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세계 여행 342일 째

아르메니아에 온지 닷새가 지났다.
코카서스 3국(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에서는 그 중 날씨가 따뜻하다.
난 추운걸 싫어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몸이 미처 적응이 되지않아 한겨울보다 더 추위를 탄다.
여기는 다른 코카서스 나라들과 기온은 비슷한데도 훨씬 따뜻하니 살만하다.
일 년 가까이 유랑 같은 긴 여행을 하다보니 호기심이나 감흥이 많이 무디어졌다.
그저 물가 싸고 안전하고 먹거리 흔하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미소를 많이 짓는 나라가 편하고 좋다.
내 주관적 생각이지만 솔직히 코카서스 나라들은 볼거리가 별로 없다.
다만 편해서 좋은거다.

아르메니아에도 러시아 피난민들이 넘친다.
가족과 함께 온 중년의 부자들은 우아한 피난살이를 한다.
아르메니아의 GDP는 5천불 정도다.
그런데 지금 수도인 예레반 시내의 방 두칸 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3천불이나 한다.
러-우 전쟁 전보다 몆 배가 올랐다.
세반 호수에 가려고 투어를 알아봤다.
모든 안내 팜플렛은 모두 러시아어였다.
당연히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도 거의가 러시아 중년들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온통 부유한 러시아인들이다.
반면에 징집(徵集)을 피해 온 가난한 청년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낸다.
하루에 9천원하는 도미토리에서 밥을 해먹어가며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내가 묵은 숙소의 매니저도 한 달 전에 러시아에서 넘어온 청년이었다.
짜르 푸틴은 미쳤다며 저주를 내뱉었다.
어느 나라건 전쟁이 나면 죽어나는건 청춘들이다.
전쟁에서 죽어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청춘들
그리고 징집을 피해 도망쳐와 하루 하루를 고단하게 연명하는 청춘들
모두가 시대착오적인 정치 괴물 꼰대들이 만들어낸 피해자들이다.
제발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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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Italian friends
영 이탈리안 다미안 (Damianlanciani)이 내가 그의 아버지와 친구 3명과만 사진을 찍었더니
자기도(사진 중앙, 검은 티셔츠) 함께 찍자고 한다.

즉석에서 인스타그램과 페북 친구를 맺었다.
저녁 마다 음악 크게 틀어 놓고 떠들던 이태리 친구들이 오늘은 조용히 내 여행 얘기를 경청한다.
외국에 나오면 확실히 한국의 위상이 높다는걸 실감한다.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럽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노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BTS가 군대에 간다니까 아쉬워한다.
내 나이를 물어서 70살이라고 했더니 50살 아재들과 27살 청춘이 과장된 제스츄어를 취하며 놀라 자빠진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 중 하나라고 허풍을 좀 떨었다 ㅠㅠ.
여행 중에 최고는 좋은 친구를 만나는 사람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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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도심산책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은 아직 때가 덜 타서 순수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올드한 느낌에다 밤중에 걸어도 안전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물가도 저렴하다.
도심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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