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여행

미국에서 바로 멕시코의 툴룸으로 왔다.
귀국 뱅기표는 엿 바꿔 먹었다.
툴룸 오 일 째다.
바다도 세노떼도 고성도 안갔다.
매일 산책만 한다.
벽화 구경이 좋다.
멕시칸 푸드와 예쁜 카페의 아아 한 잔이 나를 충만하게한다.
툴룸은 칸쿤의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작은 휴양 도시다.
반면에 칸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다. 라스베가스와 마이애미를 섞어 놓은것 같은 분위기다.
나 홀로 배낭 여행자는 소외감(疏外感)을 느끼기 딱이다.
혼자서 지내기에는 툴룸이 훨씬 낫다.
원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과테말라 시티로 바로 가려고했다.
거기서 중미 7개 나라를 가볼 생각이었다.
출국 이틀 전에 맘을 바꿨다.

멕시코 툴룸으로 틀었다.
디테일한 계획이 없다.
가면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언제든 바꾸는게 가능하다.
멕시코를 택한 이유가 있다.

첫째. 라틴 아메리카는 멕시코에서 부터 중미와 남미까지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들을 말한다.
제대로 라틴 아메리카를 가 보려면 멕시코를 빼놓으면 안된다.
둘째. 멕시코는 4개월 정도 여행한 적이 있다.
낯설지 않다.
익숙한 멕시코에서 생경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
셋째. 멕시코를 떠날 때 꼭 다시 오겠노라 생각했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넷째. 두달 반 동안의 빡센 미쿡과 캐나다 자동차 여행으로 피로가 쌓였다.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미로 넘어가기 전에 카리브의 향기를 느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다섯째. 어떤 컨셉의 여행을 할지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부터는 혼자서한다.
차가 없다.
나혼배다.
나 홀로 배낭 하나 매고 뚜벅이로 가는 자유 배낭이다.

"나를 찾는 여행"
"마음의 평화를 얻는 여행"
"나 만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인터넷이나 가이드 북을 따라서 명소들을 돌아보는 따라쟁이 여행은 식상하다.
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는 사양하련다.
낮선 공간에서 나를 돌아보고 토닥여주고 건강해지고 싶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 행운, 행복, 감사라고 하더라.
인생 2막에 하고 싶은것 하고 산다.
지구의 반대편을 향해 두려움 없이 걸어 나간다.
축복이고 은총이다.
먼 길 온 김에 오래 전 집 나가 잊고있던 자아나 만나봐야겠다.
리턴 티켓이 없으니 홀가분하다.
기약없는 길을 가기에 설레임이 크다.
멋진 척 해봤다.
쉽게 정리하자면 천천히, 여유있게, 편안하게 여행하겠다는 얘기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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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만큼 보인다>

멕시코의 툴룸에서 6일을 보냈다.
미국 캐나다 자동차 여행의 피로(疲勞)를 풀기 위해서다.
두달 반 동안 쌓인 여독(旅毒)이 만만치가 않다.
툴룸은 유명한 휴양 도시인 칸쿤에서 130km 남쪽에 있다.
칸쿤의 비싼 물가와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다.
마야 유적과 세노떼(Cenote.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수직 동굴, 싱크홀)와 카리브의 비치가 볼거리다.
나는 6년전에 멕시코를 4개월 동안 여행한 경험이 있다.
볼거리에 대한 흥미는 크게 없다.
이번에는 오로지 휴식이 목적이다.
다행히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
밤에도 마음 놓고 걸을수가 있다.
시내를 구석구석 걸었다.
하루 만보 걷기에 딱 알맞은 사이즈다.
걷는 만큼 보였다.

멕시코인들의 삶을 조금은 더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과거 보다는 현재를 보는 여행이 좋다.
카페와 시장과 로컬 식당과 광장과 축제와 벽화와 골목과 길거리 음식과 호객꾼과 기념품점들을 기웃거리고 끼어들었다.
우리 입에 맞는 중국 뷔페 식당이 여러군데 있어서 먹거리 걱정을 덜었다.
7천원에서 만원 정도하는데 두끼 먹을 만큼 양이 많다.
내가 가려고하는 중앙 아메리카 7개국은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무엇보다도 치안 상태가 메롱이다.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을꺼다.
안전이 우선이다.
긴장의 끈을 단단히 조인다.
적당히 잘 쉬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여정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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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네로 유명해진 바칼라르>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의 파워는 대단하다.
멕시코의 바칼라르(Bacalar)는 인구 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호수가 예쁘다.
하지만 지구상에 이 정도의 호수는 흔하다.
그런데 <서진이네>가 방송 된 이후에 갑자기 유명해졌다.
툴룸과 체투말 사이에 있는 이 쪼그만 도시가 필수 경유 관광지로 떠올랐다.

나도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봤다.
관광객이 거의 없다.
소깔로 광장 주변의 상가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서진이네 식당을 가서 보았다.
지금은 문을 닫고 빈 건물로 남아있다.
주변 식당과 가게는 문닫은 곳이 많다.
문을 열었어도 손님은 그림자도 안보인다.
죽은 상권이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에다 식당을 열은건지 ? ㅠㅠ
비행기를 환승해서 24시간 이상을 가야한다.
완죤 시골 마을이다.
거기서 인스탄트 불닭면과 라면 그리고 핫도그를 팔았다.
흐흐흐
현실이라면 한 달 내로 망한다.
예능은 리얼이 아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망해도 상관없다

시청자들은 그런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냥 판타지를 만족 시키면 힛트를 친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논픽션은 없다.
픽션이 된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充足) 시키면 땡이다.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낯선 분위기를 즐겼다..
나는 1박2일을 머물렀다.
걸어서 반나절이면 다 돌아본다.
한적함과 평화로움이 좋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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