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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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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는 항공사 응징기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26)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19-06-09 (일) 04:27:28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백인 우월주의 , 백호주의 인걸까? 분명 고객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는데 내가 참아야 하는걸까? 아니면 제대로 한판 붙어 봐야 하는 걸까?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일단은 참을 수 있는 데 까지 참아 보자고 마음을 정했다.

 

나는 그 때 호주 시드니의 킹스포드 스미스 국제 공항에서 말레시아의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저가 항공사의 발권 창구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시크 (SICK)하게 생긴 백인 여직원은 내 여권을 받아 든 채 옆 자리에 앉아 빈둥 대고 있는 뚱뚱한 백인 남자 직원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이 여권으로 말레시아 쿠알라 룸푸르 간다는데 괜찮은 거야?" "어느 나라 여권인데 ?" "코리아." " 노스 코리아야? 아니면 사우스 코리아야 ?" "글쎄? " "로켓 맨만 아니면 괜찮아." "로켓맨 ? " ", 미스터 킴 로켓 맨 !!! 크크" 둘이서 뭐가 그리도 좋은지 깔깔대며 웃었다. " 동양 할배 손님 한테 직접 물어 봐. 로켓 맨 아느냐? ." "눈 모양이 비슷해 보여. 로켓 맨 이랑 비슷하게 생긴거 같은데...."

 

점입가경 이었다. 손님을 앞에 세워두고 자기들 끼리 잡담을 하며 킬킬 대고 있다니? 내 여권을 앞으로 보고 뒤로 넘겨 보고 하면서 계속 떠들어 댔다. 이건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모욕감을 느끼게 할 정도 였다. 분명 동양인 노인을 조롱하고 있는 것 이었다. 70이 다 되가는 동양인 노인 이니까 당연히 영어를 못 알아 들을 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폭발 직전의 화산 처럼 가슴 속에서 부글 부글 싯뻘건 용암이 끓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고 나를 타일렀다. 외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화내고 언성 높이면 반드시 나에게 불이익이 발생 한다는 교훈을 곱씹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익스큐스미" 하면서 말을 자르고 끼어 들었다. "난 통로 쪽 좌석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직원은 들은 척도 안하고 농담을 계속하며 컴퓨터로 발권을 하려 한다. 나는 미덥지가 않아서 다시 한번 통로 쪽 좌석을 부탁 한다고 말 했다. 두 번째 요구에도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출력한 보딩 티켓을 내 준다. 그런데 수화물을 보내고 티켓을 확인해 보니 오른쪽 3열 좌석의 가운데 자리였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그래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왜 통로 쪽 좌석을 달라고 했는데 가운데 좌석을 주었느냐?" 고 따졌다. 여직원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좌석을 지정 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대답 했다. 순간 여직원의 얼굴이 권투 도장 샌드백 처럼 크게 클로즈업 되어 보이면서 한 방 날려 주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흥분해서 언성을 높이면 내가 말려드는 것이다. 진정하자 다짐 했다. 내가 세계 일주를 하며 여러 비행기를 타 봤지만 복도쪽 좌석을 달라는데 추가 요금을 내라고 한 적은한 번도 없었다. 앞 뒤 간격이 넓은 비상구 좌석 같은 경우는 추가 요금을 내는 게 맞지만 가능하면 복도 쪽으로 달라는 데 추가 요금을 내라는 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자기네 회사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의 악명 높은 저가 항공사 중에서도 최악인 항공사니 또 돈을 더 울궈 내려고 규정을 바꾸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았다. 이 개떡 수준의 항공사는 안전 사고도 있었지만 워낙 저가이고 연결편이 많아 지금 아시아 지역은 거의 석권하고 있었다.

 

이 항공사는 수화물 요금을 따로 받고 , 식사도 추가 요금을 받는다. 환불 따위는 아예 안된다. 지연이나 캔슬의 경우에도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전혀 없어서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 되기도 했었다. 가성비를 따져보면 소문 만큼 싸지 않은 항공사다. 그런데 직원까지도 진상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이 항공사는 승무원의 서비스가 엉망인 건 둘째 치고 안전사고가 잦기로 악명이 높았다.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가던 이 항공사의 비행기가 조종사의 미숙한 대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외에도 필리핀에서 발생한 활주로 이탈 사고, 엔진 고장으로 인한 제주 공항 비상착륙 사고, 필리핀 칼리보에서 엔진 누유로 2차례의 이륙 직전 회항 사고, 호주에서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해 이륙한 여객기가 기체 압력을 잃고 공중에서 6km나 급강하 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는데 이 때 승무원들이 오히려 패닉에 빠져 승객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던 사고, 호주에서 이륙한 여객기의 왼쪽 엔진이 폭발하여 우측 엔진만으로 회항하여 착륙한 사고 등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20193월에는 인천에서 필리핀으로 가던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카드 도박을 하는 영상이 SBS에 제보 되어 보도 되자 승무원들이 카드로 마술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검색 전 까지는 이렇게 까지 심각한 줄은 몰랐다. 각종 사건 사고 사례를 알고 나니 공짜로 태워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칠 것 같다.

 

 

  (27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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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첫 인상은 단정하고 깔끔했다. 오페라 하우스 빼면 특별하게 볼거리는 없었지만 그냥 편하고 여유가 느껴져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 지내다 보니 겉보기와 실제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겉으론 풍요롭고 친절하고 모든 게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틀에 맞춰져 있었고 삭막 했다. 비싼 물가 때문에 삶은 팍팍 했다. 현지에서 만난 교포는 호주나 뉴질랜드를 재미없는 천국 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재미가 넘치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그럼 어디가 좋다는 거냐? 라고 물으니 그냥 웃었다. 나는 재미 넘치는 지옥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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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바다 공원이다. 숙소가 근처에 있어 머무는 동안 매일 이 공원을 산책했다. 바다와 꽃과 나무와 새들과 바람이 어우러진 목가적이 분위기가 좋았다. 소문난 명소보다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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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명물 중에 하나인 하버 브릿지 석양 모습이다. 기차 길과 자동차 도로와 인도가 같은 다리에 있다. 나는 일부러 인도를 걸어서 다리를 건너갔다가 돌아 올 때는 전철을 탔었다. 해지는 시간에 다리를 걸으며 일몰을 바라보면 참 아름다운 나라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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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영연방 국가다. 실제로는 정부 수반이 총리이지만 형식상 입헌 군주 국가로 국가 원수는 영국 여왕이다. 주민 대부분은 영국과 아일랜드 계이다. 원주민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당연히 영국 냄새가 곳곳에 물씬 풍긴다. 영국은 1787년부터 죄수를 호주로 보냈다.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 이후에는 굶주린 농민들이 건너왔다. 죄수와 가난한 자들이 세운 나라 호주는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이룩해 냈다. 흙수저들이 기적을 이룬 나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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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쪽 하버는 완전 유럽 분위기였다 .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내 바로 옆에 쿠루즈 선이 정박하는 항구가 있고 인기 있는 멋진 레스토랑들과 야외 커페엔 관광객이 넘쳐 나는 모습을 보면서 공존과 조화의 지혜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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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시내의 달링 하버 야경 - 늦은 시간에 산책과 조깅하는 사람들이 낮 시간 보다 더 많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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