.
빡세게 굴러 보기로했다.
밤 9시에 떠난다.
거리는 520km다.
10시간이 걸린다.
야간 버스 요금은 375캐찰이다.(65,000원)
비싸지만 우리나라 우등 고속 버스 수준이다.
차내에 화장실도 있다.
에어컨이 너무 쎄다.
신선 식품을 배송하는 냉장차에 탄것 같다.
미리 겨울 자켓을 준비해서 그럭저럭 버텼다.
깜깜한 새벽에 안티구아 시티에 내렸다.
환승하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이런 시간에 마주치는 로컬들의 인상은 저절로 겁을 먹게한다.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긴장하고 집중한다.
상념이나 잡념이 싹 달아난다.
저절로 여행 모드로 바뀐다.
안티구아에 아침 일찍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가니 문이 굳게 잠겨있다.
체크 인은 오후 3시 부터다.
다행히 전화가 연결됐고 문이 열렸다.
빈 방이 있다고 베리 얼리 체크인까지 해준다.
긴장도 상념도 다 털고 꿀잠 속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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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 도시 안티구아는 블랙홀이다>
- 3번째 세계여행 D+96

낯설지가 않다.
멕시코의 산크리스토발이랑 닮았다.
쿠바의 산티아고 데 쿠바, 필리핀의 비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골목길을 걷는듯하다.
300여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돌 길과 스페인풍의 건물과 사람들이 비슷하다.
18세기 속을 걷는다.
타임 캡슐을 타고 완벽하게 과거로 돌아온것 같다.
Go back to the past~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진다.
묘한 매력이 있다.
3일 정도 있으려고 했는데 일주일 넘게 발목을 잡혀있다.

오늘 숙소를 사흘 또 연장했다.
과거 과테말라의 수도였다.
화산 대폭발로 회복하기 힘들만큼 무너졌다.
계속 화산 폭발 위험이 높아 수도를 과테말라 시티로 이전했다.
지금도 푸에고 화산(Volcan de Fuego)은 불을 뿜고있다.
1979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도시는 현대식 건물을 지을수 없게 했다.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해야한다.
덕분에 예쁘다. 사랑스럽다.
매력 뿜뿜이다.
Lazy. Relax. Slow. Peace 같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해발 1,500m의 고원지대라 덥지않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가을 날씨같다.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
밤에도 시내를 돌아다닐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할 때는 꼭 최신 정보를 봐야한다. 치안 상황은 계속 바뀐다)
세계에서 제일 예쁘다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있다.
볼만한 성당과 광장, 특색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많다.
화산지역이라 산미(酸味)가 강한 안티구아 스모크 키피가 유명하다.
자연스럽게 1일 3커피하게 된다.
한국 식당이 한 군데 있다.
가끔 가서 한식 갈증을 풀 수 있다.
큰 시장과 슈퍼마켓이 있어서 필요한 식품과 생필품을 쉽게 살 수있다.
안심하고 카드를 사용 할 수가 있다.
(5%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관광객 물가는 비싸지만 생활 물가는 싼 편이다.
며칠 지나면 저절로 지출이 줄어든다.
현지인 모드로 바뀌기 때문이다.
안티구아는 장기 배낭 여행자의 블랙 홀이다.
센트로 아메리카에서 한 달 살이 하기 딱 좋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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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벅>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 있는 스타 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 받고있다.
진짜일까?
궁금한건 못참지.ㅎ
직접 가서 보았다.
다른 나라의 매장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특색이 있다.
봉당(封堂)이 예뻣다.
스페인 콜로니얼 집들은 중앙에 마당(봉당)이 있었다.
대저택에는 중정(中庭)이 있었다.
18세기의 고풍스런 건물과 봉당을 그대로 살렸다.
내부만 현대식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었다.

커피의 맛이 특별하지는 않다.
한국과 비슷하다.
가격도 한국이랑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익숙한 장소다.
옛 것과 새 것이 묘하게 어울린다.
공간이 넉넉하고 내부 시설이 앤틱해서 편안함을 준다.
과테말라 커피의 본 고장이라는 점과 유명세도 한몫을 한다.
다운타운의 요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특색있는 스벅이라는 표현이 정확 할 것 같다.

글로벌에 로컬의 특색을 제대로 접목하면 대박이 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스타 벅스 매장은 38,587개나 된다.
본 고장 미국이 가장 많은 16,466개다.
한국 스벅은 세계에서 4번 째로 많다.
1893개다.
한국이 캐나다, 영국보다 많다.
한국에 있을 때 살던 아파트 내에 스벅이 있었다.
처음엔 대면대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매일 가게 되더라.
줏대없이 스벅 홀릭이 되어버렸다.
안티구아에서도 스벅 홀릭 짓을 하고있다.
매일 한 번씩 가게된다.
멍때리다 오지는 않는다.
편하게 여행정보를 검색한다.
매일 한 꼭지 씩은 포스팅을 한다.
생산적이다 ㅎㅎ
생소한 땅에서 익숙한 것과 매일 만난다.
홀로 여행자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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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박질 대신 뜀박질!>
며칠 동안 거리를 걸을 때 마다 떼지어 달리는 사람들을 본다.
저게 뭐지?
과테말라의 포레스토 검프들인가?
독립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달린단다.
뿔피리와 호루라기를 요란하게 분다.

지나가던 차들은 박자를 맞춰 경적을 울린다.
빠밤 빠 빠밤 빰 빰~
2002년 월드컵 축구 때 한국의 뜨거웠던 열기를 여기서 다시 느낀다.
내 가슴도 요동질을 친다.
저녁에는 횃불을 들고 달린다.
학교나 단체들이 모여서 센트로 광장을 돈다.
일주일 전 부터 무작정 달리기가 시작 된다.
일반인들도 무리의 뒤에 붙어서 같이 뛴다.
닥치고~
달리고 달리고~
밤에 Antorcha(횃불)를 들고 뛰는 모습은 사람의 흥분을 더 자극한다.
전국에서 1,800여개의 횃불 (Antorcha)이 달린다고한다.

독립 기념일 당일 날에는 초ㆍ중ㆍ고ㆍ대학과 군대의 밴드와 댄싱 팀이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친다.
거리는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도 퍼레이드의 처음 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저절로 흥이 나고 힘이 솟는다.
과테말라는 1821년 9월 15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다.
203 주년을 맞는다. 전국적으로 요란하게 축하 행사가 벌어졌다.
안티구아는 일주일 전인 9월 8일 부터 15일까지 날마다 축제였다.
이방인(異邦人)도 덩달아 신명이 나고 재미지고 즐거웠다.
문득 한국의 광복절이 떠올랐다.
높으신 양반들이 근엄하게 자리잡고 거룩한 말씀들을 뱉어낸다.
경건하다.
동원된 학생과 시민들은 그냥 박수 부대 들러리다.
꼰대들~
엄숙 대신 축제가 되면 안되는걸까?
쌈박질 대신 함께 뜀박질 하면 안되는걸까?
시민들이 뿔피리 불며 춤 추고 높으신 분들이 박수 치고 응원하면 안되는걸까?
청춘이 주연이되고 어른은 조연이 되면 안되는걸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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