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쿡 노마드 D+44. 7월 27일
산호세에서 바닷길로 나가 싼타 바바라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정표(里程標)를 보니 실리콘 밸리가 턱 밑에 있다.
여길 빼먹으면 후회한다. 가봐줘야한다.
방향을 급선회했다.
컴퓨터 히스토리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작지만 전시물과 설명이 알차다.
입장료가 20불이다.
밖으로 나오니 록밴드 공연을 한다.
관람객들의 반응과 호응이 장난이 아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흥에 취했다.
공연에 발목이 잡혔다.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됐다.
하지만 청춘들의 멋진 연주에 만족했다.
1번 국도 드라이빙이 아니라 록 뮤직이 오늘의 메인이 되어버렸다.
그럼 어때
인연 따라 끌림 따라 가는 여행인데 ~
중간에 몬테레이의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해변을 산책했다.
싼타 바바라로 가면서 숙소를 검색했다.
토요일은 가격이 평일에 비해 두 배 정도로 비싸다.
그나마 운좋게 잡은 가장 싼 방이 162불(22만원 정도)이다.
위치는 싼타 바바라보다 더 멀다.
가격은 역대급으로 비싸다.
방 크기는 역대급으로 작다.
질주 본색을 발휘했다.
싼타 바바라 보다 더 아래쪽에 있는 밴투라 까지 달렸다.
천천히 쉬엄쉬엄 가려고 했는데 350마일(560km)을 달려버렸다
밤 11시에 저녁을 먹었다.
싼타 바바라의 에쁜 해변에 가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실리콘 밸리의 록 공연에 시간을 쏟아부은 하루가 되고 말았다.
383마일(613km)이나 주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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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산타 바바라>
- 미쿡 노마드 D+45. 7월 28일.
어제는 싼타 바바라 남쪽에 있는 벤투라에서 잤다.
일어나자 마자 북쪽으로 되집어서 올라갔다.
싼타 바바라는 꼭 가봐야하니까.
내가 오래 전 부터 별렀던 곳이니까.
예쁘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로스엔젤레스 쪽으로 내려오면서 Leo Carrillo state beach에 들렀다.
워싱턴의 천사가 추천해준 곳이다.
평화롭다.
오길 잘했다.
말리브와 산타 모니카는 지난번에 로스엔젤레스에 왔을 때 하루를 꽉 채워서 보냈었다.
LA에 사시는 페친 천사가 자기 차로 안내해줘서 살뜰하게 누렸다.
한 달 전이다.
그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려가는 길목이라 다시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성수기의 주말이라 차들이 너무 밀린다.
기브 업했다. 샌디아고로 직행했다.
일찍 도착했다.
월 마트에서 산 스테이크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밀린 세탁을 하니 속이 다 개운하다.
샌디애고에서 이틀을 널럴하게 보내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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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짜장면/샌디에고>
- 미쿡 노마드 D+46 7월 29일
오랫만에 2만보를 걸었다.
다리가 놀란다.
가스 램프 쿼터 - 씨 포트 빌리지 - 코로나도 섬 - 발보아 공원을 돌아 보았다.
숙소로 오는 길에 H 마트에 들러서 장보기와 저녁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날씨도 좋고 깨끗한 도시다.
의외로 노숙자들이 많아서 놀랐다.
큰 도시는 빌딩 숲이 높은 만큼 어두운 그림자도 깊다.
매일 비싼 물가와 방값을 직접 체험하면서 어느새 노숙자를 이해하게 되었다. ㅎㅎㅎ
가끔씩 노숙의 유혹을 느낀다. ㅋㅋ
노숙 동경자가 됐다.ㅠㅠ
매일 예쁘고 멋진 곳을 보고 다닌다.
물릴만도한데 그게 아니다.
봐도 봐도 좋다.
특히 비치를 보면 폭 빠진다.
여행 팔자 맞다.
오늘도 사진을 많이 찍었다.
늘 보조 밧데리를 연결해야 한다.
