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고등학교 신문반 63회 동기는 6명이다.
한 명은 귀촌 생활 중이다.
나는 지구별 유랑자라서 한국에 없는 날이 많다.
나머지 4명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서 산에 다닌다.
이번에는 내가 한국에 있는걸 알고 나오란다.
서대문 안산 자락길이다.
오케이다.
나가보니 2명만 있다.
한 명은 갑자기 아파서 트랙킹 대신 병원으로 갔단다.
한 명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단다.
이 나이에 절반이면 성적 좋은거지 뭐.
3시간 동안 걸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를 많이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에 제주도 갔던 이야기가 나왔다.
난 단편적으로만 기억한다.
쪼각 기억 뿐이다.
6명이 제주도 갔었지.
천제연 폭포에서 다친 어린애를 상비약(常備藥) 꺼내 도와주었지.
그 부모가 기념품 가게 주인이었지.
한라산에 올라갔었지.
화장실에 갔다가 내 궁둥이를 올려다 보는 시커먼 돼지와 눈이 마주쳐서 놀랐지.
떠나는날 혼자서 삼양해수욕장 근처 먼 친척집에 인사하러 들렀었지.
나만 배를 놓쳐서 못탔지.
밤에 떠나는 화물선을 타고 가서 목포항에서 만났었지.
이게 기억의 전부다
그런데 민종과 준환은 바로 어제 일처럼 55년 전의 제주도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술술 풀어낸다.
쿠타킨테 같다 ㅎ
제주도 가기 전에 마포대교 건설 현장에서 야방 알바를 했다.
민종이 아부지가 현장소장이었다.
그때 회비는 4천원이었다.
완행 열차 타고 목포로 가서 가야호 타고 갔다.
관음사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안개가 끼고 비도 내려서 힘들었다.
그 땐 쭁훈이가 젤 쌩쌩하게 앞서 나갔다.
안개 땜에 백록담(白鹿潭)이 안보였다.
찾다가 안되서 돌을 던져서 소리가 나는걸 듣고 내려가서 백록담에 손을 담갔다.
내려오다가 군용 텐트 치고 잤다.
버너 코펠 라면 쌀 다 있었지만 비가와서 과자 쪼가리로 허기를 달랬다.
제주도에서 나올 때 배가 정시 보다 일찍 떠났다.
국토건설단 귀향자가 많아서였다.
민종이가 남아서 너를 기다렸다.
같이 밤 배를 타고 목포로 와서 아침에 다시 만났다.
목포에서 고흥으로 가서 인호 고향집에서 이틀 동안 놀았다.
소록도(小鹿島)에 가서 해수욕을 했다. 당시는 일반인 출입금지였다.
인호 아부지가 공화당 신형식 국회의원이었다.
기억이 하나씩 맞춰진다.
민종이 준환이 머리 좋다.
대단한 넘들이다. ㅠ
난 기억력이 꽝이다.
그러나 문제없다,
난 기억력 좋은 친구가 많이 있으니까 ㅎ
언제든 물어보면 된다.
그러니까 똑똑한 친구들아 다들 건강하게 오래들 살아라.

******************************
<내가 멋지다고? 실화임?>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했다.
가족들의 선물이 고맙다.
그 중에서도 손자의 손편지가 으뜸이다.


<할아버지 멋져요.
건강하세요. 많이 사랑해요>
내가 멋지다고? ㅎ
멘트가 나를 뿅~ 가게한다.
앞으로도 계속 손주들에게 멋지게 보일수있도록 제대로 살아야겠다 ㅋ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