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 황무지, 모래바람, 갈증, 거칠고 투박한 사람들의 땅에 온지도 벌써 50여 일이 지났다.
아직은 태양이 머리 벗겨질 만큼 뜨겁지는 않다.
피부가 웰던으로 구어질 만큼 뜨거워지기 전까지는 이집트에서 지내려고 한다.

떠나기 전에 시와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로 가서 야자나무 밑에서 늘보 놀이나 하면서 가장 게으른 인간으로 살아보려 한다.
해와 달을 동시에 보면서 세월과 시간을 잊고 지내야겠다.
사막에서의 인생 소풍도 나쁘지 않다.

착각하지 말자
1. 미국의 시인 사무엘 울만이 75세에 썼다는 ‘청춘’이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닌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80세 노인도 의지, 상상력, 정열, 용기, 모험심, 이상, 아름다움, 희망, 기쁨, 낙관주의의 파도를 탈수 있으면 청춘이다"
요약하자면 청춘이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라는거다.

다이빙 천국인 다합에 온지도 두달이 되어간다.
남들은 물고기를 보겠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매일 바닷길을 걸으며 파도와 윤슬을 만나고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다.
다이빙 안해요?
다이빙 안하면 심심하지 않나요?
다이빙 안할꺼며 뭐하러 다합에 온거예요?
난 딱히 뭐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설명할수도 없다.
하루에 평균 18,000보를 걷는다.
걸으면서 비우고 내려놓고 버린다.
윤슬과 파도를 바라보며 명상하고 충만감을 느낀다.
매일 카페에서 글을 쓴다.
하지만 이런 말을 내뱉을 수가 없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할게 뻔하니까.
화성인 취급을 받을테니까.
사실 다이빙을 배울 생각도 있어서
강사에게 상담을 했었다.
대답은 의사의 건강 확인을 받고 소견서를 받아 오라는거였다.
충분히 이해한다.
내 나이가 부담이 되는거겠지.
나이 들어 나홀로 세계여행 한다고 내가 청춘인줄 착각하면 큰 오산이라는걸 새삼 깨닫는다.

2. 쉐어 하우스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고 얼마 있다가 떠나 보내는게 일상이 되었다.
대분분이 2~30대의 젊은층이다.
젊은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다.
활력도 얻지만 민폐가 되면 안된다는 조심스러움이 더 크다.
그래도 배운게 많다.
참견, 긴 말은 금물(禁物)이다.
적당히 알아서 빠져주고 비켜주고 모른척 해야한다.
설거지는 자발적으로 재빨리 맡아서 해야한다.
지갑을 빨리 꺼내야 한다.
확실하게 배운건 나는 마음 청춘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는거다.
사무엘 울만과도 거리를 좀 두고 살아야겠다.

유쾌한 수경씨, 역대급 환송
3주일 동안 룸메였던 유쾌한 수경씨가 떠나는 날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합의 마당발, 소식통,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었다.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최후의 만찬(?)에는 언니, 오빠, 동생, 삼촌 등이 열 명이 넘게 참석하여 석별(惜別)의 아쉬움을 함께 나누었다.
작은 삼촌인 김 쉐프는 특별히 매운 맛의 닭도리탕을 요리해서 분위기를 더 뜨겁게 했다.
유투브에서 시청자가 매회 마다 100만명이 넘는 '빠니보틀 세계여행'의 주인공인 빠니님도 참석해서 화제가 더 풍성했다.

밤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택시로 샤름 엘 셰이크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되자 어둠 속에서 더 많은 동포들이 출현했다.
포옹하고 악수하고 사진 찍느라 길이 막혀서 차량통행이 잠시 막힐 정도였다.
이집션들은 동양인들의 난리법석이 신기했는지 빵빵거리지도 않고 구경하면서 기다려주었다.

해피 바이러스 유포자인 수경씨도 대단하지만 아직 신혼인데도 등 떠밀어 한달 동안이나 해외 여행을 보내준 신랑이 더 멋지고 대단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음번에는 신랑과 같이 온다니 그때는 꿀단지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아니 부부가 제대로 꿀 빨며 지낼것 같다.
룸메로 지내며 여행에 대한 대화를 하다보니 전문성과 추진력이 대단한 프로여서 놀랐다.
내가 싼티아고나 오지 여행을 가게되면 수경씨가 근무하는 C여행사의 개별여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신뢰감을 주었다.
떠날 때는 가지고 왔던 물품들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걸 보고 세심함과 통 큼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것도 그냥 주는게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하거나 알맞는 것을 찾아서 주는걸 보면서 하늘을 찌르는 인기의 이유를 알것 같았다.
진짜 여행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덕분에 참좋은 여행을 경험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