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몽골에서 최교수를 만났다.
나랑은 인연이 많이 겹친다.
요상한 고등학교 후배다.
왜 요상 하냐고?
교가에 학교 이름이 없다.
가사도 해석이 어렵다.
교가에 흔히 들어가는 상징적인 산이나 강이나 바다 이름 같은 것도 없다.
"잘 집에 서울을 눈 아래 깔고서 뜻있네 볼재에 우뚝한 우리집 즈믄에 어린이 숲속에 모여서 뜻있네 이집에 힘쓰는 배움들~"
일반 사람들은 이해 곤란이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뭔가를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다.
나랑 대학은 다르지만 전공은 같다.
역사학이다.
같은 공군 학사 장교다.
게다가 같은 정훈 병과다.
그런데 어쩌다~
계룡대 5층에 있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중위로 제대해서 교수가 됐다.
나는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여행 작가가 됐다.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어깨에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 2개를 단 청년 장교의 모습이다.
20여년 넘게 소식을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가 페북을 통해 근황을 알게 됐다.
포스팅을 보니 맨 날 여행을 하거나 죽어라 걷는 사진과 얘기들 뿐이다.
교수 때려치고 전문 여행가로 갈아탔나 ?
틈만 나면 공항으로 달려 가는듯 했다.
2년 전 나는 제주도에서 일년 살이를 했다.
그 때 최 교수가 절친인 구 교수와 함께 제주도에 왔다.
그동안 밀린 얘기들을 풀었다.
구 교수는 최 교수의 고교 동창이다.
공군 학사 장교 동기생이다.
현재는 같은 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방학 때 마다 여행도 함께 다닌다.
물론 술도~
참 구비구비 유구한 인연이다.
여기서 웃기는 이야기 하나.
구 교수는 지리학 전공이다.
그런데 공군에서 항공 무장 병과를 받아 근무했다.
억울한게 많을듯하다.
최교수는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구교수는 군대 이야기를 거의 안한다. ㅎㅎ
이번에 최교수가 온건 학술대회 참석 때문이다.
몽골 문화 예술 대학의 초청이다.
본업 여행을 하다니 부럽다.
스케쥴이 빡빡하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맥주 한잔 나누었다.
분위기 업! 2차 까지~

같이 온 학회 멤버 몇 분도 같이 만났다.
모두가 여행 달인들이다.
역마살 마왕들이 모였다.
대화가 5대양 6대주를 날아 다닌다.
가장 큰 공통점은 역마살을 주체 못하는 노마드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인연은 이어질수 밖에 없다.
다음엔 시베리아든 아프리카든 지구별 어느 모퉁이에서 다시 만나게 될것 같다.
해피 나담 축제 날.
행복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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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다리 부부 홧팅!>
숏다리는 쇼(Show)+보따리의 합성어다.
많은걸 보여주는 보따리라는 뜻이다.
다리가 짧은 숏다리가 아니다.
부부는 연극 배우 출신이다.
실물을 보면 진짜 멋지고 예쁘다.
선남선녀(善男善女)다.
두 사람은 홍대 앞에서 만화처럼 만났다.
첫 눈에 뿅 빠져 결혼을 했다.
지금도 두사람 눈에선 꿀 뚝뚝 떨어진다.

코로나가 터졌다.
무대에 설 수 없게 된거다.
방향을 틀었다.
위기는 기회다.
오래 전의 꿈을 이루어보자고 의기투합(意氣投合)했다.
전 재산을 털어 세계 일주 유투버로 나섰다.
인기가 급상승 중인 유트브 채널 '숏다리 여행기'를 시작했다.
시작 1년 만에 구독자가 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연극 배우는 가난하다. 여유 돈이 있을리 없다.
두사람은 일년 동안 3천 만원으로 여행했다.
수입은 2천 5백 만원이었다.
적자다.
그래도 선방 한거다.
지금은 두번째 세계일주 여행 중이다.
이번에는 1년에 2천만원을 쓸 계획을 하고 다닌다.
오히려 더 짠내나는 여행을 한다.
그런데도 표정은 더 밝다.
맨 땅에 삽질하듯 시작했지만 삽자루가 부러지지 않았다.
손바닥에 굳은 살이 단단하게 붙었다.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거다.
우서와 수야 부부가
15일 간의 몽골 여행을 마치고 떠난다.
카자흐스탄으로 간다.
이번에는 서진해서 남미까지 간다.
열성 구독자들이 많다.
태국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했다.
장비와 돈과 카드를 모두 잃어버렸다.
구독자들이 ‘백시일반’으로 도와 주었다.
멘탈을 지켜내고 다시 시작했다.

열성 구독자들의 응원은 몽골에서도 이어진다.
거의 반 값에 고비 사막을 다녀왔다.
게르 비용이 비싸다고 사막에 텐트를 쳤다.
현지 몽골인 여행사는 거의 협찬 수준으로 돕고 나섰다.
몽골인 구독자가 자기의 비어있는 아파트를 내주었다.
우리의 송별 오찬은 울란바토르 한국 가든의 정사장님이 마련해 주었다.
우리의 첫 만남 이집트의 다합이다.
숏다리 부부가 오자마자 나는 케냐로 떠났다.
김셰프의 게하에 묵었다.
김셰프와 숏다리 부부는 삼촌과 조카를 먹었다.
여행 인연이 이어져 몽골에서 다시 만났다.
우서가 몽골에 온건 진심 원하는게 있어서다. 초원에서 제대로 말을 달리고 싶어했다.
고비 투어를 다녀오고 장마가 이어졌다.
간절한 희망을 이루지 못했다.
떠나기 전 날도 비가 억세게 내렸다.
한국 가든에서 송별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근처에 있는 자이승 전승 기념탑을 둘러 보기로 했다.
올라기기 전에 자이승 힐 앞에 있는 톰 앤 톰 커피숍에 들렀다.
아아를 한잔씩 마셨다.
우서는 말타기가 무산되서 무척 아쉬워했다.
얘기를 듣자 김셰프의 무대뽀가 터졌다.
"승마 할 수 있게 옷 갈아 입고 1시간 후 집합" 오더를 내렸다.
숏다리 부부는 5분만 여유를 달라고 한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오케이 👌
그렇게 테를지 국립 공원으로 갔다.

결과는 어두워질 때 까지 원없이 말을 달렸다.
그냥 또깍또깍 탄게 아니다.
질풍노도 처럼 내달렸다.
(말 탄 야그는 따로 포스팅하겠음)
숏다리 부부 잘가!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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