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날..발리에서

우붓의 다운 타운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힌두교 신화에 원숭이가 큰 공을 세웠다는 내용이 있단다.
발리에서는 친근하고 대접 받는 동물이다.
입장료 4,500원이 아깝지 않다.
활개치며 노는 원숭이를 구경 하노라면 재미지다.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숲 그늘길이 잘 되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힌두 분위기 물씬나는 암석 조각품들이 많아서 볼만하다.
올 때 갈때 천천히 걸으며 예쁜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발리 여행 중에 특별한 경험을했다.
하루 종일 숙소에서 나가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하루 동안 감금(監禁)의 행운(?)을 누렸다.
금년에는 3월 22일이 발리 침묵의 날이었다.
거리엔 사람이 다닐수 없다.
단속 순찰을 한다.
식당이나 가게는 문을 닫는다.
아예 숙소 출입문에 쇠줄을 건다.
미리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음식과 물을 준비해 두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숙소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은건 처음이다.
하지만 침묵의 날이 넘 좋다.
타의에 의한 <잠시 멈춤>이지만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해졌다.
나 스스로 한달에 한번 쯤은 침묵의 날을 정해서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ilent day>
발리 섬에서 힌두교의 새해 명절인 녀삐(Nyepi)는 '침묵의 날'이다.
일상 생활로 부터 벗어나 조용히 명상과 반성과 다짐을 하며 보낸다.
녀삐 전날까지는 각종 정화 의식과 전통 행사가 이어진다.

특히 녀삐 전날은 시끌벅적 요란하다.
오고 오고(Ogoh Ogoh)라는 거대한
악령들의 인형을 만들어 행진한 후에 불태우는 행사를 한다.
시내 곳곳의 도로가 차단되고 막힌다
녀삐 당일에는 도로가 텅비고 공항과 항구의 운영을 중단한다.
녀삐 날에는 4가지를 하지 않는다.
불을 피우거나 켜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는다.
외출을 하지 않는다.
여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완전한 어둠속에서 집에 머무는 동안 발리의 전통 자경단인 뻐짤랑(Pecalang)만 순찰을 돌면서 녀삐 규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한다.

녀삐는 자제와 어둠을 지키는 날이다. 그걸 보겠노라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룰을 어기고 구경하러 돌다니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무례함을 저지르는 관광객은 없다.
오히려 녀삐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여 제대로 침묵의 참 맛을 느낀다.
구경하는 여행도 좋지만
특별한 체험 여행은 더 좋다.
힌두교의 교리에 따라 이웃, 영적 신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을 지키는데 순간에 동참(同參) 한건 행운이다.
보람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녀삐 전 날은 길이 막혀 오토바이가 답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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