한인 마트 입구에 한식 코너가 있다.
나오는데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싶다.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 짜장면은 기피 음식 1호다.
한국에서라면 절대 안먹는다.
자기 세뇌를 먼저 건다.
보고 싶으면 봐야하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야하고
먹고 싶으면 먹어줘야한다.
짜장면 한 그릇이 세금과 팁을 포함하니 2만원 정도한다.
이건 그냥 짜장면이 아니다.
비싼 짜장면이다.
싼 짜장면과는 다르다.
호텔 중식당 짜장면이다.
비싼 짜장면은 기다리는 시간도 길다.
고급 짜장이니 이해한다.
양파나 춘장 따위는 없다.
손톱 크기의 단무지 4쪽 뿐이다.
오로지 짜장면 맛에만 집중하라는 깊은 뜻이 있다는걸 단박에 알아챈다.
맛이 죽음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행복하다.
국민학교 졸업식날 먹은 짜장면 보다 훨 맛나다.
"샌디에고에 가서 짜장을 먹지 않았으면 갔다는 말을 하지 말어 ~"
시덥잖은 아재 개그까지 날리면서 정성을 다해 흡입을 했다.
웃기게도 감동 짜장은 됐고
밤이 되니 배가 고프다.
간단히 고기 꾸워 먹었다.
먹는 것 마다 감동의 맛이다.
참 줏대 없고 어설픈 입맛이다.
그래도 아침에 혈당을 체크하니 107이다.
나쁘지 않다.
오늘 정리
씨 포트 빌리지 좋았다.
짜장면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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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캠핑>
- 미쿡 노마드 D+47/48. 7월 30일/3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고 까지의 바닷길 여행을 마쳤다.
이제 오데로 가지?
아마도 미국 자동차 여행을 다시 하러 오긴 힘들것 같다.
다시 온다고해도 이번처럼 하드코어 여행은 불가능하다.
일단 지난번 42일간의 1차 여행때 빼먹은 곳들을 가보자.
1차 여행은 마치 물 말아서 급하게 먹어치운 식사 같았다.
요번에는 차근 차근 꼭꼭 씹어서 맛을 제대로 음미해보자.
그래. 조슈아 국립공원, 세도나, 모뉴먼트 밸리, 알처스 국립공원, 엔터로프를 가보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부터 시작이다.
특이한 국립공원이다.
황량하다.
거칠다.
모래흙, 바위, 조슈아 나무, 40도가 넘는 불볕 더위, 건조한 열풍(습도 6%)이 반갑게 맞아준다.
다른 식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 사막에서만 자생하는 조슈아 나무만 보인다.
조슈아 나무는 여호수아 나무라는 뜻이다.
형상이 여호수아를 닮았다고 이름을 붙였다.
믿음으로 보면 나무도 돌도 구름도 다 여호수아로 보이는가보다.
겨울이 성수기다.
여름에는 너무 뜨거워서 피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내가 겨울에 다시 올수는 없잖아.
떡 본김에 차례 지내는거지 뭐.
히든 밸리 트레일 하이킹을 감행했다.
물을 충분히 마셔주며 여유있게 걸었다. 할만하다.
사막의 가시 나무에 찔려서 무릎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지까짓게 놔두면 낫겠지.
이틀 지나도 관심 안주니 제 풀에 가라앉았다. ㅎ
하이라이트는 캠핑이다.
하루에 15달러의 감동적인 가격이다.
넓은 캠프 그라운드에 차가 3대 뿐이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늑한 자리에 식탁과 고기 불판이 마련되어 있다.
황무지라도
바위 병풍 아래는 아늑하다.
요기서 꾸어 먹는 월마트표 소고기 맛은 환상이다.
판타스틱의 끝판왕은 keys view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이다.
하이킹과 캠핑과 별 보기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여행은 용기와 도전이다.
여행은 적응이다.
- 한가지 애로는 인터넷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실시간 포스팅이 불가능하다.
숙제 안하고 노는 기분이 든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인터넷 사정이 모두 비슷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